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그 바아압

빗물 그 바아압

$12.00
Description
걷는사람 테마 시선 15
권일혁 『빗물 그 바아압』 출간

30여 년간의 노숙 생활,
흉터와 굶주림 속에서 터져 나온
삶 그 자체의 언어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테마 시선 시리즈로 권일혁 시집 『빗물 그 바아압』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30여 년 동안 거리와 쪽방촌을 떠돌며 노숙인으로 살아온 시인의 삶에서 길어 올린 언어다. 서울역 등지를 거점 삼아 방황하던 시인은 성프란시스대학의 노숙인 인문학 과정을 통해 시를 만나고, 수천 편에 달하는 습작을 쏟아내며 마침내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빗물 그 바아압』이라는 제목은 시인의 발음 그대로 옮겨 쓴 말이다. ‘밥’이라는 단어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체온과 의지를 담았고, 시인은 그것을 그대로 발음하고, 그대로 적었다. 이 시집에는 문법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표현들도 날것 그대로 실려 있다. 고쳐 쓰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그가 쓴 시는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그의 삶의 언어 자체였기 때문이다.
“걸레가 되어 간다/(중략)/찬란한 걸레가 될 때까지”(「걸레」)라고 노래하는 그의 시는 고통을 단순한 비탄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삶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언어는 쓰라리면서도 빛나고, 절망을 통과했기에 더욱 강렬하다. 「빗물 그 바아압」에서 그는 배식 줄에 서서 “빗물 반 음식 반 그냥 부어 넣는 것”을 기록하면서도, 그 속에서 여전히 살아남아야 하는 생명의 본능을, 그리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이 책은 총 5부 80여 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역」, 「쪽방촌 사람들」, 「노숙자」 같은 작품들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그러나 동시에 「걸레」, 「밥처럼 살자」, 「꽃의 질문」과 같은 작품들은 고통의 자리를 넘어서는 인간적 존엄을 길어 올린다. “아프다는 것, 간절한 필요를 배우는 시간”(「아프다는 것」)이라 적은 구절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시는 고통조차 배움의 자리로 전환한다.
권일혁의 시가 특별한 것은 그 언어가 철저히 현장의 언어라는 점이다. 그의 시는 거창한 수사가 없다. 문학적 기법보다는 말의 리듬과 감정의 온도가 먼저 온다. 그는 누군가를 대변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몸으로 겪은 굶주림, 외로움, 차별, 절망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하지만 그 언어는 ‘증언’에 머물지 않고, 어느 순간 노래로 치환된다. 『빗물 그 바아압』은 기록과 시, 현실과 상징,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현장이며, 동시에 경계 밖의 삶이 문학 안으로 들어오는 사건이다.
『빗물 그 바아압』은 권일혁 시인의 첫 시집이자, 그가 언어로 세워 올린 집 그 자체다. 누군가는 고정된 주소와 우편함을 집이라 부르겠지만, 이 시집은 언어로 지은 집이며, 누구든 머물 수 있는 집이다. 시인은 말한다. “성곽이 필요 없는 모두의 평화의 궁전을 짓자”(「평화의 궁전」)고.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집을 만나기를 바란다. 『빗물 그 바아압』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이 도시의 뒷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귀중한 기록이자, 우리 문학이 더 많은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다. 30여 년간 경계 밖에서 살아온 이의 기록이자, 문학을 통해 삶의 존엄을 다시 확인하는 사건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삶이 이제 한국 문학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이며, 동시에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목소리다.
저자

권일혁

저자:권일혁
1952년3월28일부산에서태어났다.중학교를중퇴하고30여년간거리에서살았다.성프란시스대학에서노숙인을위한인문학과정을수료했다.

목차

1부햇빛속에서도어둡다

무인도
걸레
존재의방
생의무게와길이
빗물그바아압
자살회상
해담아마시는노래
아프다는것
갈대숲
빌딩숲
지금은
독백
죽음의가치
머릿고기
승리자
서울역

2부이리가나저리가나가야할길이라면

친구
동행
짜디짠노래
놔요
후회없이싸워라
스스로
연어
생사의기로
어둠처럼
실망
자서전
그렇게죽으리
우리집으로간다
신이여
왕권
축하인사
소명

3부이세상어디에도갈곳이없을때

평화의궁전
숨쉬기
반겨줄사람
보인다
차별
찬란한기쁨
그리운난장판
봄날
옛노래
눈사람
잘떠났어
쪽방촌사람들

그언덕위작은방
죽은자에대한회상

4부고독해눈물흘려보지않은자몇이나되겠는가
0
눈위에쓴글씨
설날전야
편지
어떤설날
고함
역사의진정한주인은
역사
응시
동행자
배고픈갈대
쪽방촌의명절날
아픔의환희
밥처럼살자

