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18.00
저자

김영민

저자:김영민
서울대학교정치외교학부교수.브린모어대학교교수를역임했다.동아시아정치사상사,비교정치사상사관련연구를하고있으며,그연장선에서중국정치사상사연구를폭넓게정리한《AHistoryofChinesePoliticalThought》(2017)와이책을저본삼아국내독자를위해내용을확장하고새로운문체로담은《중국정치사상사》(2021)를출간했다.산문집으로《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2018),《우리가간신히희망할수있는것》(2019),《공부란무엇인가》(2020),《인간으로사는일은하나의문제입니다》(2021),《인생의허무를어떻게할것인가》(2022),《인생의허무를보다》(2022),《가벼운고백》(2024),《한국이란무엇인가》(2025)를펴냈다.

목차

이웃집개에게쓰는편지
낙하중에하는말들
인생의단맛을보여주마
사람을찾습니다
내향인매니페스토
스톡홀름신드롬
동어스님전
삼천포가는길
머리감겨주실분을구합니다
이것은필멸자의죽음일뿐이다
어느파일의사랑이야기
변기가질주하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설가김영민이라는문학적사건
-여기이야기가질주한다

인생의단맛을보여주겠다니,이것은선전포고다.그러나아무도쉽게단맛을보지못한다는아이러니.모든과정을거쳐야비로소삶의어떤비감과미감에도달한다는깨달음.쓴맛에절어사는독자를향해서울대김영민교수가첫소설집『인생의단맛을보여주마』를들고나왔다.일찍이〈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추석이란무엇인가되물어라〉로‘칼럼계의아이돌’로불렸고,『공부란무엇인가』『한국이란무엇인가』『가벼운고백』으로‘문장가들의문장가’로각인된그가소설가로나섰다.돌연해보이지만돌이켜보면필연적인등장이다.

“참치해체쇼처럼”정교하고치밀한문장,“잡귀를쫓아내듯”거침없이몰아치는유머,본질에다가가는신선하되묵직한사유.김영민소설의재미는이세갈래에서나온다.감히말하건대그간의산문은이소설집한권에이르기위한오랜연마가아니었을까.독자를단숨에끌어들이는절정의필치,현실을비트는질문,삶의이면에서길어올린상상이여기서하나로합류한다.우리가기다려온책은이렇게당도했다.

그는왜소설을쓰는가.김영민은이렇게답한다.“의미에굶주린필멸자에게는이야기가필요하다.(…)21세기를사는한국인은자신이무엇을위해죽는지알기위해다름아닌이곳인생의재현이필요하다.분단과통일과민주화와경제성장과관계가있되,그것만으로는환원되지않는인생의재현이필요하다.”그래서그는오늘도읽고,마침내쓴다.

거침없이내달리는새로운서사
-우리시대의새로운재현

이소설집은시대를비추는‘거울로서의소설’에머물지않는다.인간으로산다는문제를정면으로다루는‘정치로서의소설’이자‘철학으로서의소설’이다.그렇게우리시대를새롭게재현한다.

열두편은무언가에홀린듯질주하는이야기다.희대의아부전문가는독재자의심장을향해다가가고(〈인생의단맛을보여주마〉),만국의내향인은외향인의세계를조용히전복하려하며(〈내향인매니페스토〉),화자는사라진혁명가장길산씨를찾아전단을띄운다(〈사람을찾습니다〉).K국은국운을걸고노벨문학상을추격하고(〈스톡홀름신드롬〉),마르셀뒤샹의〈샘〉을안고달아나는남자를13인의나체추적자가뒤쫓는다(〈변기가질주하오〉).이웃집개에게부치는편지로문을열어,도둑맞은책과문서파일이저마다제주인을사랑하는이야기를지나,삼천포로제발로걸어들어가는길에이르기까지,이질주들이향하는곳은결국하나다.의미다.의미에굶주린필멸자들의질주가속도감있게펼쳐진다.

은은하게미친사람들의행진
-잊히지않는캐릭터의창조

『인생의단맛을보여주마』는“미친세상”에서은은하게미친사람들의문학이다.“적응자를위한,적응자에의한,적응자의나라”에서적응하지못했다고하여낙오로치부될수없는,다만저마다의낙하를살아내는사람들의이야기다.“해괴한일들이일어나곤하는세상”에서세상“끝까지걸어”가고싶은사람들의이야기다.

