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와의 해후 (신정모 시조집)

굴참나무와의 해후 (신정모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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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를 읽는다는 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 옛 풍경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신정모 시인의 시조집 『굴참나무와의 해후』는 독자들에게 그런 풍경을 아련하게 떠올려 준다. 이 시조집은 제목 그대로 자연과 인간의 깊은 조우를 담아낸다. 굴참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숯이 되어 불로 정화된 뒤, 다시 인간의 삶을 밝히는 재료로 거듭난다. 이러한 순환과 변용의 과정에서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로 다루지 않고, 삶의 거울이자 지혜의 스승으로 삼는다. 흙을 만지고 불을 지피며, 나무와 돌, 꽃과 곡식에 깃든 생명의 언어를 길어 올린 이 시조집은 자연에 대한 예찬이면서 동시에 노동과 사랑, 자기 성찰의 노래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동의 의미다. 「도요陶窯」에서 시인은 황토를 불에 구워 그릇을 빚는 과정을 출산의 진통에 비유한다. 흙덩이가 불을 견디며 빛나는 그릇이 되듯, 인간 또한 고통을 거쳐야 성숙한다. 불길 속에서 “그늘 없는 빛둥지”가 태어나듯, 삶의 진정한 가치 역시 시련의 불길을 지나야 드러난다. 「돌꽃을 피우다」 역시 망치질과 돌을 다듬는 노동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간다. “아파야 피는 꽃”이라는 구절은, 노동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영혼을 단련하는 수행임을 말해준다. 굳은살 박인 손끝에서 새어 나오는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삶을 조율하는 리듬이자 자기 연마의 기록이다.
자연의 생명력을 찬미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자연은 시인의 눈에 늘 살아있는 존재다. 「맥문동꽃」은 보랏빛 파도처럼 출렁이는 꽃의 생명력을 찬미한다. 시인은 꽃을 “온 누리 기쁨을 주는 존재”라 부르며, 그 안에서 내일을 향한 희망을 발견한다. 꽃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는 꿈의 매개체다. 「숲속에서」라는 작품은 초록 숲의 향기가 시인의 마음을 물들이는 순간을 포착해 보여준다.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자연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장면에서, 시인에게 자연은 존경스러운 스승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정모의 시조에는 공동체적 삶의 온기가 스며 있다. 「파전을 부치며」는 일상의 소박한 풍경을 통해 가족애와 모성애를 보여준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파전은 세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의 은유이며, “소리로 다가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모두의 가슴을 울린다. 여기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의례인 셈이다. 「워낭의 사연」은 한평생 농가의 삶을 지탱한 소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과 생명의 연대를 노래한다. 논과 밭을 갈며 세월을 버텨온 소의 삶은 단순한 짐승의 생애가 아니라, 한 가족과 공동체를 지켜낸 헌신의 역사다.
이 시조집의 백미는 역시 표제작 「굴참나무와의 해후」다. 산골에서 베어진 굴참나무는 숯가마에 들어가 불길을 견디며 숯이 된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숯으로 거듭난 나무는, 인간에게 빛과 열을 건네는 또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시인은 숯을 바라보며 “나이테 바심질 마친 풍경 한 폭”을 본다.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변용의 순환 속에서, 그는 자연과 인간의 숙명을 함께 읽어낸다.
신정모의 『굴참나무와의 해후』는 단순히 자연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 흙과 불, 나무와 돌, 꽃과 곡식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의 체험이 시조 형식 속에 정갈하게 빚어졌다. 이 시조집을 읽는 일은 흙내 나는 들길을 걸으며 바람과 나무에 귀 기울이는 일과 같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자연의 질서 속에서 자신을 갈고닦으며,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되새기는 일이다. 『굴참나무와의 해후』는 바로 그런 삶의 근원을 되새기게 하는 노래다.
저자

