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 예순의 사막에서, 어린 왕자와 함께 찾은 우물

설명서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 예순의 사막에서, 어린 왕자와 함께 찾은 우물

$19.00
저자

이명숙

저자:이명숙
우리나라최초직업상담원이자직업상담직공무원으로,30년가까이타인의길을안내해왔지만,
정작예순이넘어서야내인생의설명서가비어있음을깨달았다.전남담양지실마을의작은카페‘B612’에서우연히옛친구인《어린왕자》를다시만난날,마음속깊은곳에잠들어있던소년이말을걸어왔다.익숙했던고전의문장들이인생의오후에접어들자,전혀다른깊이로가슴을두드렸다.이제는정답을받아적는삶대신,나에게다정한질문을건네며설명서바깥의자유를누리며살고있다.글을쓰고,해금을켜고,낯선길을여행하며나만의박자로걷는다.1999년「문예사조」중편소설「유리벽」으로등단했고,저서로「내인생쨍하고해뜰날」,「세번째스무살제대로미쳐라」,「60년생이온다」가있다.

목차

문을열며어느날소년이내게말을걸었다2

이책사용법4

제1장내가나에게로돌아가는길9

내가나에게로돌아가는길10
포장이라는이름의갑옷14
계산없는순수한눈길17
증명하지않아도빛나는것들20
별을세수시키는마음24
내안의바오바브나무를거두며28

제2장슬픔을건너는다섯자리31

슬픔의곁에의자를놓는일32
가시돋친말속에살던지독한사랑36
그지루하고도고귀한예의39
서로가누릴하늘을넓히는일42
사랑에다정한쉼표를찍는법45

제3장책임이라는이름의용기49

나를설득하는힘50
나를재판할수있는자격53
있는그대로나를마주하는용기56
부끄러움을마시는사람60
별을세는대신하루를품는사람63
누군가의밤을지켜주는숭고함66
멈추는법을배우는시간70
기록되지않는것들,덧없음이남긴선물74

제4장길들인다는것의무게77

군중이라는사막,단한사람이라는지도78
사막한복판에서마주한생과사81
머무는용기,뿌리내리는삶84
메아리를넘어,당신이라는숲으로87
수만송이속에서,내장미를찾는법90
길들여진다는것93
가장고요하고도깊은동행96

제5장떠난후에도남는것들99

기차에서내려나만의리듬으로100
목마름이라는신의초대장103
사막을건너발견한마음의우물106
마르지않는지혜109
돌아갈이유를지켜주는일112
이별이후의만남114
혼자가아닌존재117
별을품고걷는인생오후120

제6장길위에서만난소년123

문장이나를이끄는곳으로124
다운트북스,햇살속에펼쳐진지도126
노팅힐서점,인연이라는이름의명품130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진실과마주하다134
소년은사라지지않았다138
길위에서배운자유의무게141
머물기위해쓰는사람144
질문앞에서다148

마치며인생의어느오후,소년이건네는인사152

출판사 서평

어느날소년이내게말을걸었다

전남담양,지실마을의작은카페에서오래전헤어진친구를만났다.카페입구에적힌‘B612’라는이름을본순간,가슴깊이잠들어있던기억하나가깨어났다.나의별,나의질문들.
열한살,《어린왕자》를처음만난밤하늘에는별이쏟아질듯가득했다.그이후소년은늘내곁에머물렀지만,시간이지날수록그의잔상은서서히희미해져갔다.가끔그리움에하늘을올려다보기도했지만,어느덧그마저잊은채앞만보며숨가쁘게살았다.문득정신을차려보니예순을훌쩍넘겨,생의한낮을지나온내가거기서있었다.
그날내손에들린건《어린왕자》한권이었다.한때는외우다시피했던이야기였다.
그림만봐도다음장면이선명히떠오르던익숙한이야기.하지만인생의오후에접어들어서야이문장들이다른깊이로다가올줄은,그때는짐작조차할수없었다.
‘B612’에앉아나를가만히들여다보았다.겉모습은어른이었으나속은여전히서툰아이였다.그때소년이가만히다가와물었다.

“어디에서왔어?”

선뜻대답하지못했다.나는어디에서왔으며,지금의나는정말나인가.어쩌면나라는존재의본질은놓아둔채,세상이요구하는빈껍데기만붙들고살아온것은아닐까.불안이밀려왔다.소년은나를빤히바라보며다시물었다.

“너는아직도그안을볼수있어?”

나는눈을감았다.언제부터였을까,그림앞에서상상하기보다해석을먼저찾게된것은.어린시절우리는저마다의시선으로세상을보았다.사소한물건하나에도서사가있었고,상상은곧삶의언어였다.그러나어른이된우리는그림앞에서상상하기보다해석을찾고,느끼기보다정답을요구하며머뭇거린다.소년은내가잊고살았던안쪽의세계를가리키며,세상은눈에보이는것만으로이루어져있지않다고나직이속삭였다.
열한살,나는이책을그저동화로읽었다.사막에떨어진비행사와별에서온소년의신비한만남,그것이전부였다.책장을덮으면별이더가깝게느껴졌고,잠들기전에는내별이어디있을지상상했다.
그로부터50년이흘렀다.같은책을다시펼친예순의나에게,그문장들은더이상동화가아니었다.왕은외로움을,허영쟁이는인정욕구를,술꾼은자기혐오를,사업가는소유에묶인마음을,가로등켜는사람은무명의헌신을,지리학자는기록되지않는것들의가치를묻고있었다.어린왕자가만난어른들의별은,사실내가지나온시간의풍경이었다.
이책은그렇게다시읽은《어린왕자》에대한사유의기록이다.한번은열한살에,한번은예순에.그50년이만든시선의차이가곧이책의내용이되었다.이글이당신의마음에던지는작은두레박이되기를바란다.그리하여소년이내게던졌던질문을당신도꺼내들수있기를.언젠가우리모두소년과눈을맞출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