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면서 쏟아 놓는 말들 (김선자 시집)

김선자 시인의 시집 『흔들리면서 쏟아 놓는 말들』은 제목부터 삶의 긴장과 해방, 불안과 희망의 이중적 리듬을 담아낸다. 흔들림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흔들림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솟아나는 감각과 언어를 “쏟아 놓음”으로써 삶의 정직한 리듬을 드러낸다. 이 시집은 자연과 일상의 장면들을 따뜻하게 포착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서정적 묘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존재의 본질적 의미와 인간 삶의 지혜를 되묻는 성찰의 장으로 변환시킨다. 나아가 시인은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 동심 같은 순수한 세계의 회복, 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상징하는 희망, 그리고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다시금 순수와 희망의 감각을 회복하도록 이끈다.
자연은 이 시집에서 가장 중요한 스승이다. 「폭포」에서 폭포수에 몸을 맡기는 장면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다시 태어나는 체험을 보여준다. 또한 「그대로의 자연을 입고」에서는 흙과 동거하는 생활을 통해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그 일부임을 드러낸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배우는 수행과도 같다.
또한, 김선자 시인의 시에는 어린아이 같은 동심의 세계가 자주 나타난다. 「봄눈이 오시네」에서 아이들이 함박눈을 맞으며 입으로 받아먹는 장면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순수를 불러온다. 또한 「애기똥풀」에서 노란 모자를 쓴 작은 풀꽃을 ‘소풍 나온 아이’로 비유한 시선은 동심적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순수함과 따스함을 잘 보여준다. 이런 순간들은 독자에게도 잠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어릴 적 맑은 마음을 회복하게 한다.
꽃은 이 시집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다. 「처음의 꽃, 동백」에서 ‘희망이라는 꽃말’은 곧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플라워카페 케이(K)」 역시 움츠러든 일상 속에서도 꽃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인내가 결국 희망을 피우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인은 꽃을 단순한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세상을 밝히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그려낸다.
이 시집 전체에 흐르는 정서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긍정이다. 「아카시아 켜진 길」에서 바람에 실린 달콤한 향기, 「청보리밭으로 멀어지는 사람들」에서 유채꽃과 보리밭이 빚어내는 풍요로운 풍경, 이 시집의 표제작인 「바람길 따라 걷는 코스모스」에서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길을 만들어가는 코스모스는 모두 삶을 긍정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준다. 이 긍정의 시선은 독자에게도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고, 살아갈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김선자 시인의 『흔들리면서 쏟아 놓는 말들』은 흔들림과 불안을 넘어, 희망과 순수, 긍정의 세계를 노래하는 시집이다.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는 인간이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도록 이끌고, 동심적 상상력은 삶의 무게 속에서도 순수의 감각을 회복하게 한다. 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결국 희망을 상징하며, 흔들림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가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밝혀준다. 오늘날 불확실성과 불안이 가득한 사회 속에서, 이 시집은 독자에게 다시금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며, 어떤 꽃을 피우려 하는가?” 김선자의 시는 독자에게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흔들림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언어를 발견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흔들리면서 쏟아 놓는 말들』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문학적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