소설집에는“한국사회를지탱하고있는정상성의신화”를은근히깨는인물들이등장한다.이미친세상에서“정답이없는학문”을좋아하거나,기억하기위해책을훔치거나,달콤한교수직을버리고출가하거나,“삼천포에빠지기전”에제발로삼천포로향한다.김영민은이인물들을통해복잡다단한현실에정답을제시하는대신사유를끝까지밀고나간다.삶의‘미시와거시’사이를종횡무진하며인간의절망과욕망을들춘다.

이인물들은“자신의광기에자부심”을지니고,“광기가있어야”사랑도가능하다는것을온몸으로증명한다.거듭낙방하고도다시응시(應試)하는일은이들에게실패의기록이아니라“이사회정상성과의투쟁”의전적(戰績)이며,“세계사는내향인과외향인간의투쟁으로다시쓰여야한다”라는선언은농담의얼굴을한진심이다.이들에게이념은혀끝의구호가아니라몸에밴걸음걸이다.그러니이들의정치는말하는입이아니라살아가는몸에서발생한다.이미친행진을웃으며따라가던독자는어느페이지에선가걸음을멈추게될것이다.저낯익은걸음걸이에서제모습을알아보는순간,웃음은서늘한자기인식이된다.

지성의먹물을먹은유머이자
사랑의단물을머금은유머

이서사들을가능케한것은김영민의독보적문체가지닌힘이다.읽는맛이있다는것,펀치라인이있다는것.페이소스를불러일으키되감상에젖지않고,정신적캡사이신소스를퍼붓는유머는강렬하다.씁쓸하지만달콤하다.차갑지만다정하다.가볍지만숭고하다.당연하다고여겨지는것을비트는감각이문장마다번뜩인다.

“외향인은설친다.설치류(齧齒類)보다더설친다.(…)외향인이죽창으로상대를쑤실때,내향인은이쑤시개로상대를쑤신다.”“이제학교에갈나이가되었단다.지금부터인생의숙제가회전초밥처럼밀려올거란다.때를놓치지않고꾸역꾸역입에넣어야한단다.식성이까다로우면고생한단다.”“칭찬은정신적뇌물이다”“원숭이는일부러나무에서떨어질때인간이된다”같은문장들이페이지마다튀어오른다.

그의유머는두루뭉술뭉개거나“동문서답”으로피해가지않는사유에서,그리고변기처럼일상의무게를받아내다가끝내예술이되는상상력에서비롯된다.

여러겹의현실,여러겹의이해
-총체적인간을향하여

어떤진실은이야기를거쳐야비로소보인다.평생‘~란무엇인가’를물어온김영민은이번에는소설의형식으로인간과사회의본질을묻는다.익숙한세계의이면을들추고답할수없는물음을끝까지밀고나가는것이소설의일이라면,이일은처음부터그의몫이었는지모른다.

“사소한이익을위해아귀다툼하는존재”이면서같은인간에게경탄할줄아는인간의이중성.간편한정답과투박한오답,완전한흑과백으로나눌수없는세계의스펙트럼.“인간을사랑하지않으면서도”인간과함께살아가는정치성.이겹겹의층위가소설곳곳에스며있다.주인의오타에붉은밑줄을그으며“저는당신을사랑하기에당신을교정합니다”라고고백하는문서파일처럼,이소설집에서이해와사랑은상대의결함을지우는일이아니라그결함을읽어내는일이다.이해불가능성이오히려이해의가능성을열고,그이해는개인과공동체가서로를비추고질문하고응답하는대화속에서이루어진다.

인간을이해하려면인간성을직면해야해.인간성을직면하면절망에눈이멀어버려.자기눈을찌르고싶어져.아직인간을보지않은눈동자를이식하고싶어져.우리는절망이두려워인간을오해했고,그오해로거짓희망을창조했지.그런과오를반복하지않기위해서는피눈물이나도인간의실상을직면해야하네.
-〈인생의단맛을보여주마〉에서

그렇게인간의실상을직시하면서도,김영민의소설들은아이러니를감싸안으며인생을사랑할능력을잃지않는다.“사랑은결함을포함”한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인생의쓴맛을끝까지응시한자만이보여줄수있는단맛이바로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