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고요한 것은

밤이 고요한 것은

$16.00
Description
고요히 소멸하며 타자를 감각하는 존재들,
응시의 윤리로 직조된 여덟 개의 이야기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명진 작가의 소설집 『밤이 고요한 것은』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집은 우리가 익히 아는 목소리가 아닌,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에 천착한다. 작가는 이질적이거나 주변부에 있는 존재들을 향해 다가가고,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 자신을 조용히 놓는다. 이 소설집은 그렇게 말 많은 서사가 아닌, 들리지 않는 감각을 감지하고자 하는 문학적 태도에서 시작된다.
표제작 「밤이 고요한 것은」은 이러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밤이 고요한 것은」은 돌발성난청을 앓는 화자가 이웃의 돌연한 죽음을 마주하며 세계의 불안을 감각하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균열과 침묵의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돌발성난청으로 인해 감각의 단절을 겪는 주인공은 공공도서관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며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삶은 점점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흔들리는데, 다세대주택 위층에 사는 분홍 여사가 사라졌음을 인지하면서 화자는 세상의 고요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을 감지하게 된다. 밤이 고요한 것은 어쩌면 들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많은 신호가 겹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세계가 소음이 아닌 침묵의 밀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예민하게 환기시킨다.
이러한 태도는 소설집 전반을 관통한다. “답례 없는 순수 증여”로 존재를 구성하는 인물들, 삶의 가장자리에 머물며 끝내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는 인물들, 연약함을 껴안고 스스로를 비워가는 인물들이 각 작품 속에 조용히 놓여 있다. 수록작 「장귀자 아카이빙」은 특히 이 소설집의 핵심 문제의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기란이 ‘장귀자’의 생애를 기록하며 타자의 삶을 조명하는 아카이빙 서사로, 사라져가는 존재의 흔적을 담담하게 복원해 낸다. 작가는 이를 ‘말하지 않고, 중심에 서지 않으며, 타자의 삶을 조용히 감각하는 태도’로 표현한다.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사라지는 쪽에 가까운 이들을 향한 시선이 머물며, 다만 타자의 몫을 감각하는 자의 윤리를 정초한다.
이 외에도 소설집에는 다양한 삶의 변두리에서 고요히 존재를 감당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산책」은 병든 아내를 홀로 간병하는 노년 남성의 고독한 일상을 그린다.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을 스스로 끊는 그의 선택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조용한 결단으로 그려진다. 「모자」는 과거 인연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집을 나서지 못하는 ‘나’의 정서를 다룬다. 고립된 삶의 무게로 나와 타자 간의 관계를 응시한다. 「미조」는 과거 동료 ‘미조’의 죽음을 상기하며, 공동체의 상흔과 죄의식이 시간의 틈에서 되살아난다. 「그들의 내력」은 조카의 죽음을 계기로 오랜 침묵과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야기다. 장례식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눌러두었던 가족 간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며, 각자의 내밀한 내력이 서서히 드러난다. 「마술이 필요한 순간」은 중년 여성 화자가 연극을 시작한 딸과의 교감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서사다. 세대 간의 소통과 재생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포착한다. 「불면」은 갱년기의 불면과 감각 과민 속에서 고립감을 견디던 주인공이 대낮에 오작동으로 울린 화재경보음을 계기로 불안을 선명히 감각하고 일상의 위태로움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그린다.
『밤이 고요한 것은』은 드러나는 이야기보다 드러나지 않는 감각에, 중심이 되는 인물보다는 중심을 비껴 선 존재들에 집중한다. 이 소설집에서 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말의 여백, 침묵의 결, 그리고 사라져가는 존재들을 향한 조용한 감각이다.
고요히 밤을 견디는 사람들, 끝내 고요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들, 하지만 그들의 몫을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조심스러운 시선. 홍명진 작가는 말없이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단단하면서도 조용한 문장으로 응답하고 있다.
저자

홍명진

저자:홍명진
2001년전태일문학상을수상하고,7년간직장생활을이어가다2008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2년사계절문학상대상을수상하며청소년소설도쓰고있다.
장편소설『숨비소리』『미스조』『우주비행』『타임캡슐1985』『앨리스의소보로빵』,소설집『터틀넥스웨터』『당신의비밀』『고래를기다리는일』,산문집『엄마가먹었던음식을내가먹네』외청소년소설『콤플렉스의밀도』『조용한식탁』『세븐틴세븐틴』등다수의공저가있다.백신애문학상,우현예술상,김용익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마지막산책7
밤이고요한것은41
모자75
미조111
그들의내력147
마술이필요한순간179
불면211
장귀자아카이빙245

