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관계가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들, 『아보카도』
제15회 동서문학상으로 문단에 발을 딛은 김혜영의 첫 단편집, 『아보카도』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끝나버린 관계, 지나가 버린 시간,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무엇이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들의 선택을 지지한다. 어디선가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감정들이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되살아난다.
『아보카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회복이나 극복보다는 ‘지속’을 선택한다. 무너진 관계를 다시 설명하지 않고, 떠난 이의 부재를 크게 외치지 않는다. 「공가」의 인물은 추락한 삶의 조건 안에서 무기력과 딸에 대한 책임 사이를 오가고, 「박수기정 노을」의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을 뒤늦게 전해 듣고 나서야 애도를 시작한다. “억지로 참지 마. 우리는 충분한 애도를 해야 해.”라는 문장처럼 이들은 참고 참다가 뒤늦은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여덟 편의 소설은 설명보다 관찰을 택하며 관계의 여백과 감정의 밀도를 조금씩 쌓아 나간다.
특별한 장치 없이도 읽는 이를 붙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감정을 부풀리거나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일상의 곁을 따라가며 삶의 수많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어떤 미결의 감정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방식과 닮아있듯, 이 책은 단편소설이 지금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드러나지 않는 감정과 말할 수 없는 관계에 주목하는 이 소설집은 그야말로 동시대 서사에서 주목할 만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아보카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회복이나 극복보다는 ‘지속’을 선택한다. 무너진 관계를 다시 설명하지 않고, 떠난 이의 부재를 크게 외치지 않는다. 「공가」의 인물은 추락한 삶의 조건 안에서 무기력과 딸에 대한 책임 사이를 오가고, 「박수기정 노을」의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을 뒤늦게 전해 듣고 나서야 애도를 시작한다. “억지로 참지 마. 우리는 충분한 애도를 해야 해.”라는 문장처럼 이들은 참고 참다가 뒤늦은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여덟 편의 소설은 설명보다 관찰을 택하며 관계의 여백과 감정의 밀도를 조금씩 쌓아 나간다.
특별한 장치 없이도 읽는 이를 붙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감정을 부풀리거나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일상의 곁을 따라가며 삶의 수많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어떤 미결의 감정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방식과 닮아있듯, 이 책은 단편소설이 지금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드러나지 않는 감정과 말할 수 없는 관계에 주목하는 이 소설집은 그야말로 동시대 서사에서 주목할 만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아보카도(큰글자도서)
$5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