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12.00
Description
서금숙 시인의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일상성과 구체적 이미지, 사회적 감수성과 내면의 응시를 결합하여 ‘부풀어 오르는 서정’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이 서정은 감상적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기억, 시간과 사랑을 천천히 구워내며 얻어진 숙성의 산물이며, 그 과정을 통해 시인은 자신과 세계를 다시 응시하는 ‘시적 윤리’를 완성해 나간다. 그의 시들은 정주와 유랑, 고정성과 움직임 사이에서 진동한다. 시인은 반복된 일상과 기억, 사랑과 고통에 깊숙이 몸을 담그는 동시에 그로부터의 이탈을 꿈꾼다. 그의 서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빵이 부풀 듯 서서히 발효되는 내면의 시간 속에서 확장되는 존재 인식의 기록이다. 일상의 사물과 장소-빵, 도서관, 산책 등-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자아를 응시하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시집의 중심 이미지 중 하나는 ‘집’과 ‘담’이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자아의 안식처이자 기억의 저장고이며, 동시에 불안과 해체의 전조를 품고 있는 장소다. 「정독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이 감정의 정화와 자아의 정박지로 등장하며, 화자는 자신을 오래 응시하는 장소로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벽이 되어 버린 부인」과 「버려진 집」에 이르면, 집은 기억과 사랑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인 동시에 붕괴와 부재의 상징이 된다. 이 시들에서 집은 더 이상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균열과 공백, 해체의 장소로 나타난다. 「버려진 집」은 소유의 불가능성, 존재의 불안, 공동체의 해체를 상징하며, 시인은 이러한 부재의 구체성을 통해 더 깊은 정동의 층위를 이끌어낸다.
시집 전반에 등장하는 중요한 메타포는 ‘빵’이다. 빵은 서정의 숙성을 상징하며, 감정과 기억, 인간관계 그리고 시 창작의 과정을 은유한다. 「팬닝」에서는 빵 반죽이 감정의 무게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제시되며, 「브레첼」에서는 전쟁 속에서도 따뜻한 빵을 건네는 행위가 연민과 저항, 윤리적 실천으로 그려진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암시하는 이 시에서 빵은 사랑과 공감,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한다. 또한 「몸빵」에서는 시인이 자신을 ‘삼십 년 빵을 구운 사람’이라 칭하며, 시 쓰기의 고통과 인내를 발효와 숙성의 노동에 빗대어 보여준다. 여기서 ‘잘 익은 빵 같은 시’는 감정과 언어, 형식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시의 이상향이다.
이 시집은 정주의 욕망과 탈주의 충동,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감정들을 발효시키는 서정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자아의 변화와 성숙을 ‘숙성된 빵’이라는 이미지로 구현한다.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말은 이 모든 내면적 숙성과 응시의 과정에서 도출되는 자기 인식의 결정이다.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변화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이 시집은, 일상 속의 언어와 정서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아를 발견하는 실험의 장이자 시적 숙성의 기록이다.
저자

서금숙

2019년 「시문학」 등단
2017년 부천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문학석사
부천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회원

목차

1부 흰 파도를 닮은 섬을 다 따오기를

속도 60/ 개밥바라기별/ 벽이 되어 버린 부인/ 시계꽃/ 정독도서관/
그리움은 길을 묻는다/ 봄 상자/ 여기, 덩굴빵을 드릴게요/ 아리가 건네준 초록 사과/
붐붐/ 올해도 파꽃이 피었습니다/강남 몽夢/ 백령도 따오기/ 오란비/ 팬닝

2부 달은 물방울을 피우는 꽃이 되었다

무너진 것들의 노래/ 모형 의자/ 라이브 공연 / 맥시칸모자꽃/ 감정의 거품/
홀로그램/ 첫잠/ 버려진 집/ 로드킬/ 벚나무 아래/ 노랑할미새의 모닝빵/
신자유주의 빵집/ 츄파춥스 신화/ 아버지의 외투/ 빈티지