해설
급진적무기체되기를거쳐충동이이끄는무상의증여로281
양재훈(문학평론가)

작가의말308
수록작품발표지면311

출판사 서평

홍명진작가의소설집『밤이고요한것은』이출간되었다.이번작품집은우리가익히아는목소리가아닌,잘들리지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감각에천착한다.작가는이질적이거나주변부에있는존재들을향해다가가고,그들이머무는공간에자신을조용히놓는다.이소설집은그렇게말많은서사가아닌,들리지않는감각을감지하고자하는문학적태도에서시작된다.

표제작「밤이고요한것은」은이러한태도를상징적으로드러낸다.「밤이고요한것은」은돌발성난청을앓는화자가이웃의돌연한죽음을마주하며세계의불안을감각하는이야기를통해,일상의균열과침묵의진동을섬세하게포착한다.돌발성난청으로인해감각의단절을겪는주인공은공공도서관에서단기계약직으로일하며불안정한삶을이어가고있다.삶은점점예기치않은사건들로흔들리는데,다세대주택위층에사는분홍여사가사라졌음을인지하면서화자는세상의고요속에숨어있는불안을감지하게된다.밤이고요한것은어쩌면들리지않기때문이아니라,너무도많은신호가겹쳐있기때문인지도모른다.이작품은세계가소음이아닌침묵의밀도로구성되어있다는사실을예민하게환기시킨다.

이러한태도는소설집전반을관통한다.“답례없는순수증여”로존재를구성하는인물들,삶의가장자리에머물며끝내중심으로나아가지않는인물들,연약함을껴안고스스로를비워가는인물들이각작품속에조용히놓여있다.수록작「장귀자아카이빙」은특히이소설집의핵심문제의식을가장분명하게보여준다.주인공기란이‘장귀자’의생애를기록하며타자의삶을조명하는아카이빙서사로,사라져가는존재의흔적을담담하게복원해낸다.작가는이를‘말하지않고,중심에서지않으며,타자의삶을조용히감각하는태도’로표현한다.존재를드러내기보다사라지는쪽에가까운이들을향한시선이머물며,다만타자의몫을감각하는자의윤리를정초한다.

이외에도소설집에는다양한삶의변두리에서고요히존재를감당하는인물들이등장한다.

「마지막산책」은병든아내를홀로간병하는노년남성의고독한일상을그린다.세계와의마지막연결을스스로끊는그의선택은,존엄을지키기위한조용한결단으로그려진다.「모자」는과거인연의부고소식을듣고도집을나서지못하는‘나’의정서를다룬다.고립된삶의무게로나와타자간의관계를응시한다.「미조」는과거동료‘미조’의죽음을상기하며,공동체의상흔과죄의식이시간의틈에서되살아난다.「그들의내력」은조카의죽음을계기로오랜침묵과갈등이다시금수면위로떠오르는이야기다.장례식장이라는한정된공간에서눌러두었던가족간의감정들을마주하게되며,각자의내밀한내력이서서히드러난다.「마술이필요한순간」은중년여성화자가연극을시작한딸과의교감을통해삶을돌아보는서사다.세대간의소통과재생의가능성을따뜻하게포착한다.「불면」은갱년기의불면과감각과민속에서고립감을견디던주인공이대낮에오작동으로울린화재경보음을계기로불안을선명히감각하고일상의위태로움과마주하게되는순간을그린다.

『밤이고요한것은』은드러나는이야기보다드러나지않는감각에,중심이되는인물보다는중심을비껴선존재들에집중한다.이소설집에서말은중요하지않다.중요한것은말의여백,침묵의결,그리고사라져가는존재들을향한조용한감각이다.

고요히밤을견디는사람들,끝내고요속으로사라지는존재들,하지만그들의몫을기억하고기록하려는조심스러운시선.홍명진작가는말없이남겨지는것들에대한윤리적책임을,단단하면서도조용한문장으로응답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