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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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희곡선 5 x 경기문화재단
문승배 희곡 『밑』 출간

“그거 알아? 파리지옥도 꽃을 피워.
입 다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숙한 하얀 꽃을.”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에 대하여⎯
배우 문승배가 써 내려간 대담한 첫 희곡
배우 문승배가 집필한 첫 번째 희곡 『밑』이 걷는사람 희곡선 다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동시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미디어와 자본, 폭력과 구경 문화 속에서 소모되는 개인(들)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문제작이다.
3막 구조로 전개되는 『밑』은 고시원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BJ, 한때 전성기를 누렸으나 밀려난 예능 PD, 방송국 청소 노동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등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인물들의 서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엮어 낸다. 이들은 각자의 ‘섬’에 고립된 채 살아가지만, 미디어·자본·폭력이라는 거대한 구조 아래 소비되고 침식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작품은 방송국 제작 현장, 인터넷 생중계와 채팅, 뉴스 보도, 디지털 성범죄 등 현대 사회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해부하듯 펼쳐 보인다. 시청률과 조회 수, 화제성을 이유로 타인의 고통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드러내며, 그 소비의 끝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지워지는지를 끈질기게 묻는다. 예컨대 생중계 멘트, 채팅 언어, 뉴스 문법 등 미디어의 소통 방식을 적극적으로 빌려 옴으로써, 독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관객이자 구경꾼의 위치에 서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웃음과 혐오, 연민과 쾌락이 뒤섞인 장면들은 의식적으로 불편함을 자아내며, 그 불편한 감정이 곧 작품이 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이 된다.
그리하여 희곡은 ‘구조적 폭력 속에서 개인의 윤리는 가능한가’라는 첨예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외면해 온 얼굴들, 듣지 않으려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무대 위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어디까지 보아 왔으며, 어디까지 외면해 왔는지.
이 책을 펼친다면, 지금 여기의 현실을 마주하려는 독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오늘날의 새로운 희곡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문승배

연기합니다.
글이살아숨쉬게하는일을합니다.
차가운시간을견디게한것이‘쓰기’입니다.
이것은저의첫쓰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