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내듯쓴글,
글이곧또하나의밥상이되길바라며.”
고된당신의하루끝에건네는
다정한온기와위로의에피소드!
가족의또다른이름인‘식구’에는‘끼니를함께하는사람’이라는뜻이녹아있다.한끼의식사는단순히밥을먹는일에서더나아가같은시간과정서를공유하고,서로의이야기를나누는과정까지를포함한다.『오늘의메뉴는서연정입니다』가전하는각각의이야기속에는도하리사람들이마음을나누며한식구가되어가는과정이생생하게녹아있다.
연작형식으로부담없이즐길수있지만한마을을배경으로하는만큼자주얼굴을비치는,정이가는조연들도있다.안타까운사연의춘식아저씨,드세고수다스럽지만미워할수없는성격의미자아주머니.당돌한성격의학생서연이와수줍은민하선생님.‘서연정이야기’를담은소설을쓰며,작품의메타적인분위기를강화하는경수또한눈에띄는인물이다.
요리과정만봐도절로군침이도는메뉴선정에서부터,서로의온기를나누며조금씩가까워지는인물들의미묘한관계망까지.다채로운에피소드를따라가다보면어느새진운과광운이권하는오늘의메뉴와함께,서연정의작은식탁위에둘러앉은듯한기분을느끼게될것이다.
책속에서
그는간판을지나며혼잣말처럼중얼거렸다.“도하리.”입안에서소리가한번둥글게굴러나왔다.낯설고도익숙한소리였다.오래전어디선가들은듯아니면미래의어느날계속부르게될이름처럼.
-「서연정:인연을풀어내는집」중에서
바람이밥냄새와함께천천히빠져나갔다.그는주방으로돌아와빈그릇을들고잠깐서있었다.‘처음손님’이라는말이이를수있는모든의미가그그릇무게에실려있었다.처음으로밥을내고처음으로받아들여지고처음으로이집이‘집’이되는순간.
-「보리밥과된장찌개:배고픈심사위원,배부른인정」중에서
주방한쪽에아직가시지않은밀면육수냄새가은은히남아있었다.오늘하루,서연정은단순한밥집이아니라누군가의기억을불러내는그릇이되었다.진안은일기장을닫으며생각했다.그리움이밥상이되는곳.그것이바로서연정이구나.
-「밀면:수다끝에피어난그리움의맛」중에서
이집의규칙.서로의과거는묻지않는다.그침묵이오히려광운의목적지가과거와엮여있음을직감하게했다.
-「감자옹심이:허세는스쳐가고맛은남는다」중에서
“동건씨같은색이있어요.이런밤,이런밥,이런눈물에맞는색.저나이친구는또다른색이고요.색마다속도가있고,피는계절이있죠.”
진안이옅은미소를입가에올렸다.
“제색은오늘이네요.제밥을이렇게맛있게먹은사람을만난오늘.”
-「김치볶음밥:오늘은눈물,내일은다른색」중에서
의자에앉자마자,커다란그림자가다가왔다.키큰남자가물병과컵을내려놓으며간단히눈인사만했다.얼음이든물병에결로가하얗게맺혀물방울이또르르흘러내려받침접시에닿는소리가작은종소리처럼났다.
‘뭐야….쌤들이자주오더니,음식만의문제는아니었네.’
민하는속으로혀를찼다.잘생김둘,에어컨하나,적당히닿는음악.마음이조금쉬어도되는곳이라는건이런합으로완성되는건가.
-「검은콩국수:검은빛국물,선한색의위로」중에서
도하리에서맞는첫겨울은어떨까,진안의마음은두려움보다는기대였다.할머니의편지는서랍첫칸에,손때묻은레시피공책들은주방선반가장가까운곳에놓여있었다.집이란그런것이다.손이먼저닿는자리,누군가와의만남을이어주는자리.그집의이름은,서연정이다.
-「된장수제비:손때묻은노트,그리고할머니의숨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