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만두

고려인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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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144
박태건 시집 『고려인 만두』 출간

역사의 가장자리를 걷는 시
이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을 불러내는 슬픈 사랑 노래

“찬방에 이불속 만두처럼/웅크려 잠드는데
온기 없는 이불만 납작하네/다른 만둣집이 생겼나?”
시인 박태건의 두 번째 시집 『고려인 만두』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한다』 이후 오랜 시간 축적된 삶과 기억, 그리고 가장 낮은 곳을 향한 시인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고려인 만두』는 개인의 체험을 넘어, 이름 없이 살아온 사람들, 역사 속에서 밀려난 존재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불러낸다. 시인은 군산과 익산, 전주와 광주, 유적지와 폐사지, 고려인 마을을 오가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넘나든다. 그 여정에서 시는 유목민처럼 경계를 걷고, 물방울처럼 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박태건 시인의 ‘이야기하는 시’이다. 그의 시에는 밥상과 시장, 성당과 강, 산길과 마을이 등장하고, 그곳에는 늘 사람이 있다. 생선을 파는 어머니, 노동하는 아버지, 먼 나라에서 돌아온 삼촌, 시험을 앞둔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사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까지. 시인은 이들의 말 없는 삶을 대신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과하지 않되 부족하지 않은 어조, 오래 숙성된 음식처럼 간이 맞은 문장은 독자에게 ‘맛이 나는 시’로 다가온다.
『고려인 만두』는 또한 기도와 기다림의 시집이기도 하다. 시인은 신 앞에서, 역사 앞에서, 그리고 삶의 고통 앞에서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른다는 사실을 끌어안으며, 슬픔 많은 사람들이 어둠 위에 세웠을 빛을 더 오래 바라본다. 그에게 흔들림은 절망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이며, 시는 그 흔들림을 견디게 하는 최소한의 윤리이자 위로다.
“지금 흔들리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나바위 성당 팔각 창문 아래서」)이라는 시인의 문장은 이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조다. 『고려인 만두』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선언 대신,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네는 조용한 연대의 손짓이다. 봄날에 슬픈 사랑 노래를 부르듯, 이 시집은 아프고 외로운 존재들에게 오래 남는 온기를 건넨다.
나아가 이 시집은 사라져 가는 기억과 이름들을 다시 불러 세우며, 시가 여전히 우리 삶을 건너가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박태건의 시는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곁에 앉아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오늘의 세계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저자

박태건

익산에서태어나전주에서자랐고군산에산다.1995년《전북일보》신춘문예시부문과《시와반시》신인상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이름을몰랐으면했다』,인문서로『익산문화예술의정신』등이있다.불꽃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근황
남쪽
귀신사
꽃을주세요
오디의계절
8월
은단씹는남자
코시코스의우편마차
고양이와자자


근황
숲은아무도초대하지않았네
내비게이션을꺼요
붕따웃

2부희고따숩고보드라운
고려인만두
고려인마을
우스또베
고향생각
율리
광활일기
바람제
서울역광장의티무르씨는
고려인학교
거미줄
당신을잃게된다면
어쩌요
1에서0으로

3부육백년동안의고독
첫,시집

나이테속에는박새가산다
무렵
달나라청소부
나바위성당팔각창문아래서
흰빛
나죽으면
미륵사지당간지주앞에서
걸어가는사람들
문암송
육백년동안의고독
돌탑을쌓는이유
늘도가에는늘비가오고
낙랑

4부꽃이있던자리
초30분3
회현
원숭이를잡는법
비의혀
연꽃보러가는마음인데
까치집
봄,병동정원
어머니의빨간다라이
처서
석남리동백묘
구이구산
빈집
고래
자복
장둑길
수박의꽃받침
백아산막걸리를생각하는밤

발문
봄날에는슬픈사랑노래를불러요
-윤석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