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마주칠 것 같은 날 (송이현 시집)

한 번쯤 마주칠 것 같은 날 (송이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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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이현의 시는 가까운 일상의 순간에서 출발한다. 산책길에 스치는 나무 사이의 바람, 텔레비전 화면 속 낯선 사람의 사연,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꺼내 든 시집,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안부의 말, 밥상과 옷가지와 화분과 빈집의 냄새 같은 것들이 이 시집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시인은 이 평범한 장면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일상 속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의 파문을 붙잡아,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흔들고 다시 세우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일상은 매일 반복되는 삶의 자리이면서도 동시에 그것은 기억이 되살아나는 자리이고, 상처가 감지되는 자리이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자리이다. 시인은 벚꽃이 피고 지는 시간 속에서 관계의 어긋남을 읽고, 낡은 구두와 빈 가게와 밥이라는 말 하나에서 삶의 쓸쓸함과 온기를 동시에 발견한다. 「안부」에서 “식사는 하셨나요”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와 몸과 마음을 살피는 깊은 염려가 된다. 이처럼 송이현의 시는 너무 익숙해서 지나치기 쉬운 말과 사물들 안에 숨어 있는 정서의 무게를 섬세하게 끌어낸다.
특히 이 시집의 미덕은 사유와 감성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시인은 슬픔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슬픔이 머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 속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말없이 오세요」의 비워 둔 자리, 「강 건너 두 사람」의 고요, 「위로해 주고 싶은 날」의 사라진 가게와 빈자리, 「향기가 사라진 자리」의 들기름 냄새와 비보는 모두 삶의 결핍을 드러내면서도 그 결핍 속에 남아있는 사람의 온기를 놓치지 않는다.
송이현 시인의 시선은 자기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자신의 일상에서 출발하지만, 곧 타인의 삶과 사회적 현실을 향해 나아간다. 예를 들어 「소리로 동참하기」에서는 윗집 공사 소음을 단순한 불편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소리 속에서 한 노동자의 하루를 듣는다. 또한, 송이현의 시에는 노년의 시간과 생의 후반부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이 있다. 장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반복되는 하루, 퇴직 이후의 쓸쓸함, 부부 사이에 남은 침묵, 늙어가는 몸과 마음의 변화가 여러 작품 속에 놓여 있다. 예컨대 「모서리를 잃는다」에서 파도에 부딪혀 각을 잃은 돌들이 더 많은 기억을 품게 되는 것처럼, 이 시집의 화자도 삶의 부딪힘 속에서 조금씩 단단하고 부드러운 존재로 변해간다.
무엇보다 이 시집은 ‘문득’의 시학을 보여준다. 무엇인가를 보다가, 듣다가, 읽다가, 떠올리다가, 시인은 그 순간 마음속에 일어나는 미세한 흔들림을 놓치지 않는다.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시를 필사하다가 마음이 흔들리면 시를 쓰고, 산문을 읽다가 감동하면 또 시를 쓰며, 영화를 보고 오래 생각에 잠긴 날에도 시를 썼다는 고백은 이 시집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이 시집을 읽는 일은 한 사람의 생활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곳에는 벚꽃과 쑥, 밥과 전화, 시집과 도서관, 빈집과 화분, 낡은 구두와 낙엽, 노동자의 소음과 어머니의 안부가 있다. 그것들은 모두 사소해 보이지만, 시인의 시선 안에서 삶의 깊은 표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시집의 시를 읽으면 평범했던 일상이 문득 우리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빛으로 바뀌게 된다.
저자

송이현

고흥 출생
서울 디지털 사이버 대학(상담심리학, 사회복지학 전공)
김유정 기억하기 산문부문 우수상(2022)
청계문학 등단(2023)
강원일보 시니어문학상 산문부문 우수상(2023)
시집 모든 만남은 이별을 품는다(2025)
한 번쯤 마주칠 것 같은 날(2026)
산문집 그녀가 내게로 왔다(2025)
끝내 오지 않은 사람(2026)

목차

1부 나는 네 모든 일상의 배후
눈을 깜빡이지 않는 목격자

나무 사잇길/ 보리피리 섬/ 비가 오지 않는 마을/ 사람이 없다/ 말없이 오세요/
춘천, 내 마음의 고향/ 소리로 동참하기/ 아침마당을 시청하며/ 시집 한 권 삼천 원/
말랭이 마을을 아시나요/ 앓고 난 나무들

2부 예전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강 건너 두 사람/ 그 남자의 돌탑/ 그녀는 아닌 척합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모자의 비밀/ 목회자의 생수 배달/ 그래도 되는 사람/ 퇴직한 남자/ 부부 전선/
위로해 주고 싶은 날/ 안부

3부 마음은 자꾸 어긋나지만
그 틈새에 서로 감싸는 마음이 숨어 있다

너를 볼 수 없는 운명/ 너의 과거 시간 여행/ 엇나가는 사랑/ 조용한 질투/
모서리를 잃는다/ 그도 가 버린다/ 노란 리본/ 연민의 만찬/ 첫사랑 같은 그리움

4부 나는 건너지 못할 물가에 서서
건너편 불빛을 오래 바라본다

소식을 전해 다오/ 노병은 죽지 않는다/ 예고 없이 오는 손님/ 목격자/
둥지 없는 새/ 거미집/ 잿빛 하늘에 불티/ 우리의 껍데기/ 슬픔/ 침묵/
잠든 시집/ 향기가 사라진 자리

5부 폭풍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수많은 주인공들을 숨 쉬게 한다

가라지 속의 진실/ 거짓이 진실입니다/ 금을 캐는 소년/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너튜브/ 민들레 꽃씨처럼/ 고비 사막/ 쉽게 쓰여진 시/
은밀하게/ 지구가 기우뚱하다/ 폭삭 속았수다/ 매화/ 폭풍 속 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