3부 말이 글이 되고 말발은 뛰어간다

카오스의 딸/ 가방 안에는 낯선 길과 오랜 체온과/ 몸빵/ 엄마를 부르면 오는 달, 딸/
지금 우린 아름다운 한 폭의 기억이야/ 바람을 물고 오월이 피면/ 의/ 엄마의 무게/
시적 낭만/ 개똥 아비의 소원/ 후에야/ 크루아상은 울지 않는다/ 상황버섯/ 브레첼

4부 흰 목련이 터지기 직전처럼

바다를 타고 드는 잠/ 섬마, 설마/ 어이 어이/ 능이/ 뜨거운 공갈빵/ 블라인드/
사막의 시간/ 산토리니 저녁 석양 한 컷/ 시작과 詩作 / 완두은하/ 프록시마 b/
마장 호수/ 이스트의 꿈/ 이내/ 비단향꽃무/ 되풀이되는 별밤을 뒤적이며


해설 _ 안주와 탈주 사이에서 숙성되는 서정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서금숙의 시는 ‘살아내기’와 ‘떠나기’ 사이의 미묘한 진동 속에 있다. 그의 이번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정주의 규범과 유랑의 욕망 사이를 부유한다. 시인은 반복된 일상과 누적된 기억, 사랑과 고통이라는 익숙한 자리에 깊이 몸을 담그는 동시에, 그 자리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탈출을 감행하는 시적 화자를 내세운다. 이 시집은 낡은 공간과 그 안에 스며든 몸의 체취, 빵이 부풀 듯 숙성되는 감정의 시간 그리고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적 상상으로 가득하다. 서정은 단지 감상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이미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확장되며 탈주를 위한 내면의 사유로 기능한다. 이 시집에서 시적 화자는 담과 집으로 대변되는 안주의 공간에 머물면서도, 동시에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탈주의 충동을 품고 있다. 마치 발효되는 빵처럼, 화자의 내면은 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쳐 점차 부풀어 오르며 자신만의 형태를 갖추어 간다.
이렇게 보았을 때 서금숙의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고정된 공간과 움직임의 욕망 사이에서 팽창하는 서정의 기록이다. 시인은 일상의 소재들 이를테면, 빵 굽기, 도서관 가기, 동네 산책하기 등을 통해 존재의 본질적 질문들을 던진다. 이 글 제목의 ‘숙성되는 서정’이란 말은 단순한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압축된 일상 속에서 서서히 발효되어 나오는 존재 의식의 팽창을 의미한다. 시인은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자신을 오래 바라보며, 그 응시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해 나간다.

서금숙의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안주와 탈주 사이에서 발효되는 서정의 풍경을 보여준다. 화자는 집과 담장으로 상징되는 일상의 공간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동시에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꿈을 품고 있다. 이러한 양가감정은 빵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시간의 작용을 통해 점차 확장되고 깊어진다.
시인이 보여주는 이 ‘부풀려진 서정’은 인위적인 과장이나 감상적 몰입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서서히 발효되어 나오는 존재 의식의 자연스러운 팽창이다. 이런 숙성의 시간을 통해 시인의 정신은 무거운 현실을 딛고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향해 비상한다. “불꽃으로 남을 표징”을 남기고자 하는 「홀로그램」에서의 언표처럼 시인은 시가 실체 없는 이미지에 불과할지라도, 빛의 반사 속에서 진실을 남기고자 하는 시적 의지와 서정의 집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금숙의 시는 안주와 탈주, 기억과 환상의 간극 사이에서 서정의 부풀림을 시도한다. 그것은 불안정하고 미끄럽지만, 언어를 통해 굽고 익히며, 삶의 질긴 감정을 건너는 숙성의 서정이다. 숙성된 빵이 마침내 완성되듯, 시인의 서정도 시간과 경험의 발효를 통해 고유한 향과 맛을 갖춘 성숙한 형태로 완성되어 간다. 그리고 그 서정은 다시 ‘나를 오래 바라보는’ 시선으로 되돌아온다. 이 과정은 자기를 안고, 다시 자기를 떠나는 시간 속에서 완성되는 시 쓰기의 궤도를 보여준다. 또한 이는 단순한 자기 성찰을 넘어서, 안주와 탈주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는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인은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 수용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해방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 시집은 바로 그 가능성의 시험장이고 그 실험의 기록이다. _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