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처음소개되는역대최강의《군주론》반박서
《안티마키아벨》로논쟁적고전을균형있게읽기
논쟁적인책을균형있게읽는한가지방법은좋은반론을함께읽는것이다.출간이후수백년동안찬사와비난을동시에받아온정치학고전《군주론》은한국에서도수많은해설서가나왔지만,이책을정면에서반박한또다른고전은정작국내에제대로소개된적이없다.‘마키아벨리전문가’김상근교수가펴낸《나는군주론에반대한다,그러나》는독일역사상유일하게‘대왕’칭호를받은프리드리히2세의군주론반박서《안티마키아벨(Anti-Machiavel)》을국내최초로번역해상세한해제와함께수록했다는점에서의미가크다.
《안티마키아벨》의출간의의미,논리,완성도는《군주론》에견주어도손색이없다.말그대로실제군주의《군주론》독후감은전무후무할뿐아니라,총26장으로이루어진《군주론》의구성과제목을그대로가져와서각장의논점을꼼꼼히요약하고자신의논점으로반박했다.또한역사와고전을풍부하게인용하며좋은통치란무엇인지통찰했다는점에서정치철학의고전에오를만하다.김상근교수는이정도내용을글로쓸수있는통치자는《명상록》을쓴로마의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황제가거의유일하다고평가한다.더욱이프리드리히2세가후대의역사와통치자들에끼친영향을고려하면《안티마키아벨》은《군주론》이상으로다뤄져야할역사적·정치적텍스트다.
《군주론》이‘이론편’이라면《안티마키아벨》은‘실전편’이다.《군주론》이군주가어떻게권력을획득하고유지할지논했다면,《안티마키아벨》은그뒤로실제통치자가자신의삶속에서실험한과정이이어지면서군주론이실제역사에어떻게적용되었는지보여준다.《나는군주론에반대한다,그러나》는《안티마키아벨》의원문을소개할뿐아니라프리드리히2세가마키아벨리의주장을정확하게이해했는지,그런주장을펼치게된이유가무엇인지,그의생각과행동이어떻게변했는지도조목조목분석한다.
“둘중에서하나를선택해야한다면,두려움의대상이되는것이사랑받는것보다훨씬더안전하다.인간에대해서일반적으로다음과같이말할수있다.인간은감사할줄모르고,변덕스러우며,앞과뒤가다르고,위선적이며,위험은피해가고,이득이되는일에는극성을부린다.”
-마키아벨리,《군주론》19장에서
“나는배은망덕하고쉽게거짓말하는자들이이세상에존재한다는것을부정하지않으며,가혹함이어떤순간에는매우유용하다는것도인정한다.그러나어떤왕도백성의공포심위에군림하는것이유일한정책목적이라면,결국겁쟁이들과노예들위에군림하게될뿐이라고확신한다.”
-프리드리히2세,《안티마키아벨》19장에서
“키케로에따르면인간은사자의폭력성과여우의계략을사용하지말아야하는데,인간은인간이지동물이아니기때문이다.그러나이생각을뒤집은마키아벨리는인간도동물일뿐이기때문에현명한인간이라면필요에따라‘사자의힘과여우의계략’을사용할수있어야한다고주장했다.그러나프리드리히2세는이장에서다시키케로의주장으로회귀한다.”
-‘더깊이읽는안티마키아벨’19장에서
반(反)군주론을논한유일한군주
프리드리히2세는왜그책을썼을까
프리드리히2세를둘러싼놀라운이야기는많다.그는오스트리아왕위계승전쟁(1740~1748)과7년전쟁(1756~1763)을통해프로이센의군사적위상을높였다.또한감자재배장려,산업육성,인프라확충등을통해경제기반을강화했다.그결과프로이센은18세기중엽유럽의강대국으로부상했고,이는훗날독일제국통일의기반이되었다.한편그는《안티마키아벨》외에도세권의역사책을집필했고평생100여곡을작곡했을만큼학문과예술에도조예가깊었다.
