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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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금숙 시인의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일상성과 구체적 이미지, 사회적 감수성과 내면의 응시를 결합하여 ‘부풀어 오르는 서정’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이 서정은 감상적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기억, 시간과 사랑을 천천히 구워내며 얻어진 숙성의 산물이며, 그 과정을 통해 시인은 자신과 세계를 다시 응시하는 ‘시적 윤리’를 완성해 나간다. 그의 시들은 정주와 유랑, 고정성과 움직임 사이에서 진동한다. 시인은 반복된 일상과 기억, 사랑과 고통에 깊숙이 몸을 담그는 동시에 그로부터의 이탈을 꿈꾼다. 그의 서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빵이 부풀 듯 서서히 발효되는 내면의 시간 속에서 확장되는 존재 인식의 기록이다. 일상의 사물과 장소-빵, 도서관, 산책 등-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자아를 응시하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시집의 중심 이미지 중 하나는 ‘집’과 ‘담’이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자아의 안식처이자 기억의 저장고이며, 동시에 불안과 해체의 전조를 품고 있는 장소다. 「정독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이 감정의 정화와 자아의 정박지로 등장하며, 화자는 자신을 오래 응시하는 장소로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벽이 되어 버린 부인」과 「버려진 집」에 이르면, 집은 기억과 사랑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인 동시에 붕괴와 부재의 상징이 된다. 이 시들에서 집은 더 이상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균열과 공백, 해체의 장소로 나타난다. 「버려진 집」은 소유의 불가능성, 존재의 불안, 공동체의 해체를 상징하며, 시인은 이러한 부재의 구체성을 통해 더 깊은 정동의 층위를 이끌어낸다.
시집 전반에 등장하는 중요한 메타포는 ‘빵’이다. 빵은 서정의 숙성을 상징하며, 감정과 기억, 인간관계 그리고 시 창작의 과정을 은유한다. 「팬닝」에서는 빵 반죽이 감정의 무게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제시되며, 「브레첼」에서는 전쟁 속에서도 따뜻한 빵을 건네는 행위가 연민과 저항, 윤리적 실천으로 그려진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암시하는 이 시에서 빵은 사랑과 공감,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한다. 또한 「몸빵」에서는 시인이 자신을 ‘삼십 년 빵을 구운 사람’이라 칭하며, 시 쓰기의 고통과 인내를 발효와 숙성의 노동에 빗대어 보여준다. 여기서 ‘잘 익은 빵 같은 시’는 감정과 언어, 형식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시의 이상향이다.
이 시집은 정주의 욕망과 탈주의 충동,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감정들을 발효시키는 서정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자아의 변화와 성숙을 ‘숙성된 빵’이라는 이미지로 구현한다.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말은 이 모든 내면적 숙성과 응시의 과정에서 도출되는 자기 인식의 결정이다.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변화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이 시집은, 일상 속의 언어와 정서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아를 발견하는 실험의 장이자 시적 숙성의 기록이다.
저자

서금숙

2019년「시문학」등단
2017년부천신인문학상시부문수상
시집「나는나를오래바라보았다」
부천여성문학회회장역임
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콘텐츠학과문학석사
부천문인협회,현대시인협회회원

목차

1부흰파도를닮은섬을다따오기를

속도60/개밥바라기별/벽이되어버린부인/시계꽃/정독도서관/
그리움은길을묻는다/봄상자/여기,덩굴빵을드릴게요/아리가건네준초록사과/
붐붐/올해도파꽃이피었습니다/강남몽夢/백령도따오기/오란비/팬닝

2부달은물방울을피우는꽃이되었다

무너진것들의노래/모형의자/라이브공연 /맥시칸모자꽃/감정의거품/
홀로그램/첫잠/버려진집/로드킬/벚나무아래/노랑할미새의모닝빵/
신자유주의빵집/츄파춥스신화/아버지의외투/빈티지

