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 (박수진 시집)

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 (박수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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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보들레르에게 파리가 있다면 박수진 시인에게는 성수동이 있다. 박수진의 시집 『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는 감각적인 도시의 표정을 시로 옮겨놓은 시집이다. 성수동은 흔히 가장 인기 있는 유행의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박수진 시인의 『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가 그린 성수동의 모습은 좀 다르다. 이 시집에서 성수동은 오래된 공장과 붉은 벽돌의 기억, 재개발의 먼지, 골목의 생활 흔적, 한강의 물빛, 연무장길의 활기, 성수역을 빠져나오는 젊은 발걸음이 한데 어우러지며 오늘의 도시를 가장 생생하게 증언하는 무대가 된다. 시인은 이 변화무쌍한 공간을 예민한 감각으로 포착하고 경쾌한 언어로 표현하여, 성수동이라는 장소를 하나의 살아 있는 시적 풍경으로 다시 탄생시킨다.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도시적 서정이다. 박수진의 시는 세련되고 발랄하다. 가볍게 튀어 오르는 문장, 빠르게 장면을 전환하는 호흡, 리듬감 있게 밀고 나가는 말의 속도는 오늘의 도시를 닮아 있다. 그래서 독자는 시를 읽는 동시에 걷고, 건너고, 올려다보고,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하게 된다. 성수동의 골목과 카페, 팝업스토어와 강변, 예술 공간과 시장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 편 한 편의 시 속에서 빠른 템포로 살아 움직인다. 도시를 배경으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박동 자체를 언어의 리듬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 시집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런 감각적인 것에만 있지 않다. 화려한 상점과 브랜드의 불빛 아래에는 오래된 노동의 시간과 생의 애환이 오버랩되어 놓여 있다. 성수동의 현재를 이루는 것은 유행과 트렌드가 지배하는 소비문화이지만, 또 한편 오랜 시간 이곳을 지탱해 온 사람들의 삶과 기억도 함께 하고 있다. 박수진은 그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집의 성수동은 ‘핫플레이스’라는 한마디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생업과 예술, 속도와 고단함, 젊음과 상처가 한꺼번에 공존하는 장소, 바로 그 복합적인 얼굴이 이 시집을 더 깊고 더 풍성하게 만든다.
이렇듯 『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의 힘은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성수동을 소비의 공간, 유행의 거리, 젊은 세대의 놀이터로 기억하겠지만, 박수진은 그 위에 오래된 시간의 퇴적층을 덧입힌다. 성수동의 현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공장과 시장과 골목과 강변이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 이루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그의 시는 자주 환기해 보여준다. 그리하여 독자는 이 시집을 통해 성수동을 지금 가장 ‘핫한’ 동네로만 보지 않고, 시간이 예술이 되고 기억이 풍경이 되는 장소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것은 지역을 기록하는 시의 성취이면서, 동시에 도시를 읽는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는 성수동을 이미 아는 독자에게는 미처 보지 못한 내면의 풍경을, 아직 그곳을 걷지 못한 독자에게는 한 번쯤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설렘을 제공한다. 빠르고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세련되면서도 삶의 결을 놓치지 않는 시들로 가득 찬 이 시집은 오늘의 도시를 사랑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시의 한복판에서도 서정이 얼마나 젊고 활기 있게 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성수동에서 만나요』는 성수동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 시간과 사람과 감각의 파동을 가장 경쾌한 시의 언어로 만날 수 있는 시집이다.
저자

박수진

30년간교직생활
12회공무원문예대전우수상수상
중랑신춘문예장원수상
월간문학신인작품상수상(2016년)
시집「산굼부리에서사랑을읽다」(교양시집선정2020년)
「우리,성수동에서만나요」(2026년)

목차

1부오래된시간이서사가되어

한강에는다리가많다/서울숲으로가는길/대림창고/그오래된서사/
슈즈리나/굿즈/짜이마시기좋은날/동죽칼국수/어느커피가게의서사/
사라진섬/붉은벽돌/보들레르는성수동을걷는다/향수에대한서사/
디올매장/한강의밤/성수동재즈/한강의발원지

2부켜켜이쌓인시간이예술이되는곳

강엔설탕이/성수전략지구/골목길의미학/원조팝업스토어/센강보다한강/
성수역3번/한강바지선위수상법당/성수동의물고기/장사의신헤르메스/
디저트헤르메스/악어백/녹색가계부/뚝섬의추억/유월의정원/처녀의벽/
왜고래는바다로갔을까/성수에서만나요 /버스커/뚝섬만세운동기념비앞에서/
왕을지키는남자/키네틱아트

3부잠깐번개가치고다시밤이오는

모로코의염소/문/바람에도그리움이깃든다/외딴집/
사과/장미/큰가슴/마두금을켜요

4부푸른핏줄로사랑의시를쓰는

빚/매의사랑/자작나무를그리다/세탁기/방/투구게는헌혈중/ 엄마의농담/
목욕탕삽화/나비잠/늘생의신인이다/길/랩으로쓰는심청전


풍경

풍경하나
풍경둘
풍경속으로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