신정모

·김제용지출생,전주거주
·전주사범학교,전주교육대학교,방송통신대학교졸업
·교사,교감,교육연구사(도교육청공보실,교육연구원),도교육청장학사,전주중산초등학교교장명예퇴직.
·문학
-시조집『굴참나무와의해후』
-저서『볕뉘오딧세이』(수상작품집),『오륜의거울』(공저오륜재단)
-시조·시:공직문학상(국무총리상),시사문단신인문학상,강원완전공감단시조장원,한국문학상본상,한용운문학상,청명정격시조문학상,전북교육의노래가사당선(작곡나운영)
-수필·수기:보건복지부8만시간디자인에세이최우수상,교직원문예대상,공무원연금문학상,교육부한국어교육수기최우수상등
·포상,표창,수상
-홍조근정훈장,국무총리상,교육부장관상,보건복지부장관표창,국토통일원장관상,대학총장상(서울대학교교육행정지도자과정,호원대학교F-Tour리더양성과정,전주교육대학교모범교사)등.
·한국문인협회,미당문학회,전라시조문학회,시사문단작가회,좋은인연회원

목차

1부땀과아픔을이겨낸삶의선율

도요陶窯/생명의터가꾸는보습처럼/묘박지의망치소리/벽壁앞에서/
폐지의증언/도리깨질/해질무렵/바닥짐/솜이불/황제관람/신부재不在/
굴뚝/굴참나무,강물에서다/껍데기의묵언/여운

2부계절의숨결,기다림의시선

반가사유상앞에서/외면/빨강지도의기억/솔씨의자화/봄동/
꽃바람/기다림/숲속에서/노을/영소營巢/동틀무렵/손신호/억새꽃/ 잔설殘雪/백일홍미개화未開花

3부사랑과그리움을보듬어가는길목에서

부표浮標4호/맥문동꽃/레몬나무를가꾸며/찔레꽃처럼/분홍낮달맞이꽃/
달개비꽃/베갯수繡/연을날리며/‘좀’이사는집/맷돌/파전을부치며/
돌잡이/귀갓길/기도/어버이날의회한

4부세월의흔적,삶의향기를담아

연리지의추억/볍씨속엔/소나기/워낭의사연/빛의행렬/물씨/
대관람차에올라/액자額子/인공지능AI를보다/매미의자리/모닥불/
오광대마당놀이/돌꽃을피우다/악수/원앙을읽다

5부마음과마음을잇는만남의결

굴참나무와의해후/꽃처럼/어떤양사養嗣/천일염의사연/지도를그리며/
끊기자습自習/복조리를걸며/챔질/백학이되어/나비바늘꽃/지지않는잎새/
못줄/인연/부부상夫婦像/봄나들이

6부시간이묶어둔묵음과울림의흔적

조율調律/약속그후/울타리/회선回旋involution을보고/대기번호/
과일들의수다/벼꽃/우듬지의묵언/너럭바위/수숫대의울음소리/
새치의유효기간/먹/땅배에하루를싣고/징을울리며


시조평설_물의시간을거쳐불의시간에서변형의존재
이광소(시인,문학평론가)

시조선평

출판사 서평

시조평설중에서


많은시인들이백자나청자를노래했지만신정모시인은산모를상징하는도요를노래한다.불의힘을지닌도요는산모의생명력을내포하며출산한학을하늘로날려보낸뒤빛둥지로우뚝선다.시「도요陶窯」는예술품을완성하기위한창작의과정을비유한다.학은빛이며“빛둥지”는신정모시인이발견한새로운세계이다.
신정모시인의시조집「굴참나무와의해후」는시조의4음보의운율을잘갖추었으면서도주체를끌고가는사유나승화시키는면에서탁월함을보여준다.산문시조두편도새롭게시도한실험시로서새로운관점에대해눈여겨볼만하다.특히고어나방언을살리면서경쾌한리듬감을주어독자로하여금새로운시세계에몰입하게하는힘이있다.시인의불이미지는우리의기억속에영원히살아있을것이다.
내면세계로들어와심화시킨불이미지는새로운생명을탄생시키는재생과부활의길을밝혀준다._이광소(시인,문학평론가,미당문학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