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정말 올까요?

고래가 정말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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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래가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지만,
오늘 아침도 눈을 떠서 끝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제주의 수상한 게스트하우스, 〈동백 아래〉에서 펼쳐지는 치유와 회복의 서사!
할머니가 죽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 이춘자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아홉 ‘승리’는 설상가상으로 머물 곳마저 잃은 채 할머니와 함께 보기로 했던 고래를 찾아 제주로 향한다. 절벽 끝에 몰린 소녀는 자신을 지탱해 주던 유일한 존재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버티기보다 떠나기를 선택한 것이다. 비행기 표를 끊고 수상한 게스트하우스 〈동백 아래〉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의 주인장인 ‘정인’과 이상한 스텝 ‘롭샹’을 만나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며 진정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고래가 정말 올까요?》는 상실과 회복,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의미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극적인 회복이나 치유의 순간을 마주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삶을 대하는 속도처럼 아주 느리게 흔들리고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울 뿐이다. 그건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의 세상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의 부재로 인해 상처 입고, 목표와 함께 자신을 잃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울고 웃는 이들은 때때로 우리가 상처를 입을지라도 그것이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말과 같지 않음을 알게 한다.
고래가 정말로 우리에게 올까? 기다리는 시간 속에 무엇이 도착하고 있는지, 아름답고도 반짝이는 김혜영의 세계를 다시 한번 마주할 차례다.
저자

김혜영

충남태안에서성장기를보냈다.일본도쿄와치바,안산,완주,대전,시흥을거쳐안양에살고있지만늘귀촌을꿈꾼다.제15회삶의향기동서문학상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저자가아닌작가가되고,책이아닌작품을쓰는일은지극히당연해서의심하거나고민할일이아니라고생각한다.존재감은지치지않고계속쓰는일로증명해야한다고믿는다.머릿속의많은부분이소설로채워져있어다른일에는매우서투르다.
저서로는단편집《아보카도》,수필집《철학한잔을마시다》,《더듬듯이》가있다.

목차

한승리
고래를기다려
절망의끝,정인
특별한만남
나마스떼롭샹
잘잤냐는다정한말
이미현
하영지
동백아래에모인사람들
바람

우리아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끝이아니라
남겨진사람의시간속에서계속되는것
우리는가끔죽음을끝이라고말하거나생각한다.그러나남겨진이에게가까운이의죽음이란끝이라기보다는오히려시작에가깝다.떠난사람의시간이멈춘자리에서남겨진사람의시간은더복잡하게얽히고길어진다.《고래가정말올까요?》에는이처럼살아남은이들의연장된시간이계속해서등장한다.유일한가족이었던할머니의죽음,가장기쁜날마주한부모의죽음,먼타국땅에서들려온딸의죽음까지……이러한일들을겪은이들은자신을둘러싼삶의한축이한순간에무너졌다는감각과공포로인해외로움의실체를맞닥뜨리게된다.죽음은한사람을데려가지만동시에남겨진사람이살아가던세계전체의형태를바꾼다.그리고이작품은그슬픔의크기를유쾌하게,그리고치유와가까운방식으로펼쳐보인다.
애도와죄책감은왜늘살아남은이들에게뒤엉켜있는지모르겠다.사랑했던사람을잃었을때우리는슬퍼하는그자체로그치지않는다.왜더잘하지못했을까,왜그때그런표정을지었을까,그사람의삶이그렇게까지고단했는지더깊이보지못했을까,그런뒤늦은질문들을통해죄책감속으로빠져든다.열아홉소녀‘승리’는할머니의노동과가난,몸의소진,그리고끝끝내쉬지못하고모든행복을자신의삶이후로미루어두었던그무게를기억하려애쓴다.상실은사랑의다른얼굴이겠으나그사랑은때때로자신을용서하지못하는방향으로흘러간다.이작품은그잔인한진실을정면에서바라본다.그래서더아프고,더정확하고,더후련하다.
누군가의죽음앞에서사람은왜이리도무력할까.그런데그무력함속에서도왜또살아가야할까.이작품은이러한질문들앞에서섣부르게위로를건네지않는다.대신에일상의모습으로써그질문의답을적나라하게펼쳐둔다.그건어려운철학의언어가아니다.우리가매일마주하는옷감의촉감,차가운방과따뜻한이불,시장의비린내같은것이다.그구체적인감각속에해답이있을것이라믿어의심치않는다.이작품은바로그생활의자리에서죽음을생각하게한다.

