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수녀·장명숙 밀라논나·최은영 소설가 강력 추천 ★★★
★★★ 사제 서품 40주년 기념 완전판 ★★★
“가장 큰 행복이 여기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우리가 건넨 마음,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배운 삶이 선물인 이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김하종 신부는 무작정 배낭을 메고 성남 종합 버스 터미널로 가 노숙인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건넸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고단하지는 않은지 안부를 물었다. 그들이 힘든 마음이나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 잘 들어줘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생활, 아름다워요.”
김하종 신부는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에게서 삶이 선물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행복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칠순을 맞이한 김하종 신부는 돌보고 있던 청소년에게서 뜻밖의 생일 선물을 받는다. 한 학생이 건네준 크고 귀여운 곰 인형과 “신부님,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한마디에 김하종 신부는 영혼에 무한한 행복이 번지는 것을 느낀다.
후세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큰 업적을 세우려 한 것도, 스스로를 유명하게 만들기 위해 책을 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 이웃을 사랑했고, 그렇게 살아온 자신의 삶은 따뜻한 축복들로 가득하다는 것이 김하종 신부의 이야기다. 김하종 신부는 그러므로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결심》은 김하종 신부가 삶으로 쓴 행복론과도 같다. 김하종 신부의 삶을 따라가며, 눈앞의 성과에 매달려온 우리는 비로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과 마주한다. 김하종 신부는 유일한 취미인 자전거 타기를 즐기며 자전거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지만, 새 자전거를 선물 받고도 경주용 자전거가 필요하다는 소년에게 선뜻 내어준다. 누군가 안나의 집 대표로서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비싼 시계를 건네지만, 곧 팔아서 가난한 이웃을 위한 쌀을 산다. 자전거, 시계, 자동차, 돈 같은 물질에 대한 집착을 비워낼 때마다 영혼은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두 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쥐려 한다. 하지만 돈과 명예, 건강을 강하게 붙들고만 있다면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 그것을 놓아주는 순간 비로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때 우리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온 세상일 것이다.
“삶이 늘 바라던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70대의 저는 20대의 저에게 다시 한번 말할 것입니다.
길을 나서라. 기꺼이 그들을 위해 살아라”
한낮처럼 밝은 밤, 봄의 희망을 품은 겨울을 지나며 깨달은 것
보다 자유롭고, 보다 나답게, 그리고 사랑으로 고난의 시절을 건너는 법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결심》은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직면한 현실의 상처와 모순도 오롯이 담고 있다. “신부님이 이렇게 밥을 주니 저들이 아직 노숙인으로 사는 거예요”라는 사람들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도 두 시간 넘게 서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꿋꿋이 한 끼를 제공한다. “너 내일 죽을지도 몰라, 아니 내가 죽일 거야!”라고 소리 지르는 주취자에게 “아저씨, 너무 바빠서 저 죽으면 안 돼요”라고 농담을 건네며 달래서 보내는 날도 있다.
우리는 사제라면 사적인 감정과 욕망에 초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김하종 신부 역시 불쑥 찾아오는 인간적인 감정에 흔들릴 때가 있다. 김하종 신부는 아버지 안젤로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 곁으로 가서 이름을 부르면 다시 살아날 것만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일흔이 넘은 지금도 아버지가 여전히 많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늘 계획하고 바라던 대로 되지는 않았다. 빛과 그림자, 희망과 절망, 사제로서의 사명과 인간으로서의 감정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삶이었다. 하지만 70대가 된 김하종 신부가 20대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기꺼이 그들을 위해 살라는 것이다. 두렵고 망설여질지언정 길을 나서라는 것이다.
