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향한새로운질문과한국의역할
1.중국,새로운질문이필요하다.
한반도에서중국을연구하는사람으로서나는그동안베버가말한‘새로운질문’의필요성을강조해왔다.과거에는한국에서도그리고서구와일본학계에서도중국을서구의대안으로이상화하는경향이분명히존재했다.이때의중국연구는기본적으로중국과서구(미국포함)의메커니즘이서로대립적이다라는전제를깔고출발했다.즉서구가자본주의적·제국주의적·신자유주의적이면중국은그에대한비판적대안일수있다는상상력속에서연구가진행되었다.그러나이제그전제자체가무너진지오래다.지금의미국과중국은표면적으로는체제가다르다고하지만,기술봉건주의,감시강화,기업·국가결합,인센티브기반의통치기술에서놀랄만큼유사해지고있다.둘은더이상‘서로완전히다른세계’가아니다.오히려21세기자본,기술,통치구조의다른버전이라고말할수있다.
2.지정학적경계지대:한반도라는실험장
오늘날한국의지식인이서있는자리는단순히미중패권경쟁의격전지가아니다.이곳은에티엔발리바르(EtienneBalibar)가말한의미에서의‘경계(frontiere)’,즉권력과정체성그리고주권이교차하며재구성되는인식론적장소이기도하다.우리는이경계에서발리바르의이론적통찰을빌려오되,동시에그것을한반도라는특수한맥락으로변형하고재맥락화해야하는과제를안고있다.
발리바르에게경계는단절을의미하는선이아니라,새로운시민권과보편성이실험되는장소다.그러나우리가마주한한반도라는경계는유럽연합의통합적실험과는근본적으로다르다.유럽의경계가주권의공유와통합을향한이행의공간이라면,한반도라는경계는냉전의잔존구조와제국주의에대한기억,그리고민주주의와권위주의가겹쳐진중첩된경계이다.여기서우리는주권이공유되는통합의윤리를찾기보다,주권이독점되고배타적으로작동하는중국의통치모델과어떻게대면할것인지를고민해야한다.
3.복수의동력과문명의한계
서구의영향력이줄어들고중국의‘대안적모델’이부상하는현상은단순한국제정치의힘의이동만이아니라지난수십년동안누적된구조적변화의결과다.미국과서유럽은신자유주의이
후불평등이심화되었고민주주의의내부기반이약화되었으며기술발전이오히려감시와분열을가속하고있다.반면중국은국가주도의기술혁신전략으로빠르게성장했고서구의위기를거울삼아자신들의개발모델과통치구조가더우월하다는내적확신을강화해왔다.문제는현재중국내부에서이확신이거의‘자명한진리’처럼굳어져토론조차불가능한상태에이르렀다는점이다.물론‘중화민족의위대한부흥’과‘중국몽’등민족주의에기반한부국강병추구는중국의입장에서는당연한것일수있다.
4.좌절된질문,마이너리티의소환
한국을비롯한동아시아지식인에게필요한것은‘담론권력’에대한거리두기이다.이문제에서는서구지식인보다한국을포함한동아시아지식인에게는더욱절박하다.우리는그담론의장에서직접적인이해관계자이자,그질서의영향을가장직접적으로받는당사자이다.중국의‘권력담론’을수용하여그‘담론’을재생산하는것은,해당담론이감추고있는위계와권력관계를은폐하는결과를낳기십상이다.한국중국학의역할은권력의언어를그대로가져오는것이아니라,그언어가감추고있는모순을들추어내고그아래에억눌린‘다른목소리’들을증언하는데있다.이는단순히중국담론을거부하는것이아니라,담론의지형을흔들어새로운사유의가능성을여는일이다.
5.중심주의를넘어선주인의식:한국의새로운사유공간을위하여
‘선진국/그레이트파워’로서의한국은중국에대한새롭고리얼한인식이필요하다.중국의이웃국가로서한국은어느나라보다중국을객관적이고냉철하게인식해야한다.한국은더이상추격자가아닌‘선진국/그레이트파워’로서,세계질서를어떻게해석하고그안에서어떤역할을할것인가에대한‘자각적질문’을던져야한다.우리는무엇보다중국의강국화의방향성에민감해야한다.그것은이상화된조공체제와천하주의가아닌중국의현재를구성하는디지털법가-레닌주의라는현대중국의질서를해부함으로써가능해진다(에필로그에서후술).한국의입장에서는미국과중국을똑같다고생각해야한다.미국과중국을똑같은거리에서,똑같은의심과분석으로바라볼수있는시야를확보해야한다.경제성장을토대로G2가된중국은세계질서의변경자,질서수정자가되기를바라는반면,미국은세계최강의자리를지키고싶어한다.선진국한국은양쪽모두를대상화시켜인식할수있어야한다.미·중을대칭적인‘제국’으로인식해야만한국의‘자율적사유공간’을확보할수있다.이것이야말로한국정부와정치,사회가미국과중국과의관계를노련하게풀어나가는기초가될것이다.양국모두국가이익을정체성의정치로포장하며외부가치가개입할여지를차단하고있다.한국은여기에휘둘리기보다두나라의전략을냉정히평가하여주체적인전략적공간을확보해야한다.
이책이지향하는바는단순한지식전달이아니다.우리가가진역사적기억을도구삼아중국을둘러싼환상을걷어내고,그밑바닥에흐르는통치철학의본질을직시하려는지적인시도다.
더나아가중국이라는타자를거울삼아한국이처한현실을냉정하게성찰하고,우리가나아가야할좌표를다시그리려는것이다.독자여러분이마지막장을덮을때쯤,중국을바라보는시선이이전보다조금더선명해지기를,그리고한국이세계라는무대에서어떤목소리를내야할지에대해함께고민하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질문이깊어질때비로소진실에닿을수있지않을까.이제‘중국은왜’라는질문의길에동참해주시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