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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저자:양지윤 1984년전북익산출생.한국외국어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였다.2022년장편소설《무생물이야기》,2024년소설집《나무를훔친남자》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
호텔V의투숙객우리의시간광인과나작가의말
그늘단편선001『호텔V의투숙객』스릴러,판타지,SF,미스터리,문학을고루다뤄오던소설브랜드‘그늘’에서국내소설단편선을기획했다.우리문단에서주목받는작가들의반짝이는작품들을모아차례로선보일예정이다.세상의모습을담은‘문학’이라는거울은우리를비춘다.거기에는그책을읽는우리의삶도,그리고저마다다른에너지를가진젊은작가들의시간역시도담겨있다.장르에상관없이세상의목소리를내는작품이라면무엇이든모았다.한손에들어오는이책은언제어디에서든펼칠수있다.이야기가일상에스며드는동안작은파동이독자들에게전해지기를바라며소설을가로지르는다정한통찰을책의등에담았다.시리즈도서를책장에모아꽂으면힘이있는각각의서사들이모여하나의세계를짓게된다.기본에충실한흑백의이미지는독자들의내면에서조화를이룬다.그늘단편선시리즈는총세편의단편이담긴짧은단행본이다.앉은자리에서단숨에읽을수있지만마음에오래남는이야기들이다.우리일상에깃든,우리를닮은세편의이야기를통해서사를읽는기쁨과즐거움이독자들의마음에가닿기를바란다.기억은그곳에남아있다그곳에이름도,나이도,머무는이유도알수없는한여자가도착한다.그녀는사흘을묵고,일주일을연장하고,또다시일주일을더연장한다.그녀가떠나지않는이유는아무도모른다.직원들역시그녀를궁금해하지만,그녀에대해알수있는정보는한정적이다.이책의표제작인「호텔V의투숙객」은사람의마음에오래머무는기억에관해말하는이야기다.우리는늘어딘가에서기억을안고돌아온다고생각하지만,사실우리가그곳에기억을남겨두고돌아오는것은아닐까.단정한문장들은기억에관해그런물음들을던지며떠난것과남은것들의경계를허문다.낡은해변과호텔사이에는‘머무름’과‘떠남’이라는인간의시간이존재한다.그래서이호텔이라는공간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정지된시간을말하는어떤은유이자우리의기억이반사되는무대가되어준다.그리고그곳에는이름없는이들의사연과감정이쌓여만간다.그렇게이름과감정이쌓여폐허가된공간,그러나양지윤의세계에서그폐허는마냥로맨틱하지않다.대신사라짐의아름다움을말하고,그반복되는이별속에서도미세하게흔들리는인간의감각을포착하는작품이다.자기존재를증명하려는이들의이야기이책은‘머무름’과‘떠남’에관해말한다.예컨대「호텔V의투숙객」의인물은호텔을떠나지못하고,「우리의시간」의인물은가족을기다리며,「광인과나」의두인물은이해받지못한채서로의곁을맴돈다.어쩌면그들이묶여있는것은공간이아니라시간이아닐까.작가는이정지된시간속에서우리가가진결핍과애착을관찰한다.그의인물들은사회적중심에서밀려나있다.낡은호텔의종업원,불완전한가족의아이,그리고카페에서머무는한여자까지.하지만이책은그들을비정상이라고보거나패배자로보지않는다.오히려그들안에서가장순수한인간성을발견하려고한다.상처를지닌이들은타인을더잘이해할수있다.무너져본사람은자신이무너진자리에서누군가를잘품을수있다.이처럼떠나지못하는사람들의이야기속에서이들은연결된다.그래서이책속에펼쳐지는세계에서는관계에대한실패조차사랑의한형태일것이다.『호텔V의투숙객』은인간을낭만화하지않는다.하지만그런와중에포기하지도않는다.살아간다는건상실이없다는의미가아니라,상실이후에도누군가의곁에머물러주는일이아닐까.이소설은그역설을증명한다.그래서책의마지막페이지를덮으면절망대신조용한온기가남는다.우리가살아가는세계의아이러니란바로그런것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