3부말이글이되고말발은뛰어간다

카오스의딸/가방안에는낯선길과오랜체온과/몸빵/엄마를부르면오는달,딸/
지금우린아름다운한폭의기억이야/바람을물고오월이피면/의/엄마의무게/
시적낭만/개똥아비의소원/후에야/크루아상은울지않는다/상황버섯/브레첼

4부흰목련이터지기직전처럼

바다를타고드는잠/섬마,설마/어이어이/능이/뜨거운공갈빵/블라인드/
사막의시간/산토리니저녁석양한컷/시작과詩作 /완두은하/프록시마b/
마장호수/이스트의꿈/이내/비단향꽃무/되풀이되는별밤을뒤적이며


해설_안주와탈주사이에서숙성되는서정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서금숙의시는‘살아내기’와‘떠나기’사이의미묘한진동속에있다.그의이번시집『나는나를오래바라보았다』는정주의규범과유랑의욕망사이를부유한다.시인은반복된일상과누적된기억,사랑과고통이라는익숙한자리에깊이몸을담그는동시에,그자리로부터의자유를꿈꾸며탈출을감행하는시적화자를내세운다.이시집은낡은공간과그안에스며든몸의체취,빵이부풀듯숙성되는감정의시간그리고존재의경계를넘어서는시적상상으로가득하다.서정은단지감상에머물지않고구체적이미지와사회적맥락속에서확장되며탈주를위한내면의사유로기능한다.이시집에서시적화자는담과집으로대변되는안주의공간에머물면서도,동시에그경계를넘어서려는탈주의충동을품고있다.마치발효되는빵처럼,화자의내면은시간의숙성과정을거쳐점차부풀어오르며자신만의형태를갖추어간다.
이렇게보았을때서금숙의시집『나는나를오래바라보았다』는고정된공간과움직임의욕망사이에서팽창하는서정의기록이다.시인은일상의소재들이를테면,빵굽기,도서관가기,동네산책하기등을통해존재의본질적질문들을던진다.이글제목의‘숙성되는서정’이란말은단순한감정의과장이아니라,압축된일상속에서서서히발효되어나오는존재의식의팽창을의미한다.시인은안주하고싶은마음과떠나고싶은마음사이에서자신을오래바라보며,그응시속에서새로운자아를발견해나간다.

서금숙의시집『나는나를오래바라보았다』는안주와탈주사이에서발효되는서정의풍경을보여준다.화자는집과담장으로상징되는일상의공간에뿌리를내리면서도,동시에그경계를넘어서려는꿈을품고있다.이러한양가감정은빵이부풀어오르는것처럼시간의작용을통해점차확장되고깊어진다.
시인이보여주는이‘부풀려진서정’은인위적인과장이나감상적몰입이아니라,일상속에서서서히발효되어나오는존재의식의자연스러운팽창이다.이런숙성의시간을통해시인의정신은무거운현실을딛고가벼움과자유로움을향해비상한다.“불꽃으로남을표징”을남기고자하는「홀로그램」에서의언표처럼시인은시가실체없는이미지에불과할지라도,빛의반사속에서진실을남기고자하는시적의지와서정의집념을포기하지않는다.
서금숙의시는안주와탈주,기억과환상의간극사이에서서정의부풀림을시도한다.그것은불안정하고미끄럽지만,언어를통해굽고익히며,삶의질긴감정을건너는숙성의서정이다.숙성된빵이마침내완성되듯,시인의서정도시간과경험의발효를통해고유한향과맛을갖춘성숙한형태로완성되어간다.그리고그서정은다시‘나를오래바라보는’시선으로되돌아온다.이과정은자기를안고,다시자기를떠나는시간속에서완성되는시쓰기의궤도를보여준다.또한이는단순한자기성찰을넘어서,안주와탈주사이에서끊임없이부풀어오르는자아를발견하는과정이기도하다.시인은고정된정체성을거부하고계속해서변화하고성장하는존재로서의자신을받아들인다.그수용속에서진정한자유와해방의가능성이열린다.이시집은바로그가능성의시험장이고그실험의기록이다._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