5부청춘의재속에불씨가남아있는것일까

첫눈
자유는나의감옥
울음
추억
노숙자
모든길은종착점으로달려간다
목소리
가호가있기를
위선과배신
못부친편지
매일매일이
괜찮아요
꽃의질문
걸레속에는무슨기적의씨앗이있을까
살아간다는건

발문-박경장(문학평론가)
해설-김응교(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책은총5부80여편의시로구성되어있다.「서울역」,「쪽방촌사람들」,「노숙자」같은작품들은가장낮은자리에서의현실을적나라하게담는다.그러나동시에「걸레」,「밥처럼살자」,「꽃의질문」과같은작품들은고통의자리를넘어서는인간적존엄을길어올린다.“아프다는것,간절한필요를배우는시간”(「아프다는것」)이라적은구절에서알수있듯,그의시는고통조차배움의자리로전환한다.
권일혁의시가특별한것은그언어가철저히현장의언어라는점이다.그의시는거창한수사가없다.문학적기법보다는말의리듬과감정의온도가먼저온다.그는누군가를대변하려하지않는다.대신자신의몸으로겪은굶주림,외로움,차별,절망을그대로꺼내놓는다.하지만그언어는‘증언’에머물지않고,어느순간노래로치환된다.『빗물그바아압』은기록과시,현실과상징,절망과희망이교차하는현장이며,동시에경계밖의삶이문학안으로들어오는사건이다.
『빗물그바아압』은권일혁시인의첫시집이자,그가언어로세워올린집그자체다.누군가는고정된주소와우편함을집이라부르겠지만,이시집은언어로지은집이며,누구든머물수있는집이다.시인은말한다.“성곽이필요없는모두의평화의궁전을짓자”(「평화의궁전」)고.
더늦기전에,더많은사람들이이시집을만나기를바란다.『빗물그바아압』은우리가쉽게지나치는이도시의뒷면을고스란히담아낸귀중한기록이자,우리문학이더많은목소리를담을수있다는가능성의증거다.30여년간경계밖에서살아온이의기록이자,문학을통해삶의존엄을다시확인하는사건이다.어디에도소속되지못했던삶이이제한국문학의한자리를차지하는순간이며,동시에우리가외면해온사회적현실을정면으로마주하게하는목소리다.


시인의말

우리는모두죽음의가치를채워가는존재들
-「죽음의가치」부분
세상이몽땅제울분의안방이겠지

안타깝고불쌍한인간아
어디서굴러와어디로가느냐
-「서울역」부분
어디쯤에왔는가알수조차없네

기약없는꿈이여
-「실망」부분

2025년가을
권일혁


추천사

30여년을거리노숙인으로살아온선생님에게죽음은때론삶보다유혹적인갈림길이었을지도모른다.어떤구속으로부터도자유로운삶을살았으나어디에도소속되지못했던경계밖의삶.스스로짓고스스로지고다녔던자유라는감옥속에서선생님이자신의존재를증명할수있는유일한길이라고선택한것이글길‘시’였다.

‘권일혁시인.’선생님인생에서사회적으로처음공인된호칭이다.나는막나온시집을들고권시인께달려갈것이다.마음병을앓고있는시인의환우들앞에서시인대신몇편의시를낭독할것이다.넘어질때마다십자성이되었다던시인의어머니계신곳을향해창문을열어시집을올려놓고시인대신큰절을올릴것이다.
-박경장(문학평론가)
이시집에는그만의체험이없으면쓸수없는구절들이보석처럼빛난다.병들고배고파더이상기어갈힘도소진되어병든쥐새끼로헐떡거리는그때눈치빠른노숙인이종이컵에물을따라왔을때“그거룩한손찬란하고찬란한신비의종소리”(「찬란한기쁨」)라는구절은경탄할만하다.밑바닥에서죽음의지경을넘어선그만이쓸수있는놀라운구절이다.자신만의체취로대한민국의밑바닥을드러낸이시집은기억해야할작품집이될것이다.

드디어그는시로지은집을지었다.이시집이그의집이다.이시집을읽는당신은‘권일혁시인의궁궐’에놀러오신손님이다.자신만의오롯하고고유한단독성을갖고있으면서도,타자를배척하지않고,타자의상처까지도포옹하는보편성(universality)으로지은튼실한‘평화의궁전’이이시집이다.
-김응교(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