다시세상속으로접속해가는느린감각,치유
많은작품이대부분상처를극복의대상으로다룬다.그러나이작품은상처를그렇게쉽고간단한것으로정리하지않는다.할머니를잃은승리가제주에도착한다고해서그슬픔이갑자기달라지지않는다.바다를본다고해서아픔이걷히는것도아니고,좋은사람들을만났다고해서곧장다시살아가고싶어지는것도아니다.이는곧우리가살아가는현실의감정들과도맞닿아있다.그래서오히려이작품은회복이얼마나더디고,얼마나우연에기대며,얼마나비논리적으로찾아오는지를보여준다.때때로‘치유’라는건대단한결심이아니라그저오늘하루를무사히넘기는일에가깝다.모든것을포기하고싶다는생각이사라졌기때문에살아가는것이아니라,그저버티는것이다.이작품은그미세한차이를잘알고있다.그래서회복을낭만화하거나신성시하지않는다.
대신작품이보여주는것은‘다시세상에스며드는감각’이다.차려진밥상앞에서배고픔을느끼는일,낯선침대에서따뜻함을느끼는일,바다를오래바라보다가아주잠깐마음이비워지는순간,그리고누군가의호의가아직도세상에남아있다는사실을마주하는일같은것말이다.그런사소한감각들은언뜻아무일도아닌것처럼보이나사실은무너진존재가다시세상과연결되는징후같은것이기도하다.큰절망은종종언어가아니라작은감각의회복을통해조금씩느슨해진다.살아있다는것은철학적이거나거창한것이아니라그저느끼는문제이기때문이다.밥이맛있고,이불이따뜻하고,누군가의목소리가생각보다상냥하게들리는순간,사람은조금씩삶에더가까워진다.
여기서중요한것은회복이혼자만의결단으로이루어지지않는다는점이다.인간은타인의존재를통해서만다시세계를믿을수있을때가있다.롭샹과정인,그리고〈동백아래〉에모여드는사람들은승리를구원하지않는다.대신곁을내어준다.판단하지않고,과장된위로를강요하지않고,다만함께머문다.회복은바로그머무름에서시작된다.누군가를완전히살릴수는없지만혼자가라앉지않게붙들어줄수는있다는것.이작품이말하는연대는그토록절제되어있고그래서더욱깊다.상실이후의인간에게필요한것은완전한치유가아니라다시사람곁에있어도무너지지않을수있다는경험인지도모르겠다.

계속기다리게만드는존재를사랑하는일
고래는정말승리와이들의앞에모습을드러낼까?이러한기대속에는고래를꼭봐야겠다는소망과고래가오지않을지도모른다는체념이함께담겨있다.여기서고래는승리에게할머니와함께품었던약속의흔적이자,할머니가끝내이루지못한삶의한장면이다.그래서어쩌면그것은죽음너머로건네는승리의마지막인사일지도모르겠다.그래서일까.이작품은고래를단순히희망만으로두지않는다.보이지않아도존재할수있다는말처럼,고래는내내눈앞에나타나지않지만이미승리의삶을움직이고있다.계속해서기다리게만드는존재를사랑하게되는일,그막연하지만놓을수없는마음이야말로삶을계속이어가게만드는이유이지않을까.
‘기다림’이라는건아무것도하지않는상태처럼보이지만,이소설속에서의기다림은오히려가장조용한방식의움직임이라고도할수있겠다.절망의한가운데에서있는사람은거창한미래를그릴수없다.그대신아주작고,멀고,불확실한하나를붙든다.내일도바다에나가보기,오늘은혹시볼수있을지생각해보기,보이지않는것을쉽게없다고단정하지않기.이런태도들은낙관이라기보다삶을포기하지않으려는최소한의마음이아닐지생각해보게된다.완전히믿지는못해도완전히놓아버리지도않는상태,이소설은그연약한지점을정확하게바라본다.그리고그런자리에서기다림은더이상멈춤이아니라다시살아가는방식이되어준다.
고래가정말로오느냐는물음은어쩌면중요하지않을지모르겠다.더중요한것은그기다림속에서주인공들의마음속에무엇이조금씩되살아나는가이다.상실은한사람을무너뜨리지만기다림은그위에시간을다시쌓게만든다.떠난사람은돌아오지않고사라진시간역시복원되지않을것이다.그럼에도사람은기다림속에서이전과는다른모습으로계속살아간다.고래가정말로올까?책속에서그질문의답과고래의흔적을찾아보기를바란다.그러다보면알게될것이다.무언가를잃은이후의삶이란,잃기이전으로돌아가는것이아니라잃은채로살아가는방법을배워가는일이라는걸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