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보다 (양장본 Hardcover)

울림을 보다 (양장본 Hardcover)

$29.00
Description
종소리는 사라졌지만, 종탑은 남아 있다. 그리고 어떤 울림은 귀로 들리기보다 오히려 눈으로 더 깊게 다가온다. 윤종효 작가의 사진집 『울림을 보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종탑들을 기록한 사진 작업이자, 소리가 멈춘 자리에서 여전히 지속되는 시간과 기억, 공동체의 흔적을 되짚는 시각적 사유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4년에 걸쳐 전국의 종탑을 찾아다니며,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쳐온 구조물들이 사실은 한 시대의 시간 감각과 공동체적 리듬, 그리고 영적 감수성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드러낸다.
저자

윤종효

나이키,몽블랑,쌤소나이트등글로벌브랜드에서재직후,현재씰리코리아대표이사로재직중인전문경영인이자사진가.홍익대대학원에서사진디자인을전공했으며,4년간전국의종탑을기록하며일상속묵상과종소리의본질을탐구해왔다.경영의통찰과예술적
사유가교차하는지점에서보이지않는울림을이미지로담아낸다.

출판사 서평

종이울리기전,세상이잠시멈추는순간
『울림을보다』의중심에는“종소리에대한기록이아니라,종이울리기전세상이잠시멈추는순간에대한이야기”라는문제의식이놓여있다.책의앞머리에서작가는우리나라종탑들이서구의장대한수직성과달리,마을의높이에맞춰낮고겸손하게서있다고말한다.평소에는풍경의일부처럼조용히서있지만,종이울리는순간그낮은탑은순식간에마을의시간과공간의중심이된다.사람들은문을열고,발걸음을모으며,마음을가라앉힌다.종은누구의편도아니고누구를붙잡지도않지만,사람들은오래도록종이있는곳에마을을세우고함께시간을나누며살아왔다.이책은바로그공동체의리듬을,그리고소리이후에남는침묵의밀도를사진으로포착한다.
작가윤종효는나이키,몽블랑,쌤소나이트등글로벌브랜드에서재직한뒤현재씰리코리아대표이사로활동하고있는전문경영인이자,홍익대대학원에서사진디자인을전공한사진가다.경영의통찰과예술적사유가교차하는자리에서그는“보이지않는울림”을이미지로담아내는작업을이어왔다.그의이력은이책의성격을더욱선명하게보여준다.『울림을보다』는감성적인풍경집에머물지않는다.오히려절제된시선과구조적관찰,그리고오랜시간축적된묵상이한데겹쳐진결과물에가깝다.보이는것뒤에있는질서와의미를읽어내는태도가이책의전반을관통한다.

이책이특별한이유는종탑을단지종교적시설이나향수어린풍경으로다루지않는다는데있다.추천사를쓴윤정미교수는이작업을‘종탑’이라는구조물을통해우리시대의영성과역사를유형학적으로보여주는흥미로운사진연작이라고평가한다.그는윤종효의작업이베른트와힐라베허부부의유형학적사진방법론과닿아있다고짚으며,작가가종탑을화려한기념물이나숭배의대상으로미화하지않고,정면성·일정한거리감·반복적배열이라는질서속에서바라본다고설명한다.그결과독자는개별종탑의사소한차이를넘어서“종탑이란무엇인가”라는본질적질문과마주하게된다.사진은재현을넘어서,인간이초월을향해세운구조적질서를분석하는도구가된다.

종탑을바라보는새로운방식
특히이책은한국종탑만의특수한미학과정서를부각한다.윤정미교수는서구의종탑이권위를내세우며하늘을찌르는수직성이라면,윤종효가주목한한국의종탑은마을의높이에맞춰낮고겸손하게서있는‘생활밀착형수직성’이라고말한다.이는단지건축적특징에대한설명이아니다.한국의종탑이오랜시간동안지역공동체와함께호흡해온방식,거대한상징이전에생활가까이자리했던존재였음을보여주는표현이다.『울림을보다』에실린종탑들은그래서장엄함보다친밀함으로다가오고,권위보다기억의촉감으로남는다.

윤종효작가의글에서도이러한문제의식은분명하게드러난다.그는유년시절교회마당에서종줄을당기던기억,손바닥에닿던거친줄의감촉과머리위철제종이내뿜던육중한진동을회상한다.그울림은단순히예배시작을알리는소리가아니라,마을전체를하나의호흡으로묶어내던파동이었다.종탑은땅의낮은곳에서하늘로이어지는통로였고,종소리는농촌의일상과거룩한시간을가르는경계이자,사람들이시간을함께공유하는매개였다.그러나어느순간부터종소리는들리지않게되었고,사람들은그사실조차잊은채살아간다.작가는바로그사라진울림의자리에서,사진이붙잡을수있는것이무엇인지묻기시작한다.

