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목숨 (최선주 시집)

화려한 목숨 (최선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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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선주 시인의 『화려한 목숨』은 한 사람이 지나온 생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회상과 성찰의 기록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젊음의 빛, 사랑의 기억, 가족과 이웃의 얼굴, 떠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소환한다. 그 과정에는 회한도 있고, 자기 연민도 있으며, 오래 견딘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담담한 자기 긍정도 있다. 삶은 어느덧 많은 것을 잃은 뒤의 시간이 되었지만, 시인은 그 상실 속에서 오히려 생명의 찬란함을 발견한다.
표제작인 「화려한 목숨」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어다. 여기서 화려함은 세속적 성공을 뜻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이 누군가의 가족, 연인, 친구, 이웃으로 살았다는 사실, 그리하여 누군가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는 사실이야말로 목숨의 화려함이다. 최선주의 시는 바로 그 평범한 존재의 눈부심을 조용히 일깨운다.
1부의 시편들은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얼굴과 삶의 무늬를 불러낸다. 노년의 목숨, 나이 듦, 유언, 부고, 정치와 시대의 풍경 등이 시인의 사유 안에서 하나의 생명 감각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사라짐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라짐의 품격을 생각하고, 삶의 허망함을 알면서도 살아 있음의 온기를 놓지 않는다.
2부에서는 계절과 자연이 삶의 거울로 등장한다. 꽃, 나무, 바람, 눈, 비, 노을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생의 이치를 일깨우는 존재가 된다. 피고 지는 꽃에서 떠남의 품격을 보고, 흔들리는 바람에서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읽으며, 노을빛 속에서 저물어가는 생의 색감을 받아들인다. 자연은 시인에게 위로이자 깨달음의 자리가 된다.
3부는 인연과 그리움의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먼저 떠난 사람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랑, 부모와 친구와 오래된 기억들이 시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난다. 상실은 살아남은 자의 마음속에서 계속 울리는 현재의 감정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 그리움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움을 통해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과 자신을 이루어온 시간을 확인한다.
4부의 시편들은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고독, 상실, 신앙, 우울, 저녁기도, 숨 고르기 같은 제목들이 말해주듯, 시인은 남은 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딜 것인가를 묻는다. 더 많이 갖기보다 더 깊이 바라보고, 더 크게 말하기보다 더 조용히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가 이 시집의 후반부를 지탱한다.
이 시집을 읽으면 노년이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회한이 깊지만 어둡지만은 않고, 자기 연민이 있으나 자기 긍정을 향해 나아간다. 시인은 생의 덧없음을 알기에 남은 순간을 더 귀하게 바라보고,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기에 지금 곁에 있는 인연을 더 따뜻하게 품는다. 이 시집이 독자에게 전하는 감동은 “그대의 목숨은 화려하다”는 다정하고도 엄숙한 선언에서 온다.
『화려한 목숨』은 나이 듦의 쓸쓸함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실 이후에도 생은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선주 시인은 떠나간 것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 빈자리가 오히려 삶을 깊고 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한 사람의 목숨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가 남긴 사랑과 기억과 흔적은 오래 빛난다. 이 시집의 감동은 바로 그 조용한 깨달음에서 온다. 삶은 허망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귀하고, 목숨은 사라지지만, 그렇기에 더욱 화려하다.
저자

최선주

1998년TheNationalLibraryofPoetry,Editor’sAward
2005년미주중앙일보신춘문예시부문등단
2006년문예춘추제8회신인문학상
2010년해외문학시발표
시집『미시간애비뉴』『화려한목숨』
수필집『타관객지에서꾸는꿈』
자기계발서『멋있는남자,사랑많은여자』
번역서『아가페사랑의길』
현재시카고거주

목차

1부동시대인

그여자/노년의목숨/꽃의품격/나에게/나이60/나를위한기도/내인생의오월/
독재가있는풍경/부고/상수常數/상여/새날/새해를맞는여정의도상에서/
세상살아가면서1/세상살아가면서2/세상살아가면서3/세상살아가면서4/심사心思/
아내/여자나이삼십/여로旅路/영상/영혼치료사Psychotherapist/우정/유언Epitaph/
우리의바람은/절박한사람의활시위는짧다/정치政治/중년/타협/초반전初盤戰/
하말티아/한세대/화려한목숨1/화려한목숨2

2부계절따라

군자란/구절초차를우려내며/날씨흐림/내리는눈/내뜨락의나무/뒷모습/
린프레드와이너리의구월/바람이불어가는곳/바람이불어지나치듯/바람의얼굴/
봄빛하루/설빈雪賓/비내리는날/순간그리고영원/새들의분수대/11월의나무/
새벽녘/오동나무꽃/인테리어색감/은혜恩惠/자연의병기/하늘에서눈꽃날리네/
해득解得/해저물무렵