김하종 신부는 이 책에서 인생을 한 해의 사계절에 빗대어 회고한다. 희망이 가득한 봄에는 뜻밖의 선물을 받으며 깊은 감사를 느끼고, 생명이 만개하는 여름에는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지치기도 한다. 인생이 무르익는 가을에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지난 고통이 사실은 축복이었음을 깨닫고, 겨울에는 힘겨운 추위 속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발견하기도 한다. 두꺼운 겨울 외투로 누군가의 상처를 감싸주는 몸짓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외로운 이에게 따뜻한 종이컵 커피를 건네주는 몸짓에서 겨울을 이겨낼 온기를 만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 독자들에게 김하종 신부가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다. 인생의 겨울 속에 있더라도 봄의 희망을 믿으며 앞으로 걸어나가기를. 마음이 힘들더라도 아프지 않기를.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결심》은 김하종 신부가 우리 모두를 위해 쓴 긴 기도와도 같다.
책 속에서
이따금 제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깨닫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 시계, 자동차, 돈 같은 물질을 비워낼 때마다, 제 영혼은 무한한 행복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시간이 가는 것보다도 중요한 건,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사랑을 어떻게 나누었는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저는 장기기증을 통해 제 몸을 나눔으로써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비우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저는 기쁨을 느낍니다. _23~24쪽, 〈삶은 늘 예기치 못한 선물을 줍니다〉에서
매일 성경책과 읽을거리를 챙겨 호텔 옆 샛길로 빠져나가 황궁우 앞에 펼쳐진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강대학교 어학원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울 때도 이곳에서 한국어를 연습하곤 했습니다. 따뜻한 봄바람과 정겨운 들꽃들이 저의 서툰 한국어를 들어주며 이방인인 저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일흔 살이 된 빈첸조는, 젊은 날의 빈첸조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너는 선택된 아들이야.” _34쪽, 〈망설이느라 길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그대에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는 사랑과 헌신, 희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선한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일에는 지혜와 신중함도 필요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그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 현실에는 상처도 있고, 모순도 있으며, 때로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_51쪽, 〈모든 일엔 두려움이 따르지만〉에서
점점 한국인들 속으로 들어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신부님의 말씀대로 어느새 김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사실 고백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처음 노숙인 친구들과 만났을 때 냄새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몸에 상처를 입은 노숙인도 많았는데, 그 상처에 구더기가 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갈아입으실 옷을 드린 뒤 밖으로 뛰어나가 구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노숙인들을 점점 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자,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_80쪽, 〈지독한 냄새가 말해주는 것〉에서
그날 이후 저희는 안나의 집의 중요한 원칙 하나를 세웠습니다.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묻지 말자.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형편인지를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인간다운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함께 식탁에 앉을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안나의 집은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_86~87쪽, 〈모두가 떠난다 해도 항상 그 자리에서〉에서
얼마쯤 시간이 지나, 수녀님을 찾아갔습니다. 그 직원의 안부를 물으며 부탁하신 대로 탄원서를 써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판사님에게 그 직원의 죄를 사해달라는 탄원서를 써 내려가며 제 마음은 신기할 정도로 참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제야 제가 만든 원망과 억울함과 분노의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용서는 따스한 햇빛이 되어 천천히 제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그 빛이 얼어붙었던 제 마음을,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부드러운 땅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용서는 단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단단한 반석임을, 햇살들이 속삭여주었습니다. _101쪽, 〈억울함과 분노의 감옥에서〉에서
저 역시 때때로 머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습니다. 어머니 곁에 머물며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한번 그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가자.”
그래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배운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아픔을 품은 채, 또 다른 외로운 이를 만나고, 굶주린 이를 맞아들이고,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저는 다시 떠납니다. _129쪽, 〈긴 끈과 바구니를 내려주는 일〉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오늘이 신부님 생일이라는 것이 중요해요. 신부님, 생일 축하드려요.”
그 순간 무한한 행복이 제 영혼에 번졌습니다. 선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위한 마음과 생각이 고마워서였습니다.
저는 후세에 남을 큰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를 유명하게 만들어줄 책을 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순간순간 이웃을,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언제나 가난한 이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