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해방일지 (김개영 장편 소설 | 반양장)

열여덟의 해방일지 (김개영 장편 소설 | 반양장)

$18.50
Description
문학 동아리 사수를 위한
고교생들의 열혈 분투기!
“2002년 별의 순간,
그들은 다른 꿈을 꾸었다.”

- 속초 지역 청소년 문학단체 ‘바람소리’ 실제 사건 모티브
- 실제 고교생이었던 회원들의 작품 삽입

2002년 속초, 비평준화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의 ‘명문 사립’ 영랑고. 오래 전 해체된 시 동아리 ‘바람 소리’를 재건하고자 학생들이 모인다. 그러나 이사장의 신임을 등에 업은 학생부장 ‘조지기’는 이를 방해하려 한다. 갠따로, 뽀다구, 랩스타, 재호, 유라, 나래... 시적 순간이 충만한 18세들은 과연 문학 서클 ‘바람소리’를 재건할 수 있을까?

2002 한일 월드컵
스타크래프트 열풍
인터넷 커뮤니티, 채팅방
야간자율학습, 두발 제한
영화 〈친구〉, 〈신라의 달밤〉,
드라마 〈가을동화〉 등의 대히트...

2002년의 감성과 함께 풋풋함과 꿈이 묻어나는 고교생들의 시, 그들의 해방일지를 만나보자.
저자

김개영

저자:김개영
강원도최북단고성에서자랐다.고물상헌책더미속에서독서력을길렀다.우연히발견한범우사판윤동주시집을읽고시인을꿈꿨다.고교시절,학교의모진탄압속에서문학동아리바람소리를지켜낸것을삶의가장큰자랑으로여긴다.이문열사숙부악문원에서동서양고전및문장을익히며작가적소양을다졌다.2013년《문예중앙》등단후,서울문화재단과대산문화재단의지원으로두권의소설을출간했다.현재,목포대학교에서문학과창작을가르치고있다.

목차

바람의속삭임

1부
1.고요한연못,개구리풍덩
2.신나는오후
3.빵집대신시집
4.영혼의생명수
5.조지기의‘교정’교육
6.곡선의말들
7.악보없는연주,카덴차
8.여고행동의날

2부
1.낭만고양이
2.누구에게나시적순간은있다
3.석양에비친푸른멍
4.우리는공처럼구르고굴렀어
5.남고행동의날
6.꿈★은이루어진다
7.거인어깨위에올라탄난쟁이
8.모두가별의순간

출판사 서평

명문고에만들어진시동아리‘바람소리’!

불의와폭력을이겨내는상상력의힘
K-민주주의는이렇게시작된다
시적순간을통해완성되는
낭랑18세들의저항과해방,성장의이야기!

2002년,강원도속초가배경인이작품은실제사건을모티브로하며,소설내소개된시는실제고교생들의작품이다.문학동아리활동조차금지된,억압적인학교당국(지방명문사립)과의치열한줄다리기를통해,주요인물들은사회의부조리를인식하고자신만의저항의자리를획득한다.여기에불우한가정환경에굴하지않는청소년들각자의개인사가더해진다.

이작품은시적상상력이어떻게대립과갈등을넘어서는가를구체적인사건을통해보여준다.학생들간의순수와연대,성장의이야기는혐오와차별,능력주의로가득한오늘날교실풍경을되돌아보게한다.꿈과현재를저당잡힌채입시경쟁체제에서신음하고있는오늘날청소년에게도귀한시사점을준다.

더불어이작품은충분한당대성을확보하고있기도하다.좌우,세대,성별을따지지않고모두가하나가되었던2002년은탄핵정국으로극심한대립과갈등,혼란을겪고있는최근의상황을돌아보게한다.한편으로,2025년은시민들의저항으로다시민주주의의시계를작동하게만들었다는점에서2002년의환호와성취를다시경험하게끔하고있다.학교현장에서주체적자리를획득하려는청소년들의저항을보여준다는점에서이작품은세계가극찬한K-민주주의의한기원을엿볼수있는장이될수있다.

아울러10대에게는부모세대에대한이해와자기투시의기회를,성인독자들에게는고교시절을향수할수있는계기를마련해줄것이다.교육현장에서시의이해와효용,일상의민주주의를가르치는교재로서도손색이없다.

