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 걷는사람 소설집 21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 걷는사람 소설집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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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소설 21
명희진 장편소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출간

“우리는 결국 우리가 겪은 일들을 잊을 거다.
아니, 우리는 잊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기록된 역사 밖, 무너진 집터에서 써 내려간 생존의 증언
시대가 지워 버린 이름들을 다시 호명하는 단 하나의 기록
민중문학상 신인상과 2025년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명희진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이 걷는사람 소설 시리즈 21번으로 출간되었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은 1980년대 후반 재개발 폭풍 속의 산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국가적 축제 이면에 터전을 잃고 ‘올림픽 난민’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 냈다. 무너진 집터에서 붉은 크레파스로 바다를 그리던 아이들의 마음과 시대가 지워 버린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세우는 서사는 기록되지 못한 비극의 행간 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일란성 쌍둥이인 ‘나’와 ‘수현’은 지난 장마로 화장실이 무너진 산동네 꼭대기 집에 살고 있다. 공중변소로 요강을 비우러 가는 그들을 계단 초입에 사는 ‘철학자’는 ‘요강 파수꾼’이라 부른다. 낮을 관리하는 ‘나’와 밤을 지배하는 수현은 서로가 놓친 시간을 이어 가며 산동네의 풍경을 기록한다. 산동네 아이들은 철거의 위협이 일상이 된 골목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는 이웃들을 목격한다. 폐병을 앓으며 시간을 죽이는 ‘철학자’, 온도계 공장과 봉제 공장에서 수은 중독과 과로에 시달리는 ‘미녀’, 다방에서 일하며 미용사를 꿈꾸던 ‘선미’가 겪은 폭력과 비극적 삶, 그리고 전쟁 트라우마로 미쳐 버린 ‘광민’까지. 소설은 기록되지 못한 역사의 행간에 머물던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나는 줄곧 산동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곳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지붕을 덮은 빛바랜 방수포와 좁은 골목, 무너진 붉은 흙벽돌집 같은 풍경이 잃어버린, 그래서 꼭 찾아야 할 유년의 한 조각 같았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추억이라 믿던 흑백 사진들이 서서히 색을 얻기 시작했다. 그 골목에는 폭력과 공포가 있었고, 아이들이 목청껏 부르던 노래 속에는 잔인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어린 나는 결코 알 수 없던, 가난의 질서를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 ‘작가의 말’ 부분

이 소설은 “역사는 지나간 것”이라고 말하는 기록자들에게 “우린 지나가지 않았다”고 응수하는 존재들의 외침을 담고 있다. 암석과 얼음덩어리, 먼지일 뿐인 토성의 고리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빛을 내듯, 비루한 현실에 갇힌 아이들이 권태로 달을 깎으며 만들어 낸 찬란한 순간들을 소설은 조명하고 있다. 백골단의 몽둥이와 굴착기의 위협 앞에서도 서로의 손등을 토닥이며 온기를 나누는 인물들의 모습은, 과거의 참사를 추모하는 일을 넘어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배제와 차별의 구조를 다시 발견하게 한다. 해설을 쓴 허희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은 “사투르누스 신화의 귀환”이며, 소멸과 망각에 저항하는 증언의 기록이라고 평했다. 무너진 담장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아이들이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는 차가운 진실을 깨달으면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던 그 계절의 기록은 독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절대 도망치지 않을 거야’ 다짐했던 어느 시대 청춘들의 마음처럼,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토성의 아이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

명희진

저자:명희진
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에서소설창작을전공했다.민중문학상신인상으로등단했으며,2025년스토리코스모스신인상을받았다.한국과네덜란드에거주하며글을쓰고있다.

목차

1부요강파수꾼과시간의집

1요강파수꾼
2신은죽었다
3공중변소에미녀
4이름없는소녀들
5미래도시

2부태풍전선,선과악의경계

1태풍전선
2돌을미는아이들
3신의부재와파수꾼의몰락
4토성의아이들은권태로달을깎고

3부최초의신,최후의시위

1백골단이온다
2권태,기록되지않는역사
3개잡는날
4최초의신,최후의시위
5무너진베를린장벽,그리고집

해설
사투르누스신화의귀환:소멸과증언에대한각주
-허희(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소설을쓰기시작한이후,나는줄곧산동네이야기를하고싶었다.
그곳에적지않은빚을지고있다.지붕을덮은빛바랜방수포와좁은골목,무너진붉은흙벽돌집같은풍경이잃어버린,그래서꼭찾아야할유년의한조각같았다.

취재를시작하면서,추억이라믿던흑백사진들이서서히색을얻기시작했다.그골목에는폭력과공포가있었고,아이들이목청껏부르던노래속에는잔인한현실이숨어있었다.어린나는결코알수없던,가난의질서를뒤늦게이해하게됐다.

(...)

이이야기에는,과거의한때를함께한사랑하는이의이름이있다.
지금은세상에없는그가내소설안에오래머물길바란다.
그가거기있어마음이놓인다.

『토성의계절에그아이들은』을세상밖으로나오게해주신모든분께깊이감사드린다.

2026년1월
명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