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 (신앙고백 시집)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 (신앙고백 시집)

$12.00
Description
한혜영의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 시집은 제목처럼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 정직함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삶의 파편을 교리로 봉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세상 시계는 리셋되었다」는 고백(「삶의 리셋」)을 통해, 인간이 견디는 소모되고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의 시간을 은총이 파고드는 구원의 때인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바꾸는 결단의 순간을 기록한다. 이 책의 중심축은 바로 그 시간의 변환, 즉 심장 박동 소리에 초침을 맞추려는(「두 가지 시간」) 내적 전환의 신앙고백이다.
「양철지붕 위의 욕망」은 높이와 열기의 이미지로 신앙과 욕망의 모순을 드러낸다. 달궈진 철판에서 십자가조차 올려다볼 여유가 없는 상태는, 신앙의 시선을 빼앗는 ‘고도高度의 유혹’을 상징한다. 시인은 내려오라 재촉하는 사설의 음성과, 내려갈 생각조차 없는 자기 고집 사이에서 서성인다. 이때 시가 제시하는 길은 ‘승리의 감정’이 아니라 ‘체온의 윤리’다. 발바닥의 통증으로 환기되는 감각의 각성이야말로, 추상적 신념을 구체적 삶으로 접속시키는 카이로스의 입구라는 것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기복 신앙을 단호히 거부한다. 「복을 구하는 자들」은 그 비판을 가장 간명하게 말한다. “복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도… 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 즉 욕망 충족의 중독을 탈각하지 못하면, 신앙은 ‘요술지갑’으로 환원된다. 한혜영은 복을 “하나님 말씀 안에 둥지를 짓고 사는 하루”라는 생활의 규범으로 재정의한다. 같은 맥락에서 「가시나무 세상을 사는 법」은 가시덤불 속 둥지를 트는 새의 은유로, 고난을 회피가 아닌 보호와 성장의 환경으로 재해석한다. 고통의 자리야말로 ‘알을 품는’ 장소인 생명의 준비실이며, 신앙은 그곳에서 “천국까지 훨훨” 비상할 날개를 얻는다.
이 책은 또한 의심과 믿음의 진자운동을 숨기지 않는다. 「경계인의 고백」의 화자는 「달아날 틈을 엿보는 기회주의자」의 자화상을 내놓고, 예배의 시공을 채우는 대신 「헛되거나 나쁜 생각」에 미끄러지는 습속을 고백한다. 이어 「입장 바꿔 보기 1」은 베드로의 서사를 끌어와, 배반 이후의 통곡을 먼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자리’로 재배치한다. 이 전환은 윤리적 죄책감의 과시가 아니라, 의심에서 믿음으로 넘어가는 통로를 여는 신앙교육의 언어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구체적 훈련, 곧 카이로스의 문턱을 통과하는 연습이 시의 정서와 신학을 함께 단단히 만든다.
「거룩한 소수」가 그려내는 겨울 나목의 이미지는 이 신학적 미학을 공동체 차원으로 확장한다. “바알에게 꿇지 않은 무릎”이라는 비전은 ‘다수의 열광’보다 ‘남은 자의 인내’에 가치를 둔다. 신앙을 대중성의 잣대로 계량하지 않고, 눈보라 속에서도 “파란 새순”을 틔우는 느린 시간에 의지하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욕망의 다수를 떠나 거룩한 소수로 사는 법이다.
이 시집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은 신앙을 윤리적 결심으로만 강요하지 않는다. 양철지붕의 열기, 가시덤불의 통증, 민들레씨의 가벼움처럼 흔들리고 미끄러지는 감각들 속에서, 시인은 신앙을 기복의 욕망에서 건져 올려 삶의 지혜와 실천으로 다듬는다. 크로노스의 소모를 카이로스의 결단으로 환승시키는 이 진솔한 시편들은, 의심을 징계하기보다 길들이고, 다수의 열광보다 소수의 인내를 택하며, ‘복’의 허상을 걷어내고 ‘복된 하루’를 찾고 가꾸는 언어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믿음을 살아내는 법을 배우는 작은 기도서에 가깝다.
저자

한혜영

저자:한혜영
충남서산에서출생.1989년『아동문학연구』동시조당선.1994년『현대시학』시추천.1996년《중앙일보》신춘문예시당선.1998년《계몽아동문학상》소년소설당선.
출간한책으로는시집『태평양을다리는세탁소』『뱀잡는여자』『올랜도간다』『검정사과농장』『맨드라미붉은마당을맨발로』가있고,신앙고백시집『하루는믿고하루는의심하는』,동시집으로는『닭장옆탱자나무』『큰소리뻥뻥』『개미도파출소가필요해』『치과로간빨래집게』가있습니다.
그외시조집『뒷모습에잠깐빠졌을뿐입니다』.장편소설『된장끓이는여자』.장편동화『날마다택시타는아이』『뿔난쥐』『영웅소방관』외다수의책이있습니다.
미주문학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동주해외작가상,해외풀꽃시인상,선경작가상등을수상했습니다.

