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지 않은 새 (양장본 Hardcover)

날고 싶지 않은 새 (양장본 Hardcover)

$19.36
Description
플라밍고와 파랑새가 서로의 어둠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모양,
슬픔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에는 어떤 사랑이 깃들 수 있을까.
슬픔과 무기력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서정적인 문체와 원화로 주목받는 김강산 작가의 첫 그림책, 《날고 싶지 않은 새》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무기력한 파랑새와 발목에 쇠사슬을 감고 날아다니는 플라밍고를 통해 사랑과 구원에 관해 말한다. 그들에게 슬픔이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처 입은 두 생명이 서로를 구원하는 순간을 단정한 서사와 그림으로 그려냈다.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어 마음의 불씨마저도 꺼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세상 어딘가에 나를 구원할 사랑이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언젠가 그것이 찾아와 내 마음에 깃들 것이라는 막연한 약속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사랑의 얼굴을 다시금 생각하고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사랑은 구원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알게 하는 책이다.
저자

김강산

저자:김강산
그림책을만들기위해모험을하는중입니다.앞으로어떤여정이펼쳐질지두려움과환희가동시에일어납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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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슬픔에는이유가없을수있다

숲은조용했다.파랑새는아무말도하지않는다.다른새들이날개를펴고하늘을갈라도,세상에아름다운것이정말많다는말을들은뒤에도파랑새는움직이지않는다.새로태어났으니날개를펼치지만하면어디로든날아갈수있을것이나파랑새는그렇게하지않는다.어떤새들은그런그를안타까운눈빛으로바라보기도한다.그러나파랑새는늘거기에있다.날고싶지않은이유는없고,날지않아도파랑새의시간은흘러간다.

그냥날고싶지않다는책속의파랑새를오래바라보았다.이유없는멈춤,그리고아무것도하지않는날들이거기에있다.이책은그렇게멈춰있는순간에도그시간을살아가는어떤존재가있다는사실을보여준다.우리가살아가는세상은무언가를성취하며앞으로나아가는것만을삶이라부른다.그러나《날고싶지않은새》는오히려멈춰있는순간에도삶이흘러가고있다는사실에대해생각해보게한다.파랑새는게으른것도,다친것도아니다.그저그렇게태어났을뿐이다.그의숲은그런모양으로태어난그가살아가는존엄한삶의자리다.

《날고싶지않은새》는날고싶지않은이들에게그래도괜찮다고말해주는한통의편지같다.우리는종종이유없는슬픔과무기력앞에서이유를찾지만끝내찾지못해스스로꾸짖고는한다.그러나이책은굳이날지않아도괜찮고슬픔에는이유가없을수도있으며그래도괜찮다고말해준다.날개를펴고날아오르는것만이새로태어난이유의전부는아니다.그저존재한다는것만으로도경이로운일이아닌가.그래서이책을덮고나면어느새마음한편이느슨해진다.그리고생각하게된다.모든생명은존엄하게슬픔과무기력을누릴권리가있다고.그건패배가아니다.그냥삶의방식가운데하나일뿐이다.

함께견디는슬픔

쓰레기통에버려진파랑새를물고날아오른플라밍고는그에게왜날지않느냐고묻지않는다.다른새처럼세상이얼마나아름답고근사한곳인지에대해말하지도않는다.그저곁을지키며함께노을을보고열매를따먹으며바람을맞는다.하지만그럼에도파랑새는날고싶지않았을것이다.다만,그의마음이조금덜외로웠을수는있을것같다.사랑은말없이도마음을덥히니까.그래서어쩌면사랑이라는건우리에게말이라는문명이생기기전부터서로의마음을잇던아주오래된언어같은것이아닐까.말보다먼저존재한그온기는서로를해하거나비난하지않는다.

사람들은종종위로의말을건네고싶어한다.말하는사람의마음을가늠해보면그건누군가를위하는마음일수있겠다.하지만오래된슬픔은그런위로에익숙하지않아서그저말없이곁에있어주는것이더큰힘이될때도있다.두새가함께보내는시간은바로그런침묵을닮았다.그들은서로의어둠속에서불빛을찾지않는다.대신그저곁에있어준다.그러자이상하게도어둠은덜무서워진다.누군가를위로하는마음이라는건바로그런것일지도모르겠다.아물게하려는손길이아니라아물지않아도괜찮다고여겨주는일.아무말도하지않고가만히곁을지켜주는일.그건아주차가운마음에작은온기가되어주기도한다.

플라밍고와파랑새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사랑이라는건결국말이아닌곁을내어주는일임을알게된다.서로를바꾸지않아도,무엇을해주지않아도괜찮다.함께있는시간그자체가이미위로이기때문이다.우리는누구나언젠가파랑새처럼날고싶지않은날을마주할수있다.또누군가의곁에플라밍고처럼조용히앉아있는날도있을테다.그럴때면꼭기억하기를바란다.말이사라진자리에도마음은남는다는사실을.그고요한순간이야말로슬픔을견디는힘이된다.

사랑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

플라밍고의날개는점점희끗해져만간다.한때붉게빛나던깃털은낙엽처럼바닥에떨어진다.그들은말하지않아도서로이미알고있다.헤어질시간이다가오고있다는사실을말이다.하지만파랑새는울거나외면하려하지않는다.잊지않고기억하는방식으로이시간의끝을애도하려한다.어쩔수없는것들은지나가게두어야한다.그리고그뒤는남은이의몫이다.파랑새는그사실을너무나도잘알고있는듯하다.

소란스러운이별이있는반면,아주조용히찾아왔다가소리없이떠나가는이별도있다.파랑새는그렇게작은부리로플라밍고의쇠사슬을들어올린다.그렇게플라밍고가견디었던무게에대해생각해본다.사실그건플라밍고혼자만의것은아니다.파랑새의슬픔과기억,그리고함께견딘어떤무게들은전부플라밍고의마침표앞에존재한다.

이별은어쩔수없다.받아들여야만한다.그러나이별이완전한끝을의미하지는않는다.파랑새가그곳에있는한계속해서이어질것이다.함께보낸시간이그것을가능하게한다.플라밍고가남긴온기는사라지지않고파랑새의날개속에남는다.그리고그것은다시날기위한힘이아니라,누군가를사랑했던마음으로앞으로의날들을살아갈수있게만드는기억의온도다.파랑새의세상은여전히낯설고어둡다.그러나파랑새는더이상외롭지않다.그는천천히숨을쉬며가끔하늘을바라보고,그곳을날아오를결심도하게될것이다.구원은그렇게이어진다.누군가의건넨사랑이또다른마음에서조용히자라나는일처럼,아무설명도필요없는아주단순한방식으로말이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