3부인연이있기에

가나안/고아孤兒가된즈음에/그대라는나/금기Taboo/그리움이돌아와서/낙서/
나이들어가며/멀미/마지막엽서/마이발렌타인/도박/미끄러진접시는바닥에내려꽃잎이되고/
사랑이미안하네/별곡크레센도/생의끝자락에서/성묘/세상을위하는일/주소/
어떤부음/집중/오랜기억/유혹/일기/포엠Poem/칙명勅命/추모/처음본그녀

4부일상을살아가며

고독2020/그래,괜찮다!/난제/내가되고싶은사람은/마음이흐르는길/마음의집/
본향本鄕길/백수白手/비내리는카페/비둘기/상실/순리/숨고르기/신앙信仰/
이면의진실/우울이비처럼내릴때/영혼의강/작은꽃/저녁기도/전제/전생의비유/
파수꾼연가/평일하루/하늘에서온편지/하이힐을신는이유/회갑날풍경


해설_찬연한생명의날들과반성적성찰의시
김종회(문학평론가,전경희대교수)


시집을닫는글

출판사 서평

해설중에서


최선주의시집화려한목숨은첫시집이나온후19년에이르도록그사유思惟의진수眞髓를묵혔다가,한층깊고넓게성장한시세계를시현示現한시집이다.

‘화려한목숨’은어의語義그대로강렬하고치열한삶을예표한다.거기에는격렬한경험이나강인한열정,그리고불퇴전의의지같은개념들이복속되어있다.그러나문학적분위기로읽어보자면강렬하지만어쩌면덧없는인생을환기하기도한다.시인은그대상을두고“기억에서만만나지는이름들”이라고규정했다.그들은대개“이땅에서다시볼수없는사람들”이다.시인이판별하는그들은“세상에남겨질업적이나공헌,빈부귀천”과는무관하다.누군가와관계지어진“그저한인간”으로그목숨이화려하다는것이다.사뭇획기적이고독자적인인생론이다.

찬연한생명의날들과그에대한반성적성찰을공들여보여주는이시집과더불어,앞으로시인의삶과문학이더활달하고복된내일을열어가게되리라믿으며이를위해기도한다.
_김종회(문학평론가,전경희대교수)


시집을닫는글


“목숨만큼화려한것은없네.천산을헐어서하해를메꾼다해도목숨이비어있는자리는메꿀도리가없어….”(최명희,『혼불』3권중에서)

‘목숨’뒤에붙은예상치못한형용사가뜻밖에도가슴을치고들어왔습니다.목숨이화려하다는표현은얼마나절묘하고도적절한가요.‘화려하다’는말은대개환하게빛나는아름다움이나호사스러운분위기,혹은화려한경력을표현할때쓰입니다.하지만세상그어떤것으로도대체될수없는존재의자리,이간절한목숨을달리어떻게표현할수있을까요.

유년시절부터품었던미지의세계에대한동경과젊은날막연한그리움의근원이,사실은제생의어딘가에서함께했던‘목숨들’이었음을깨닫게된것은상실을경험하고난후였습니다.갯벌에바닷물이들어오듯불현듯생각속으로밀려드는,상실된목숨과관련된기억들은한결같이가슴한구석이아스라이내려앉는듯한멀미를동반하곤합니다.그것이제게는간절하고도절절한그리움의본체로다가옵니다.

갈피없는마음을갈무리할수있는곳,바로시가있는자리입니다.시를읽고쓸수있었기에외로움이호사가되고,고독이자유로승화되는세월을보낼수있었습니다.첫시집을낸후19년만에두번째시집을엮기까지,삶의여정에서함께해주신모든귀한인연에감사를드립니다.어디에살고있던언제고다시마주할수있다는기대와소망을품게하는가족,친지,삶의스승님,그리고친구들모두에게두루감사함을전합니다.

고국을떠난지사십년이된처지에다시시집을내는일은엄두조차내기쉽지않았습니다.김종회박사님의따뜻한격려와신실한도움이없었다면거의불가능한일이었음을이자리를빌려고백합니다.지인의소개로인사드렸던20여년전의첫만남이후로한결같이따뜻하고부드러운격려를보내주신문학의스승님.고국을떠나사는이방인이자문학을전공하지않은변방인임에도차별없이인도해주신은혜에깊이감사드립니다.

늘감사한마음이면서도제대로내색하지못했던,시카고에서활동하시는배미순시인님께이자리를빌려정중히감사를올립니다.그리고신정순작가님,고맙습니다.

흩어져있던글귀들을예쁘게묶어주신도서출판상상인관계자분들께도감사합니다.이번인연이귀하게이어지기를기대하며,귀사의번영을기원합니다.


2026년5월
최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