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15.00
Description
오늘날,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을 모아 그늘 중·단편선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그늘 단편선 시리즈는 세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짧은 단행본으로 어디서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우리 일상에 깃든 이야기의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표제작인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은 열두 살에 같은 반이었던 희민과 하영이 성인이 된 후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사랑에는 초등학교 오 학년 교실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결혼을 앞둔 두 사람에게 그것은 자기 존재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건이 되어 돌아온다.
「백설공주와 마녀 이야기」는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 현선에 대한 경화의 감정을 밀도 있게 파고든다. 비교와 수치가 가정과 자녀에게 투영되어 폭발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상냥한 얼굴로 다가오는 현실 속에서 점차 파괴로 나아가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다름 아닌 나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는 건조하고 납작해진 관계 속의 부부, 은주와 용진에게 작은 돌멩이를 하나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참을 수 없이 답답한 마음은 왜일까? 결국 오랜 권태는 용진의 동창 혜진을 통해 덜컥 확장되고 은주가 의식하지 못했으나 사실은 알고 있었던 관계의 문제를 뾰족하게 짚어낸다.
본 작품은 2025 그늘 소설 원고 모집 단편 부문 선정작이다. 백수연 작가는 다양한 선상에 있는 관계에 주목하되 쉽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 현실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실마리를 찾는다. 인물들은 활자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견고하게 굳어진 듯 보였던 내면을 기어이 마주한다. 다양한 인물에 자신을 포개며 언젠가 있었던 경험을 골똘히 떠올리게 하는 마음이 이 소설에 녹아있다.
저자

백수연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교대를 졸업했다.
2022년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다시, 아라비아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와 어린이였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목차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백설공주와 마녀 이야기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그늘 단편선 005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스릴러, 판타지, SF, 미스터리, 문학을 고루 다뤄 오던 소설 브랜드 ‘그늘’에서 국내 소설 단편선을 기획했다.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들을 모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상의 모습을 담은 ‘문학’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비춘다. 거기에는 그 책을 읽는 우리의 삶도, 그리고 저마다 다른 에너지를 가진 젊은 작가들의 시간 역시도 담겨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다. 이야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작은 파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소설을 가로지르는 다정한 통찰을 책의 등에 담았다. 시리즈 도서를 책장에 모아 꽂으면 힘이 있는 각각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짓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흑백의 이미지는 독자들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늘 단편선 시리즈는 총 세 편의 단편이 담긴 짧은 단행본이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일상에 깃든, 우리를 닮은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서사를 읽는 기쁨과 즐거움이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은 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모두가 그 시절을 지나왔다

단편집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에 수록된 백수연의 소설 세 편에는 모두 어린아이가 등장한다. 표제작에서는 두 주인공의 기억을 빌려 초등학교 오 학년 교실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도넛을 잃어버린 강현모와 도넛을 빼앗고 큰소리를 내며 힘을 쓰는 김승철, 그리고 선생님이 쓰러지고 실려 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이다. 희민은 말대꾸하지 않아야 착한 어린이라는 강압 속에서 자라며 함묵증을 앓는다. 하영은 신앙의 힘으로만 병을 이겨내야 한다고 믿는 이단 목사의 딸로 태어나 그것에 반문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어린이다.
「백설공주와 마녀 이야기」에서는 어른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들었다가 위험에 빠지는 다섯 살 하윤과 백설공주 역할을 맡지 못해도 행복한 다섯 살 수아가 등장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준서는 다소 수동적인 어린이다. 성실하고 검소하지만 도통 속을 보이지 않는 아빠와 정성스럽고 지극하지만 매일 조급함을 느끼는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랐다. 준서는 길을 잃고 잠시 실종 상태에 놓인다.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정서적 파동이 아이에게 준 것이 다름 아닌 혼란임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길을 잃은 건 마찬가지
허구의 권리를 가진 어른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은 준서뿐만이 아니다. 소설 속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어른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림자처럼 복제한다.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에 나온 어른의 모습이 그러하다. 현실의 의료시스템을 거부하고 신적 계시를 기다리는 하영의 부모는 끈질기고 맹목적인 자기 신념을 반복한다. 번듯한 정상 가족 구축을 바라며 모진 말을 쏟아내는 희민의 모친 역시 자기 세계에 구속된 인간의 표상이다. 그러나 희민과 하영은 어린 시절의 공포와 족쇄를 어느 정도 끊어낸 인물처럼 보인다. 자기를 둘러싼 사회의 기준을 거절하고 자기 존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애달파한다.
「백설공주와 마녀 이야기」에도 연약한 어른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제비뽑기에 성공하듯 좋은 집에서 태어나 구김 없이 성장한 현선과 엄마의 극진한 희생으로 가난을 물려받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화가 그렇다.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나 점차 망가지는 경화의 부친과 그런 남편을 건사하며 몸이 부서질 듯 일해야 했던 모친의 모습도 영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용진의 지독스럽고 잔인한 침묵을 보여주는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에도 우리는 살며시 마음을 놓아본다. 진실을 두고 대화할 용기는 없지만 여전히 사랑을 기다리는 은주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기어이 마주하는 약속과 헤어짐
그게 사는 것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과거 교실에서 공황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실려 간 담임의 이야기는 희민의 도넛 가게에서 배달 주문을 하는 의문의 고객과도 연결된다. 언젠가 사고가 있어 교직을 그만둬야 했던 그 고객이 희민에게 건넨 오르골은 결국 담임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하영에게 전달된다.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듯 내면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길어 올리는 손길이다.
경화와 현선은 언제나 함께일 듯 붙어 다니다가도 결혼과 같은 큰 일이 한 번씩 지나고 나면 잠시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다시 만나 생활을 공유한다.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신경 쓰며 질투하다가도 결정의 순간에는 그 마음에 공감해 무너지기도 한다. 은주와 용진의 연애 그리고 결혼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뜨거운 고백과 성에 꽉 들어 차는 만족이 없었다 해도 그들의 미지근한 배려와 기다림은 기어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밖에 없다.
그늘의 다섯 번째 단편선,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은 현실의 갈등이 명쾌한 결론으로 맺어지지 않고 인간의 삶에 겹겹이 쌓이는 고민의 축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속에서 불화하고 헤어지겠지만 사실은 알지 못하는 사이 다시 화해해 서로를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백수연은 밀착된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 그 틈의 세밀한 균열을 포착한다. 멀리서 보았을 때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것이, 작가의 세계에서는 하염없이 확대되고 진지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