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주의보 (이운파 디카시집)

설렘주의보 (이운파 디카시집)

$14.00
Description
이운파의 디카시집 『설렘주의보』는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잔잔하게 증명해 보인다.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한 한 장의 풍경과 몇 줄의 짧은 시가 만나면, 우리는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초대된다. 꽃의 개화 순간, 낙엽이 계단을 덮는 장면, 돌담 틈에서 피어난 야생화, 눈을 이고 선 나목과 설경처럼, 이 시집의 풍경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말을 거는 존재들이다. 시인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떨어지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라는 낙엽의 인사, 한 번쯤 꽃이 되고 싶었던 잎새의 소망, 보도블록 위에 흩어진 꽃잎들의 “부질없이 뒹구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이 궁금한” 마음을 대신 말해준다. 자연과의 대화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그렇게 사소한 사물들의 속내를 알아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운파의 사진과 시들은 보여준다.
네 개의 부로 나뉜 구성은 한 사람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짜여 있다. 1부 ‘프리즘의 순간’에서 설렘과 사랑, 첫 기억의 떨림이 빛의 스펙트럼처럼 흩어지고, 2부 ‘스케치의 온기’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박수근의 그림, 윤동주의 시와 같은 문화적 풍경이 삶의 배경음악이자 동행으로 등장한다. 3부 ‘채색된 고요’의 장면들에서는 눈 내린 플랫폼, 호미곶의 상생의 손, 나무 그루터기 위에 흩어진 꽃잎처럼 쉼과 성찰의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른다. 마지막 4부 ‘행간의 속삭임’에서는 헌법 전문을 떠올리게 하는 하늘, 오래된 시골길, 나무로 지은 넓은 실내 공간이 나타나 개인의 기억을 넘어 공동체와 윤리, 믿음의 문제까지 사유를 넓혀간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독자는 한 사람의 인생 사진첩을 훑어본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걸으며 그가 바라본 풍경을 나란히 바라보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시집이 보여주는 함께 가는 삶의 여정이란 결국 각자의 고독과 상처를 숨기지 않은 채, 서로의 어깨를 조금씩 빌려주는 동행의 감각에 가깝다.
이 디카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풍경에서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방식’에 있다. 눈 쌓인 기차역 플랫폼을 보며 “먼지 쌓인 아련한 기억 속으로 떠나보자”고 말하는 시인은, 과거로의 회귀를 후회가 아니라 성찰의 여행으로 바꾸어 놓는다.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와 흰 꽃잎, 갈색 낙엽이 함께 놓인 장면에서는 윤회의 이미지를 읽어내며, 시기와 후회의 감정을 존재함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겠다는 다짐으로 승화한다. 나무로만 세운 건축물에서 시인이 발견하는 것은 구조의 미학이 아니라 “못 하나 없이 서로를 껴안은 단단한 믿음”이다. 이렇게 작은 풍경 한 조각에서 삶의 큰 뜻을 건져 올리는 감각이 이 책 전편을 관통한다. 자연 속에 이미 깃들어 있는 질서와 인연, 순환의 원리를 읽어내려는 태도가 곧 이운파 디카시의 미덕이자 미학이다.
『설렘주의보』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를 우리에게 맞춰 내려놓는 책이다. 거대한 담론이나 난해한 수사를 앞세우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장면을 통해 “당신의 하루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나무 한 그루에도 서정과 서사가 있고, 그 서정과 서사를 들으려는 마음이 곧 시인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 시집은 일러준다. 카메라나 핸드폰을 들고 걷는 이운파 시인의 발걸음은 그래서 혼자의 산책이 아니라, 독자를 함께 데리고 가는 동행의 발걸음이다. 자연과 더 깊이 대화하고 싶을 때, 삶의 피로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설렘주의보』는 우리에게 “바라만 보아도 그리운” 풍경 한 장과 그 곁에 놓인 짧은 문장 하나를 내어준다. 그 한 장면이 오늘을 버티게 하는 작은 설렘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이운파

서울출생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문장21」시등단,이효석문학제시부문대상(2009)
에세이문예수필등단,성북구문학제수필부문대상(2010)
원주박경리디카시공모전수상(2024)
주요공모전금상,우수상다수수상(2025)
디카시집「설렘주의보」
《시사불교매너리즘》《중랑신문》이운파의디카시연재(2025)
남명문학동시부분심사위원/K-치안디카시심사위원/서울중랑디카시심사위원등
한국디카시인협회서울중랑지회총괄기획이사
한국디카시인협회기획위원(2026)

목차

1부프리즘의순간PrismMoment

설렘주의보/안녕/잎새의기도/디카시숏폼/내게온너에게/
아무도모르는이야기/멍/그녀가왔다/흔적/기억/어느낯선곳에서/
봄나비/섬/서프라이즈/추억

2부스케치의온기WarmthinSketch

베토벤5번교향곡/화가박수근/윤동주서시/내안의세상/별이빛나는밤/
너에게로간다/함께가는길/황화코스모스길을걸으며/하루/아그네스/
타인들의섬/심장의속삭임/외면/어부바/한남자

3부채색된고요ColoredSilence

이제라도/언젠가는/사과/플랫폼/하얀이야기/역경을이겨내면/
하얀꽃나빌레라/꿈의항해/차마/음악역에서디카시를연주하다/
자유를찾아서/엄지척/잠자리의눈/기도/윤회

4부행간의속삭임WhispersBetweenLines

꽃게가산으로간이유/대한민국헌법제1조/새우잠/ 프로필사진/
이별/건너편에서도/가고싶다/나는내가장미인줄알았어/
고독에관한보고서/바라만보아도그립다/감사/아낌없이주는나무/
못잊어/데모demonstration/사랑리포트


해설
풀한포기바람한점의시편
-김종회(문학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회장)

출판사 서평

해설중에서
시인의감수성과진중한사유思惟가만나면,평범한일상가운데서값있는의미의변곡점을발견하게된다.한장의낙엽,새한마리가내려앉은창변,빗방울이맺힌풀잎같은것들은모양그자체로서는큰개념의변화가없다.그러나거기에시인의눈을더하면세상이유지되고순환하는우주자연의원리가잠복해있음을깨닫게된다.‘작은것이아름답다’라고언표言表하는이유다.마른나뭇가지하나는겨울의침묵을,돌담틈의이름없는풀꽃은연약하지만꺾이지않는생명을표방한다.-김종회(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