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축제 (박우민 디카시집)

존재의 축제 (박우민 디카시집)

$14.00
Description
박우민 시인의 디카시집 『존재의 축제』는 “사진 한 장, 시 한 줄”이 삶의 균열을 어루만지길 바란다는 시인의 말에서 시집의 주제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에서 사진은 단순한 배경이기보다는 시가 태어나는 자리다.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빛보다 먼저 도착하는 마음”이 흔적을 남긴다는 고백은, 이 시집이 단순한 풍경 수집이 아니라 감각이 사유로 바뀌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시인이 시와 사진을 통해 자연과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시집은 1부 「숲이 말을 걸어올 때」에서 출발해 2부 「희망의 여백」, 3부 「너에게 닿는 온기」, 4부 「시간이 남긴 숨결」로 흘러간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촘촘한 정서와 사유의 밀도를 보여준다. 숲과 바람과 빛은 그저 아름답기 때문에 시인의 렌즈에 호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 인간이 숨겨둔 질문들이 반사되어 되돌아온다. 「바람에 서는 법」은 흔들림 속에서 길을 찾는 방식을 읽어내고, 「균형과 절제」는 열매와 잎의 관계를 통해 삶의 무게와 깊이를 다시 재단하고, 자연 관찰이 곧 자기 성찰의 언어로 번역되는 장면들이다. 결국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풍경”이란 말이 이 책에선 수사가 아니라 독서의 조건이 된다. 같은 사진을 보아도 누구는 예쁜 장면만 얻고, 누구는 살아야 할 태도를 얻는다. 이 시집의 작품들은 바로 이 두 번째 태도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시집의 강점은 자연과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보는 섬세한 눈이다. 예컨대 「틈 사이의 계절」에서 ‘총안’의 차가운 돌 틈 사이로 가을빛이 반짝이는 순간은, 폭력이 있었던 자리에 지금은 생명의 빛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우리가 외면해 온 시간과 흔적을 들춰 보이는 증언자에 가깝다. 그래서 4부에 이르면 ‘풍경의 윤곽’이 더 선명해진다. 「택지 조성」은 꽃과 웃음의 기억 위에 철근이 뿌리내리는 장면을 통해 개발이 지워버린 감각의 공동체를 환기하고, 「디지털 정글」은 낙엽 빛깔로 환히 열리는 숲과 ‘길을 묻는 법이 없는’ 픽셀의 바다를 대비시키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묻는다.
무엇보다 이 시집이 디카시의 한 경지를 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지점은, 시가 사진의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데 있다. 디카시는 자칫하면 사진의 캡션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나 박우민의 문장은 사진에 종속되지 않고, 사진이 열어 놓은 여백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빛의 기억」에서 물 위의 햇살이 “쉼표”가 되고, “닿을 수 없는 이름들”이 떠오르는 순간, 사진은 과거를 담는 그릇을 넘어서서 시간의 문장부호가 된다.
박우민의 『존재의 축제』는 자연을 예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시집이다. 자연이 말을 걸고, 우리는 그 말을 알아듣기 위해 잠시 속도를 늦춘다. 그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풍경, 자연과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보는 섬세한 눈이 열어젖히는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세계가 들려주는 말을 단순한 사진의 설명으로 가두지 않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문장으로 바꾸어 데려 온다. 그런 의미에서 박우민의 『존재의 축제』는 디카시가 도달할 수 있는 한 지점을 또렷이 보여주는 예술적 성취를 획득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

박우민

2017년미래시학등단
재영한인문인회회장
한국디카시인협회영국지부장
국제PEN한국본부이사
세계한민족여성재단(코위너)문화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한국서초문인협회회원
시집『바람이그립다』『갈대속으로부는바람』
디카시집『존재의축제』
공저『가온누리』『아하브』『동행』등.

목차

1부
숲이말을걸어올때

명상의숲TheForestofStillness
솟대Sotdae
빛의기억RemembranceofLight
투명한경계TransparentBoundary
바람에서는법HowtoStandintheWind
민들레홀씨TheFlightofaDandelionSeed
미어캣의기원PrayeroftheMeerkat
틈사이의계절TheSeasonBetweentheCracks
균형과절제PoiseandModeration
존재의조건TheConditionofExistence
날개없는새ABirdWithoutWings
쉼TheGentleStop
새벽이오기전BeforetheDawn
아웃사이더Outsider
1,1,2,3,5,8…

2부
희망의여백

말없이멀어지는Partinginquietdistance
때가되면Whenthetimeisripe
바람의두얼굴TheTwoFacesoftheWind
부재의공간TheSpaceofAbsence
그림의떡TheCakeYouCannotTaste
바람이여는길ThePaththeWindOpens
두개의세계TwoWorlds
비상Ascent
항로FlightPath
아바타Avatar
무희TheSilentDancer
당신이듣지못한것TheUnheard
너무빠르게지나가기에TooQuicklyItPasses
원점PointofDeparture
어떤풍경SomeLandscape

3부
너에게닿는온기

옛친구AFriendfromLongAgo
인연BondBeyondTime
말없는언어TheLanguageofSilence
무지개얼굴RainbowFace
숙우CoolingBowl
성탄나무아래의아이들ChildrenundertheChristmastree
가깝지만먼그대NearbutDistantBeloved
타인TheOther
고향Hometown
너의자취TheTraceofTimeGoneBy
케익꽃다발SweetBouquet
노모MyAgedMother
시절친구AFriendofPassingSeasons
보고싶은것만SelectiveVision
돌한개의무게TheWeightofaSingleStone

4부
시간이남긴숨결

설날NewYear
작은친절Agentlekindness
존재의축제TheFestivalofBeing
택지조성Landdevelopment
빛과그림자LightandShadow
재활용품Repurposed,NotReborn
웃음과올가미ASmileandItsNoose
굴절의미학TheAestheticsofBending
먼훗날SomeFar-OffDay
어느가을날SomeDayinAutumn
이름없는인사NamelessGreeting
디지털정글DigitalJungle
가을이보낸편지Autumn’sLetter
한점의우주AUniverseinaDrop


해설풍경을빌려삶의본질말하기
김종회(문학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회장)

출판사 서평

해설중에서


모든경관景觀에는눈에보이는질서와배열이있고,그뒤에숨은보이지않는층위가있다.자연속에흐르는시간,풍경이품은역사,사물에깃든감정,공간의배치가드러내는무언無言의메시지같은것이그렇다.박우민시인은두겹의눈을가졌다.보이는현상뿐만아니라보이지않는본질을포착하는겹친꼴눈길을소유하고있는까닭에서다.이는예술적사유思惟의눈,세계의묵언默言을해석하는귀,심리적이고내면적인통찰의능력등을통해증명된다.
_김종회(문학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