책속에서

“무엇보다붉은악마의캐치프레이즈인‘꿈★은이루어진다’가모두의가슴속에깊이박혔다.그평범하다못해심심하기까지한문장이새삼특별해진다는것이신기했다.다들잊고사는꿈을새삼돌아봤기때문일까?아니면진짜꿈이무엇인지깨달았기때문일까?물론나에게꿈을묻는다면당연히시였다.프루스트라는시인이말하지않았는가.남들이가지않는길을가는것이의미있는삶이라고.”
-〈고요한연못,개구리풍덩〉중에서

“우리는푸른점멸등이꺼질세라가방을들고뛰었다.“홀로떠나가버린깊고슬픈나의바다여~”슈퍼에서들었던노랫말이귓가에서좀처럼사라지지않았다.생선가게터는일따위그만두고끝내넓고깊은바다로가물고기를낚아야할고양이,이름하여낭만고양이.딱,바람소리인들의모습이었다.입시따위내팽개치고드넓은시의바다로헤엄쳐나가야할낭만시인들.”
-〈낭만고양이〉중에서

“교실에앉아자율학습을하다보면가끔그런상상을해.사각의교실이사라지는거야.대신울창한소나무너머코발트색바다와푸른하늘,그리고고운백사장이펼쳐지는거지.형광등이아닌한낮의태양이우리를비추고있고.책상에코가닿을듯고개를숙이고문제집을풀던학생들이모두고개를들어.당황해하는아이들사이로누군가책상위로올라가는거야.교복상의를벗고넥타이를풀어헤치자두팔이날개가되고얼마쯤파닥이다가갈매기가되는거야.다른아이들도책상위로올라가.새하얀갈매기가된아이들이너나할것없이창공으로날아오르지.백사장위의책걸상은주인을잃은채바닷바람을맞고있고.”
-〈석양에비친푸른멍〉중에서

무거운침묵이흐르자재호가말했다.미소를지으며나와뽀다구의어깨를쳤다.그러곤말을이었다.
“해방이야.”
“해방?”
“응,내가나에게주는해방.”
-〈석양에비친푸른멍〉중에서

“이게뭐라고?”
“정부에서제정한청소년헌장입니다.특히,네번째조항을보시면….”
“됐고,너네가모르는모양인데,학칙이모든법에우선해.”
“학칙이부당하다면요?”
뽀다구가따질듯이물었다.
“악법도법이라고소크라테스가말했다.”
“선생님은일제시대태어나도법을아주잘지키시겠네요.”
삐딱한말투였다.나는쿡웃음이흘러나왔다.일제고등계형사처럼생긴사람에게확실히찔리는말일듯싶었다.
“너영고몇학년몇반이야?이게어디남의학교와서눈을부라리고따져!”
“청소년헌장1조,청소년은자신의생각과느낌을자유롭게펼칠권리를가진다.”
뽀다구가갑자기외쳤다.
“그래도이눔의새끼가!”
장지기가지휘봉을들어한대치려고했다.
“청소년헌장1조,청소년은물리적폭력뿐만아니라공포와억압을포함하는정신적인폭력으로부터보호받을권리를가진다.”
뽀다구가두손으로머리를가린채재빠르게말했다.
“허허,야야그냥가라,가엉?”
장지기가귀찮다는표정으로지휘봉을들어교문을가리켰다.
-〈여고행동의날〉중에서

“운동장위로우아하게내려앉았을때놀랍게도수십,수백개의종이비행기가뒤를따랐다.마치조나단리빙스턴시걸을따라수많은갈매기들이창공으로날아오르듯이.아이들이창문가에다닥다닥붙어종이비행기를날리고있던거였다.시험지로만든것도있었고,공책이나참고서로만든것도있었다.아름다웠다.활공하던종이비행기하나하나가시한편한편이되어하얀눈밭에내려앉았다.”
-〈남고행동의날〉중에서

“어쩌면그것도나비효과같은것인지도몰랐다.바람소리를부활하겠다는작은노력이‘여고행동의날’,‘학교홈피필화사건’,‘시험거부사건’등을연달아낳았고급기야15년조지기의아성을무너뜨렸다.물론,거기에는옛바람소리선배들의힘이컸다.해체된후9년간이미흩어지거나사라졌다고믿었던그힘들이실은어디가지않고여전히남아우리의든든한우군이되어주었다.이를테면우리는거인의어깨위에탄난쟁이라고할수있었다.덕분에우리는거인보다는조금더먼곳을볼수있게되었다.”
-〈꿈★은이루어진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