그의작업은기록이면서동시에수행에가깝다.작가는전국방방곡곡이름없는시골교회의종탑을찾아가는길이멀고고독하고험난했다고고백한다.매서운칼바람속에서빛을기다려야했고,때로는이미사라진종탑의잔해앞에서허탈함을느끼기도했다.그렇게수년간모은기록은전시〈공명:울림을보다〉로이어졌고,다시한권의책으로정리되었다.작가에게사진은단순한결과물이아니라,현대인의이기심과집착을가라앉히는하나의구도의과정이었다.이책은단순한촬영결과의모음이아니라,작가가시간과침묵,구조와기억을통과하며얻은사유의축적물이다.

시간과기억을담아내는사진의힘
책의후반부글은이작업의미학적·이론적지평을더욱확장한다.작가는종탑사진을단순한건축기록이아니라,시간과기억,공동체적경험을함께담아내는존재론적증명의장치로본다.한세대가세우고다음세대가수리하며또다른세대가바라보는동안,수십년혹은백년이상의시간이종탑의표면에퇴적된다.사진은그시간의층위를한번에읽어내는거의유일한매체라는것이다.그는롤랑바르트의‘스투디움’과‘푼크툼’을언급하며,종탑의양식과연대,재료는지식으로읽히는영역에속하지만,녹슨철제종방울이나낡아닳은탑줄,비스듬히떨어지는빛같은세부는관람자의마음을찌르는감정적디테일로작동한다고말한다.즉이책의이미지는정보로만읽히지않고,독자의개인적기억과감정속에서다시울리도록설계되어있다.

또한『울림을보다』는종탑을한국근현대사의상처와도연결한다.추천글에따르면작가는일제강점기의금속공출로인해종을빼앗긴채남겨진“침묵의기둥”과,그빈자리를대신했던목종의흔적에도시선을보낸다.그에게종탑은단지예배시설의일부가아니라,시대의수난을견디며자리를지켜온구조물이다.그래서이책에실린종탑들은현재형의풍경이면서도동시에역사적증언물이다.사라져가는지역의기억,점점잊혀지는공동체의시간,그리고근대건축과생활문화의흔적이이사진들속에함께각인되어있다.

현대인이잃어버린영적리듬을다시묻다
서울대학교명예교수손봉호는추천사에서이책이현대인이잃어버린영적리듬을회복하게하는하나의소중한제안이라고말한다.그의해석에따르면,종소리는단순한시간알림장치가아니라,인간을세속의시간너머로불러내는거룩한표지였다.그러나오늘날효율과성과중심의세계속에서우리는물리적시간은더정확히얻었는지몰라도,시간안에서사유하고묵상할수있는영적여백은잃어버렸다.『울림을보다』는들리지않게된종소리를억지로복원하려하지않는다.대신종소리가머물렀던자리,울림이통과했을공간의궤적을시각언어로제시한다.그래서이책에서독자는종소리를귀로듣지않고눈으로보게된다.그감각의전환을통해,잊고지낸묵상의자리로다시이끌린다.

이책은사진집이면서에세이이고,기록집이면서성찰의장치다.화면에담긴수많은종탑은서로다른재료와형태,배경을지니고있지만,한권으로묶였을때그것들은한국적풍경의원형과도같은인상을형성한다.어떤종탑은붉은지붕을얹고있고,어떤종탑은돌과철구조물의형태를유지한채들판과마을의경계에서있으며,어떤종탑은벚꽃사이로,어떤종탑은새벽과야간의적막속에서모습을드러낸다.이다양한이미지들은한대상의형태적변주를보여주는동시에,한국교회와지역사회가오랜시간어떻게서로얽혀살아왔는지를시각적으로증언한다.책장을넘기는경험자체가곧들리지않는소리를따라가는순례처럼구성되어있다는점도이책의큰미덕이다.이미지배열과반복은단순한감상이아니라,공명과침묵의리듬을독자의시선안에새긴다.

『울림을보다』는종교사진에한정된책이아니다.이책은사진,건축,지역문화,공동체기억,근현대사,묵상과영성에관심있는독자모두에게열려있다.종탑이라는구체적대상에서출발하지만,결국질문은더넓은곳으로향한다.우리는지금어떤소리속에서살아가고있는가.사라진울림의자리에무엇을남기고있는가.그리고눈앞의풍경을얼마나깊이바라보고있는가.윤종효작가는이책을통해,늘그자리에있었으나제대로보지못했던존재들에다시시선을돌리게만든다.그침묵의구조물들앞에서독자는자신만의오래된기억과,잃어버린시간의감각,그리고말로다설명할수없는내면의울림과만나게된다.
사진가윤종효의『울림을보다』는결국‘보는책’이면서동시에‘듣게하는책’이다.소리가멈춘시대에,한사진가는침묵속으로들어가울림의흔적을붙잡았다.그결과탄생한이책은오늘의독자에게조용하지만결코가볍지않은질문을건넨다.효율과속도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는,과연아직도어떤울림앞에서멈출수있는가.『울림을보다』는그질문을가장고요한방식으로,그러나가장오래남는방식으로우리앞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