목차


1부교회당종소리를달아오른양철지붕위에서

삶의리셋/양철지붕위의욕망/시간의지성소/두가지시간/기도/
성령에감사하며/날은빠르게저무는데/주님의초청장/거룩한소수/
온전히내편이신하나님/근원의샘을찾아/무게를감당하라/
최악의선택/기도의힘/찬양을위한노래

2부하늘나라영광에당도하기위한네개의수레바퀴

마음의정화조/종말과시작/어디로가는배인가/입장바꿔보기1/
입장바꿔보기2/고집불통의단봉낙타/경계인의고백/생각에대한생각/
말씀의은혜/비운다는것/복을구하는자들/염치없는기도/이런아이러니/
운전대를성령님께/하나님의하사품

3부가시덤불속을드나드는조그만새

존재만으로/가시나무세상을사는법/휘장은찢어지고/필수안경/
생애최고의순간/오만과편견을견딜때의기도문/말씀은흘러야/
이따금하는질문/무심보다의심/혈과육을넘어서가자/귀환의시간/
민들레씨/천국을넘보는사람들/마음의나침반/생명이온다는것

4부좁디좁은무덤속에서무한한자유를

할말없음/안개주의보/말씀도기도도없는세월/사람을낚는어부/
나는무지한자/시름에빠진어부/마라토너가되어/혼돈의21세기/
꽃밭과전도/마지막기차/나는이제야뒤를보네/허비하고탕진하고/
심각한질문/마음의땅/무덤에서의고백

작가의해설_이제야찾아온카이로스시간·135
한혜영

출판사 서평

나는이제크로노스시간을카이로스시간으로바꾸고자합니다.양철지붕위를기어오르던욕망의발목을스스로낚아챌것입니다.욕망을내려놓을때오히려멀리볼수있는혜안이생긴다는것을믿으며한층홀가분한마음으로‘삶의리셋’을선언했습니다.“예수의/목숨값으로받은/그소중한시계를/심장에간직하고도/형편없는/삶을기록했”던,이런탕자에게도돌아갈집이있으니얼마나다행인지요.아버지,거기계셔주셔서너무너무고맙다는인사가절로나옵니다.존재자체만으로아버지는나에게희망이고구원이시니까요.
_한혜영

책속에서

어쩌자고높은곳을포기못하고모순의시간을버티는것일까요

불화살처럼내리꽂히는
땡볕을온몸으로받으면서
-「양철지붕위의욕망」부분

한생명이
태어나는순간의사는시계를본다
그때부터카운트다운에
들어간인생은시간에쫓기는거다
-「시간의지성소」부분

하나님을알지못했을때
내시간은크로노스여서

대부분을시냇물처럼흘려보냈다
-「두가지시간」부분

보이지않아도나뭇가지를
흔드는것이바람인줄아는것처럼
무시로
나를찾아오는것이아버지임을압니다
-「성령에감사하며」부분

봄을향해나아가는나무들처럼
남은자들의발걸음은멈추지않을것입니다
그러다베임을당하면그자리엔
순교의흔적으로
파란새순이불꽃처럼일렁일테지요
-「거룩한소수」부분

살아있어도
살아있는생명이아니었던
당신과내가

예수부활로살아났습니다
-「종말과시작」부분

십자가를우러를때마다
베드로처럼거꾸로매달려죽어있는
나를보고싶다는마음이
간절해지는것입니다
-「입장바꿔보기1」부분

향유는커녕
눈물한방울바치지못한
내가비로소
촛농같은눈물을주께바칩니다
-「입장바꿔보기2」부분

하늘나라영광에당도하기위한
네개의
수레바퀴를만드는시간인거다
-「생각에대한생각」부분

최소한의겸손도없는
나의기도를
여호와께서어찌들으시고
이단단한죄의껍질을
마주쪼아주실까
-「염치없는기도」부분

내영혼을넘보는도둑을지키며
울부짖는소리마저도
그대로찬양이되고기도가되게하소서
-「오만과편견을견딜때의기도문」부분

사는일이참으로외롭구나,
생각하다가

아무리외롭다고
십자가에매달린
예수만이야하겠나싶고,
-「할말없음」부분

말씀의그물을
어깨에걸고세상으로나가
사람낚는어부가되어야겠습니다
-「사람을낚는어부」부분

겸손하게몸낮추고사는
고만고만한
봉숭아,채송화꽃들을성도라고불러보겠습니다
-「꽃밭과전도」부분

당신의십자가로인해
나는
좁디좁은무덤속에서
무한한자유를얻었나이다
-「무덤에서의고백」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