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풀밭

잠의 풀밭

$12.00
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135
변영현 시집 『잠의 풀밭』 출간

잠과 죽음의 경계에서 돋아난 풀 한 포기,
그 미세한 떨림이 다시 삶을 불러낸다.

“어쩌면 나는 잠이 피워 낸 풀 한 포기
내 뿌리는 언제나 잠을 움켜쥐고 있다”
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변영현 시인의 첫 시집 『잠의 풀밭』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잠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한 포기의 풀처럼, 불안과 고단함 속에서도 다시 삶을 향해 손을 뻗는 청춘의 내밀한 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시인은 단순히 생물학적 시기로서의 청춘이 아니라, 세계를 묻고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정신적 상태로서의 청춘을 그려낸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잠의 풀밭」에서 화자는 잠을 “낱개 포장된 죽음”으로 보면서도, 고단한 일상 속에서 “다시 낯선 이름으로 꿈을 꾸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 잠과 깨어남, 체념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 속에서 우리는 현실의 무게에 눌리면서도 끝내 살아 보려는 청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셀프 페인팅」에서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소외를 섬세하게 감각하며, 「알코올 냄새」에서는 무심히 지나치는 타자의 고통과 공동체의 훼손을 응시한다. 특히 “어쩌면 나도 모르게 비둘기 발을 잘랐을지도 모른다”(「알코올 냄새」)라는 구절에서는 불편한 양심과 사회적 연민이 동시에 드러나, 개인적 체험과 사회적 성찰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순간을 보여 준다.
삶의 아이러니와 존재의 무게는 「부재중 전화」와 「대방광불화엄경」에서도 드러난다. 화자는 뿌리째 뽑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인간의 길을 위해 희생되는 생명들을 응시하고, 낡은 경전 속 벌레를 통해 모든 생명이 서로를 비추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시인은 존재의 평등성과 윤리를 자연스럽게 사유하게 하며, 삶과 죽음 사이의 미세한 떨림을 통해 독자가 질문하도록 이끈다.
문학평론가 김주원은 해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기록」에서 변영현의 시를 “지금, 여기에 관한 질문의 힘을 잃지 않아서 푸르다.”라고 평가하며, 아픔을 미화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현실을 구체적 언어로 견디는 자세를 보여 준다고 평한다. 이처럼 그는 시집 속 시들이 드러내는 감각을 특히 주목한다. 시 속에서는 일상 속에서 겪는 내밀한 고통과 불안이 섬세하게 포착되며, 동시에 살아 있으려는 몸부림과 삶에 대한 집요한 의지가 미묘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감각들은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내면과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잠의 풀밭』은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끝내 살아가려는 마음의 기록이다. 작고 미세한 존재의 숨결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청춘의 얼굴을 비추며, 잠시 멈춰 서서 존재와 삶의 이유를 다시 묻고 듣게 한다. 새로운 시인의 손끝에서, 우리는 다시 묻고, 살아갈 이유를 천천히 되새기며 세계를 향한 질문을 마음에 품게 된다.
저자

변영현

2021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4년송순문학상새로운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여기가아니라는생각
폐쇄병동
난좀어지러운데
망고우드슬랩
아름다워라
잠의풀밭
까마귀숲
연어와에프킬라
알코올냄새
스콜성폭우
야전침대
근성
대방광불화엄경
회전목마
도서관마당

2부끝을배우고싶은데

블루
나무아래벤치
우리비행기
부재중전화
실수
호두알이부딪친다
던지는사람
연분홍
유정란
장마
귀지마네킹
소문
어떤마지막은처음같지만
셀프페인팅

3부내가모래알인데요
갠지스강의모래알
출근길
아침거미
깜빡깜빡
물고기가있는풍경
반지하
둥글다는믿음
관악기

이유
티타임
도망
고시원
장미

4부죽은자의눈위에손바닥을대면
물의문
충혈
까마귀
실종
스노우볼
조우
조현
포도
장미는아름다운가요
자연이라면자연일텐데
글자로된사람
을것이다
강릉역근처

해설
사라지지않는마음의기록
-김주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