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

$12.00
Description
“나도 모르게 내 투명한 면을 꺼내고
당신은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으로 내 문장을 오밀조밀 다듬는다“

대신할 수는 없지만, 함께할 수는 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느슨한 연대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 서로의 통증을 ‘대신’하지 않되 ‘나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시절 속삭이듯 시를 나누던 작은 모임에서 출발해, 십 년 넘게 서로의 지옥과 골방을 읽어 주며 숲을 이룬 문학동인 ‘공통점’. 그들의 첫 동인 시집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가 걷는사람 시인선 131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개별 시인의 고유한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느슨한 연대’라는 공동의 감각으로 확장되는 집합적 시도의 기록이다.
공통점은 “타인의 삶과 고통에 대한 공감을 차단하지 않고 문학을 매개로 연대하겠다”는 약속에서 출발했다. 이름 그대로 ‘공-통점’(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통점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탐색하며, 시를 읽고 쓰고 엮는 일을 꾸준히 이어 왔다. 이번 동인 시집에는 여덟 명의 시인이 다섯 가지 주제(▲공통점과 차이점 ▲1990년대생의 정체성과 경험 ▲서로에게 부치는 시 ▲비경험 세대로서의 5·18 ▲기후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를 각각 맡아 쓴 작품들을 차례대로 엮었다. 시편 뒤에는 시인이 직접 쓴 짧은 산문이 이어져, 작품에 담긴 생각과 공통점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함께 전한다. 이 독특한 편집은 시와 산문이 교차하며 독자에게 한층 입체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추천의 말도 각별하다. 김소연 시인은 공통점의 작업을 “미래에서 날아온 시집 같다”고 평하며, “두터운 과거를 선명히 되살리고 미래를 경유해 부메랑처럼 현재로 되돌아오는 언어들”이 만들어 내는 유유(幽幽)하고 단단한 공동의 결을 주목한다. 나희덕 시인은 공통점을 “시가 내준 질문과 숙제를 포기하지 않는 학생들”,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나눌 수는 있다고 말하는 드문 우정의 친구들”이라 부르며, 십여 년의 시간이 ‘지옥과 골방’을 ‘정원과 숲’으로 바꿔 온 과정을 증언한다. 서로의 고통을 통해 새로운 통점을 발견해 나가는 이들의 시도는, 동인이라는 오래된 문학적 전통 속에서 새롭고도 단단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해설 「느슨한 연대를 향한 통각」에서는 이 시집의 핵심을 ‘연대의 기술’에서 찾는다. 김원경은 공통점의 시들이 모임·만남·기다림의 장면을 통해 “완전한 이해나 일치가 아닌, 어긋남과 지연 속에서” 성립하는 연대를 보여 준다고 읽는다. 말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자리에 머뭇거리며 앉아 있는 태도, 섣부른 위로나 확신을 보류하는 침묵, 서로의 박동에 맞추어 ‘함께 기다리는’ 시간. 이 느슨한 윤리가 바로 공통점이 실천해 온 연대의 몸짓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과거의 상처를 복원해 돌보는 뜰을 만들고(기억의 재배치), 때로는 각자의 믿음과 생각이 다름을 인정한 채 같은 동작을 수행하며(함께 있음의 리듬), 끝내 “우리는 무엇이든/어떻게든”(이서영, 「여름 환영」) 서로의 곁에 머물고자 하는 약속으로 나아간다.
동인을 대표해 기획자 윤소현은 이렇게 고백한다. “함께 시를 쓴다는 건 형용할 수 없던 슬픔을 자신만의 언어로 써낼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 주는 이들이 있다는 의미”라고. 공통점은 환대와 보류, 응답과 기다림 사이를 건너며, “조금 늦더라도 나란히 걸을 때까지” 서로를 기다려 온 공동체다.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는 단지 동인이라는 형식의 복원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대신’하지 않되 ‘포기하지 않는’ 문학의 윤리, 개별에서 공동으로 건너가는 언어의 형식, 불길한 미래를 향한 믿음을 오늘의 시어로 갱신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관계의 실패와 간극을 숨기지 않고 시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성립하는 현대적 연대의 감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완결이나 일치가 아닌, 겹침의 순간들……. 그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같은 통점이 된다.
저자

문학동인공통점

저자:문학동인공통점
공통점은대학시절함께시를쓰던작은모임에서시작되었습니다.문학을읽고쓰고엮는일을이어오다지금은다양한예술프로젝트를만들어가는유기적인문학공동체로활동하고있습니다.‘공-통점’이라는이름에는타인의삶과고통에대한공감을차단하지않고문학을매개로연대하겠다는지향점이담겨있습니다.문학을통해타인의아픔을들여다보면,우리는그사람으로살지않았어도살아낸것같은마음이듭니다.이러한연대와공감을통해새로운통점들을발견해나가고자합니다.

김도경
2021년《아시아》신인상으로등단하였다.심훈문학상수상시집『숨과숲의거리』를썼다.여름을아주오래견디고있다.

김조라
일러스트집이자초단편소설집『무등산수박등』을썼다.효천로를지날때임암교에서서대촌천을본다.

김병관
시연재물「가우시안블러」를연재하였다.자주헤매는사람으로,모든걸음이나의길이될거라는확신이있다.

신헤아림
문화기획일을한다.요즘은걷는일로마음을다잡는다.

