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12.00
Description
섬이 어디 있다는 거야?
내가 될 너밖에 안 보이는구나“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진 바다의 노래
삶의 고통과 희망을 길어 올리는 허유미 시인의 첫 시집
허유미 시인의 첫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가 걷는사람 시인선 130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온몸으로 경험한 삶과 역사, 그리고 그 속의 여성들을 담아낸 기록이다. 해녀들의 물질과 제주 4·3 사건, 제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시적 언어로 새롭게 태어난다.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시집 속 제주가 ”평면의 풍경이 아닌 우리 모두가 연루되어 있는 삶의 세계“를 담고 있으며, ”제주의 바다와 바람, 제주의 언어와 삶의 양식 그리고 역사적 사건이 그물처럼 얽힌 삶의 세계“를 보여 준다고 평했다.

바다라는 삶의 터전
허유미의 시에서 바다는 단순한 자연을 넘어선다. 바다는 그 자체로 삶의 무게와 투쟁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시인은 해녀들의 삶을 통해 바다가 ”바다 외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수평선으로 가자」)는 진실을 응시한다. ”바다로 뛰어드는 불굴의 투지를/투자로 바꾼 자는 영웅이 되어/바다를 바닥처럼 내려다본다”는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의 구절처럼 시는 물질을 통해 삶의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겪어 내는 존재들을 묘사하며, 자본의 논리가 삶을 덮어 버린 현실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시인은 “뿔소라는 수족관에 오래 두면/뿔이 사라져 버린다”는 「뿔소라 편지」의 구절을 통해 안온한 삶 대신 거친 바다에서 “견디고 애쓰는 힘”을 배우며 단단한 ‘뿔’을 돋우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처럼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는 삶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시집이다.

혈연을 넘어서는 어멍의 연대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의 가장 중요한 정서적 축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 그리고 이를 확장한 ‘모성 공동체’에 있다. 시인은 모성이 단순히 숭고한 관념이 아니라 고통과 쾌락, 애정과 증오가 뒤섞인 양가적이고 비균질적인 사건임을 보여 준다. 「게우젓」에서 어머니가 아픈 자식에게 먹일 게우젓을 먼저 자신의 입에 넣는 행동은 모성 안에 숨겨진 강렬한 생의 욕구를 드러낸다.
이러한 모성은 혈연의 경계를 넘어선다. 시인은 “불턱”에서 서로를 ‘어멍(어머니)’처럼 품어 주는 해녀들처럼, 4·3 사건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는 공동체의 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모여 사네 가만히 들여다보니 서로의 의심과 미움 눈물이 모여 마을을 받치고 있네”라는 「빌레못굴」의 구절은 상처 입은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만들어 내는 단단한 연대를 보여 준다.

고통을 딛고 피어나는 희망의 기록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연대’는 “오늘을 넘겨주면 내일을 넘겨받는 숨”(「끝없는 바람」)처럼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이다. 시인은 “발이 헛디뎌 넘어져도/푸른 물 밖을 벗어나지 않는”(「신비스러운 고독」) 삶의 안전망으로서의 모성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자식이자 어머니가 되어 서로를 돌보는 삶의 그물을 짜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유미의 시는 모든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희망을 제시하며, 우리가 삶을 살아 내는 매 순간이 곧 역사와 사랑, 그리고 치유의 과정임을 묵직하게 증명한다.
저자

허유미

제주모슬포에서태어나2016년《제주작가》신인상과2019년《서정시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청소년시집『우리어멍은해녀』,공동시집『시골시인-J』가있다.

목차

1부어멍속말들어보라
숨비소리

뿔소라편지
게우
첫물질
제주이다
상가
바다는누가올려다보나
증언
불턱
날설어올적
소라통조림공장
겨울의속도
물속품
엄밧동산서녘밭
빌레못굴
보리익을때면멜철이다

2부희망은부끄러운적이없다
여름비
다섯살섬
슬픔은부력을잃지않는다
ᄃᆞᆺ추렴하는날
느영나영
언니가온다
전복죽
백중사리
게우젓
밭담
제주새천년북한감귤보내기
제주호
나의다락이었네
난바르물질
할망손지

3부바다는봄소라를기억하고
무리는세상에서가장큰고독
엄마는나를바다로기억했다
소꿉놀이
엇갈리는말
행복
마정
물끼
봄바다
성게
움딸
신비스러운고독
상선약수
통개신방
4월의사과

4부수평선으로가자
오름떡볶이
난파후
퇴물해녀
수평선으로가자
아이스아메리카노
끝없는바람
마방목지
길안에길
브로콜리
안전의힘
하품
그림자시인
예고편

해설
모두의어머니이자딸인당신에게
-장은영(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