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15.00
Description
오늘날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을 모아 그늘 중·단편선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그늘 중편선 시리즈는 장편소설이 지닌 강렬한 서사와 단편소설이 가진 밀도의 매력을 오늘의 문학 속으로 동시에 되불러 재해석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중편선의 다섯 번째 주자, 《종》은 철저히 이성과 수치만을 추구하도록 교육받는 가상의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우주 저편에서 행성이 소멸하고, 갈 곳을 잃은 외계 생명체들이 주인공(나)의 행성으로 흘러든다. 작고 왜소한 그들이 구사할 수 있는 우리의 언어는 단 하나, “도와주세요.”라는 외침뿐이다. 우리들은 이 이주민을 ‘저니’라 부르며 철저한 무관심과 배척으로 일관한다. 한편 감정적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겉돌던 ‘선배’는 돌연 저니들을 처형하는 감시 부서를 만들자는 제안을 던진 후 흔적도 없이 실종된다. 선배의 실종 이후, 그의 업무를 이어받게 된 나는 선배가 남긴 실험 노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노트 속에서 ‘핀’이라 이름 붙인 실험체들을 숨겨 기르며, 자신의 안위를 걸고 이들을 관찰했던 선배의 거대하고 숭고한 흔적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선배가 증명하려 했던 ‘핀’이라는 종(種)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본 작품은 2025 그늘 소설 원고 모집 중편 부문 선정작이다. 이서도 작가는 SF를 다루고 있음에도 기술적 상상력이나 자극적인 서사에 집중하는 대신 놀랍도록 차분하고 정교한 문체로 인간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주제를 말한다. 서사를 이끌고 가는 호흡 역시 긴장감을 잃지 않고 팽팽하다. 《종》의 세계는 잔인하리만치 차갑다. 오직 효율만을 정답으로 여기며 감정을 배제하는 지배 종족의 모습은 고도화된 자본주의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불감해진 지금의 현실을 서늘하게 비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동시대적 타자의 모습을 포착해낸 매력적인 작품이다.
저자

이서도

2022SF오디오스토리어워즈에서「데드,스투키」로우수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경장편소설『초록안의세계』를출간했다.삶은무엇으로도규정할수없는모호함속에있다고생각하며,뒤엉킨순간을쓰고자한다.

목차

1
2
3
4
5
6
7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늘중편선005《종》
스릴러,판타지,SF,미스터리,순수문학을고루다뤄오던소설브랜드‘그늘’에서국내소설중편선을기획했다.우리문단에서주목받는작가들의반짝이는작품을모아차례로선보인다.세상의모습을담은문학이라는거울은우리를비춘다.그리고이내새로운세상을여는밝은길잡이로독자의마음에자리를잡는다.저마다에너지를가진젊은작가들이삶을꺼내만든이야기가여기에있다.
장르에상관없이세상의목소리를내는작품이라면무엇이든모았다.한손에들어오는이책은언제어디에서든펼칠수있다.이야기가일상에스며드는동안작은파동이독자들에게전해지기를바라며소설을가로지르는다정한통찰을책의등에담았다.시리즈도서를책장에모아꽂으면힘이있는각각의서사들이모여하나의세계를짓게된다.기본에충실한흑백의이미지는독자들의내면에서조화를이룬다.
그늘중편선시리즈는장편소설이지닌강렬한서사와단편소설이가진밀도의매력을오늘의문학속으로동시에되불러재해석하기위해기획되었다.단숨에읽을정도로짧지만짜임새있고,단편소설보다는길기에훨씬정교한서사를선사한다.한호흡으로이어가는서사의힘,이야기의응축된의미가독자에게닿아짧지만오래남는울림을전할것이다.마음을흔드는아름다운이야기가꼭맞는언어를기다리는독자들에게무사히가닿기를바란다.

“무시하라.그것이우리의방법이다.”
오직실리와효율만이전부인세계,
그곳에‘인간’이불시착했다!
주인공‘나’와회사선배가사는행성은감정이사치이자비효율의원인으로취급되는곳이다.실리와이익만이유일한정답인이곳에서선배는종종지나가는동물을향해미소를짓기도하는이상한존재였다.한편,우주너머에서폭발한행성을잃고흘러들어온외계이주민‘저니’.오직“도와주세요.”라는서툰한마디밖에구사하지못해모두가배척하던그생명체들을선배는지나치지못했다.그런선배가사라진후,그가남긴동물실험실과비밀노트를인계받은나는그제야선배가감추고있던거대한비밀을마주한다.남겨진실험동물과비밀을목도한나는견고했던이성에묘한균열을생기는것을깨닫는다.
이행성의그늘에서불시착한저니들은규율대로라면그저무시되고폐기되어야마땅할대상들이다.하지만선배가남긴기록을쫓으며그들의까만눈동자를들여다볼수록주인공은연대라는감정을경험하게된다.실험케이지에격리된저니들은극단적인실험환경에놓여있다.그럼에도한정된식량을나누고,사회를유지할수있는규칙을세워누구도뒤처지지않도록서로를보살핀다.작가는그모습을독자도함께목격하게함으로써고도화된자본주의속에서타인의비극에불감해진우리현실을되돌아보게한다.
선배는비록사회에서낙인찍힌존재였지만,자신보다작고왜소한존재의고통을함께슬퍼하고공감해줄수있는마음이있었다.그마음을비로소이해하게된주인공또한어쩌면철저하게보장된안전함이아니라비효율적일지라도누군가의손을맞잡고온기를나누는삶을바랐던것은아닐까.우리를구원하는것은역시타인을향한작은연민일지도모른다.

‘누구도소외되지않기를바라는마음으로’
생명과연대,하나의선의가만들어내는전염성
《종》은감정과연민을도태되어마땅한유아기적잔재로치부하는가상의외계행성을배경으로한다.선배의실험노트를발견하고그의궤적을추적하는주인공‘나’의시선을따라가는이소설은SF장르를넘어우리사회가잃어버린,어쩌면잃어가고있는타인에대한연민과이해를들추어낸다.
주인공은상처받지않기위해또는사회에서도태되지않기위해타인과거리를유지하며무던한일원으로살아가는존재다.그러한태도는비정한사회에서주인공이택한최선의생존방식이었을것이다.절대깨지지않을것같던주인공의태도와사회적분위기에미세한균열을일으키는것은거대한시스템이아니었다.그것은바로선배의이타심이었다.
이서도작가는약자를외면하는냉혹함에익숙해진사회가누구도죽지않기를바라는누군가의선의로인해조금씩균열이가는모습을속도감있게풀어간다.하나의선의가감염을일으켜주인공의내면을뒤흔드는과정은독자에게엄청난긴장감과몰입감을불러일으킨다.
외계행성이아닌‘지구’라는행성에살고있는‘인간’이라는종은어떠한가.효율을위해서라면감정을뒤로하고타인을방치할수도있는존재이지만,동시에아무런보상이없더라도선의를포기하지않고연대하는존재역시인간이다.끝내결론짓지못한실험보고서에는어쩌면지금현실에서가장큰결핍이나우리종(種)의모순이기록되었을것이다.《종》은우리가지켜내야할가장고귀한가치를다시돌아보게만든다.선배가보여준생명을향한연대는독자들에게도전염되어우리의내면에조금씩스며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