장가영
두산갤러리전시〈사적인노래Ⅰ〉협력큐레이터로참여했다.미공개시가많다.

이서영
시산문집『네가이세상의후렴이될때』를썼다.떠나고머물고돌아오는말들안에서행복하고자한다.

이기현
2019년《현대시학》신인상으로등단하였다.시집『슬픈토우는고래만큼』을썼다.고양이하루와하루하루살고있다.

조온윤
2019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다.시집『햇볕쬐기』『자꾸만꿈만꾸자』를썼다.공동체를위한문학을지향한다.

목차

김도경

어떤슬픔은끝나지않아서
신촌
1980
미메시스범인
어느우연한자리에
산문-우리라는숲을이루고

김조라

식탁에서
여자애와여자애
행진
희망적관측
멀리있는사람에게
산문-작은동산

김병관

모두입에
둥지가없고
각각또는
무량공처
내일봐아림
산문-단속반

신헤아림

순진한건우리였고
옛노래
있는사람
미완성시대
돌고개역
산문-공통-점공-통점

장가영

남산오르기
소란
일어난일
인과
자조모임
산문-네가있는광주

이서영

낯선양식
여름환영
플로리스트의뜰
가족앨범
불가능에서가능으로걸어가는
산문-너와문학과역사

이기현

통증의군락
쉬었음청년
할일
테라리움
칠그릇과사람
산문-그저그런사람으로살아갈용기

조온윤

새천년건강체조
열쇠의집
그림자관광
산성비미래
너는나를천사라고부르네
산문-엇갈리며함께걷는이들에게

해설
느슨한연대를향한통각
-김원경

출판사 서평

해설「느슨한연대를향한통각」에서는이시집의핵심을‘연대의기술’에서찾는다.김원경은공통점의시들이모임·만남·기다림의장면을통해“완전한이해나일치가아닌,어긋남과지연속에서”성립하는연대를보여준다고읽는다.말문이쉽게열리지않는자리에머뭇거리며앉아있는태도,섣부른위로나확신을보류하는침묵,서로의박동에맞추어‘함께기다리는’시간.이느슨한윤리가바로공통점이실천해온연대의몸짓이라는것이다.때로는과거의상처를복원해돌보는뜰을만들고(기억의재배치),때로는각자의믿음과생각이다름을인정한채같은동작을수행하며(함께있음의리듬),끝내“우리는무엇이든/어떻게든”(이서영,「여름환영」)서로의곁에머물고자하는약속으로나아간다.

동인을대표해기획자윤소현은이렇게고백한다.“함께시를쓴다는건형용할수없던슬픔을자신만의언어로써낼때까지묵묵히곁을지켜주는이들이있다는의미”라고.공통점은환대와보류,응답과기다림사이를건너며,“조금늦더라도나란히걸을때까지”서로를기다려온공동체다.

『우리는같은통점이된다』는단지동인이라는형식의복원이아니다.타인의고통을‘대신’하지않되‘포기하지않는’문학의윤리,개별에서공동으로건너가는언어의형식,불길한미래를향한믿음을오늘의시어로갱신한다.독자는이책을통해,관계의실패와간극을숨기지않고시간을공유하는방식으로성립하는현대적연대의감각을체험하게될것이다.완결이나일치가아닌,겹침의순간들…….그순간들속에서우리는조금씩같은통점이된다.


동인의말

오래전부터이들을멀리서지켜봤습니다.친한사람끼리도속삭이듯대화할정도로유난히내향적인모습에호기심이생겼어요.문학의쓸모에대해회의적이던저와치열하게시를쓰는이사람들과는차이점이많은것같았습니다.문학을좋아하는마음하나로모여서로의시를나누어읽고책을만들고새로운실험들을도모하더라고요.대책없이순수한사람들이라고생각했습니다.어느순간부터이조용한사람들을동경하게되어점점가까이서응원하다가,저도하나의통점으로공통점에함께하게되었습니다.

함께시를쓴다는건형용할수없던슬픔을자신만의언어로써낼때까지묵묵히곁을지켜주는이들이있다는의미입니다.제가만난공통점은불안속에서홀로시를써내려가더라도그시에담긴마음을바로읽어주고서로를위해언제든지곁을내어주는공동체입니다.미숙했던저도미완성된글만가득들고처음공통점을만났지만,조금늦더라도나란히걸을때까지기다려주는이들과함께한덕분에조금더성장하고문학도마음껏사랑하게되었어요.

공통점이시작된지꼬박열번째해가되어오랜염원이던동인시집을엮습니다.첫동인시집에는여덟명의시인이공유하는다섯가지주제로창작한시와산문을담았습니다.비슷한사회·문화적경험을하며성장한90년대생으로서,5·18이란숫자의의미를무겁게배우고자란청년들로서,기후환경변화의문제를마주하고있는세대로서같은마음이되어시를썼어요.아울러우리를한데묶어주는공통점이라는이름의공동체에게,또긴시간을함께해온서로에게선물하듯시를써서나누어읽기도했습니다.

이뜻깊은시집을엮는데함께한동인의일원으로서,다같이오래도록시를쓰고읽자던약속이변치않은것같아기쁩니다.앞으로도우리가새롭게만들어갈‘공-통점’들을지켜봐주시길요.우리모두각자의자리에서저마다다른일상을살아가더라도,언제어디서든문학이라는공통점아래다시모일수있기를바랍니다.

2025가을
공통점을대표하여
막내윤소현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