가장놀라운이야기는그가금기시되는영웅이라는점일것이다.프리드리히2세는히틀러의롤모델로알려져있다.독일의2차대전패망을앞두고히틀러는프리드리히2세에게일어났듯자신에게도‘브렌덴부르크의기적’(7년전쟁당시프로이센이맞이한절체절명의위기속에서친프로이센성향의러시아황제가즉위하며적이철군한일)이일어나길기대했다.최후를맞이한지하벙커에서도프리드리히2세의초상화앞에서그의전기를읽었다고한다.프리드리히2세는나폴레옹에게도롤모델이었다.그가전쟁에서활용한기동전법은나폴레옹의전투방식에큰영향을미쳤고,나폴레옹은일평생그의유품을지참하고다녔다.
그렇다면프리드리히2세는왜《안티마키아벨》을썼을까?그는왕세자시절부터당대최고의계몽주의사상가볼테르와깊이교류하며계몽군주가되겠다고다짐했고,《안티마키아벨》서문에서“인류를위협하는괴물로부터인간성을방어하기위해이책을쓴다”며냉혹한마키아벨리즘정치학을극도로혐오하는모습을보였다.김상근교수는격변하는시대적배경,모순된선택들에깔린일관성,볼테르와주고받은편지들을따져본뒤,그가마키아벨리의가장완벽한제자일지도모른다고추측한다.《안티마키아벨》은그자체로정치와윤리,현실과이상을오갔던한군주의모순적발자취를보여주는역사적기록이다.
마키아벨리즘이500년간던진질문
권력의본성,그리고좋은리더란무엇인가
《나는군주론에반대한다,그러나》는《안티마키아벨》을중심으로오늘날까지면면히이어지는마키아벨리즘의역사적계보를안내하는가운데,한권의책과사상이어떻게세상을영원히바꾸어버렸는지보여준다.
한국에서도《군주론》은스테디셀러다.출간된지500년이흘렀고,머나먼유럽에서군주제에대해이야기하는이책이군주제가폐지된지오래된,헌법1조에민주공화국으로규정된대한민국에서왜이토록인기일까.김상근교수는그이유에대해한국사회가서로물고물리는,사실상유사군주국이기때문이라고본다.“사랑받는것보다두려움의대상이되는것이더안전하다”같은《군주론》의살벌한문장이오늘날한국사회에서는생존의지혜로여겨진다.
모든권력은마키아벨리의덫에서벗어날수없는걸까.마키아벨리즘은역사속주요인물들에게로이어지며수많은정치적사유와권력행위에포획되었다.권력자들은필요에따라마키아벨리를따르는듯행동하거나마키아벨리를향해저주를퍼부었지만,공통적으로는마키아벨리의충실한제자였다.이러한통찰위에서김상근교수는‘도덕과현실은어디에서만나는가’,‘권력은이상만으로도,현실만으로도유지될수있는가’,‘좋은리더란무엇인가’라는오래된질문을다시독자앞에던진다.
《안티마키아벨》이《군주론》에대한18세기독자의응답이라면,《나는군주론에반대한다,그러나》는그응답에대한21세기의응답이다.《나는군주론에반대한다,그러나》에서독자들은《안티마키아벨》이라는거울을통해《군주론》을다시읽게될뿐아니라,마키아벨리즘그리고인간의본성을둘러싼500년의긴대화를따라가게될것이다.
*《나는군주론에반대한다,그러나》의구성과내용
먼저마키아벨리생애와《군주론》의핵심내용을간략히소개하고(1장),왕세자시절갈고닦은계몽군주로서의소양과권위적인아버지와의극심한갈등,볼테르와의우정에이르기까지의이야기를들려준다(2장).그리고볼테르에게익명출간을위임했던《안티마키아벨》의출간당시상황과원문전체번역(3장),탈고와거의동시에시작된23년간의영토전쟁과독일통일의기반을닦은정책들,말년과죽음(3장)의과정이쉼없이펼쳐진다.그리고셰익스피어부터칼라일까지,루소부터벤담까지,나폴레옹부터히틀러까지정치와역사,문화각분야에스며들어세계사의물길을바꾼마키아벨리와그안티팬프리드리히2세의흔적(4장)을정리한다.마지막으로《안티마키아벨》원문을더깊이읽고자하는독자를위한해제(부록)가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