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 우산 - 걷는사람 시인선 154

양철 우산 - 걷는사람 시인선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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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세진

저자:천세진
시인,소설가,문화비평가,인문학칼럼니스트.시집『순간의젤리』(2017세종도서문학나눔선정),『풍경도둑』(2020아르코문학나눔도서선정),문화비평서『어제를표절했다』(2019),장편소설『이야기꾼미로』(2021,교유서가),산문집『작은날씨들의기억』(2024,백조)을출간했다.

광주가톨릭평화방송[천세진시인의인문학산책],광주MBC라디오[천세진의별난인문학]에출연했고,일간지문화칼럼필진(2006∼현재)으로활동하고있다.문예지를통해시와수필부문으로등단했고,인문학전문계간지의자문(주간)을맡았다.고려대(영문학),한국방송대대학원(문예창작콘텐츠학)를졸업했다.공공기관,대학,도서관등에서의인문학강의와글쓰기를하며전주에서전업작가로살아가고있다.

*네이버블로그[나무그림자]

목차

1부
무서운일1
우리가보낸밤들
벽귀
기억나비
어둠이그럴줄은
소리를데려온날
소리의조각
작은구멍에서태어나
소리가달아날때
늙은깃털의방
당신이숨을불어보라고하면
너와나의혀
개개비는떠났고
늦은발걸음의무덤
그럴일없을것같았는데

2부
거미가없는아침
일부의서랍
양철우산
기도하러가는데
푸른누에를위하여
삼투
달이작아지는길
달개비잠을배웠는지
그렇게되고만걸까
이름밑의것들
어떤궤도
마땅한일
어두워지면보이는것들
아무것도하지않고
풍경의젖꼭지를물고

3부
걱정했는데
걱정거리
사진첩1
왜들저러나싶은데
맏이와막내의일
괜찮거나괜찮지않은
시퍼런일
낮은소리
몇번째인가의셋집
검은꼬리박각시
시간은뿌리에서부터잰다
남은저녁
멀미
덜컥
사진첩2

4부
시렁에매달려
고민을그만두고
흔적과배후
은빛머리카락
어느이후
시간을길렀다
종지에담기는것들
시간이라는
습포가덮이고
망한직조공
노래를들여놓고
허수아비의장르
필요하지않은길
구슬속이었다
무서운일2

해설
겨울을견디는법
―남승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걷는사람시인선154
천세진시집『양철우산』출간

“알아어느무리에속하지않아도
사랑하면그런궤도를갖게된다는걸”

미완성의감각으로포착한
삶의풍경과기억의서사

천세진시인의세번째시집『양철우산』이걷는사람시인선154번으로출간되었다.『양철우산』의화자들은아무것도완성하려하지않는다.품을수없어강에풀어놓은소리의움직임을,흘려보낸기억이다슬기속으로들어가나오지않는것을그저지켜본다.늘다니던산책길의작은종지하나에서어린시절의꽃과동화속인물들을발견하기도한다.천세진은완성이라는목표를내려놓았을때비로소보이기시작하는것들을조용히포착해시속에담아낸다.

빗방울소리를하나도빠뜨리지않는양철우산을쓰고싶다는당신은양철지붕아래서오래잠들었던사람같다

독이든생감자를먹었을지아카시아가시에손톱밑을찔렸을지알수없으나당신은오랜잠에서깨어난사람같다

입을맞추었을까,양철지붕열기가목에걸린감자를익혔을까

어느지붕도양철지붕처럼비를울리지는못하고,이곳은비가자주오는곳

당신은깨어나지않는잠들이사는박물관옆에서자랐을것같고양철이울릴때마다깊은잠속으로돌아갈것같다

그런당신을깨우는습관을나는언젠가잊을것같다
―「양철우산」전문

1부와2부는“소리”를중심에세운다.이시집의소리는귀로듣는소리가아니다.시인이말하는“소리”는“풍경속에사는짐승”이며,잡아두거나해명할수없는것들의총칭에가깝다.표제작「양철우산」은이시집에서“소리”가어떤의미를지니고있는지잘보여주는시다.시는빗방울소리를하나도빠뜨리지않고싶다는어느사람의말에서시작해,양철지붕아래긴잠에들었던사람의모습을차분하게묘사한다.시는이렇게끝난다.“그런당신을깨우는습관을나는언젠가잊을것같다”잊을것을알면서도지금은아직기억하고있는,그사이의시간.천세진의시는그것을가장담백한언어로붙잡는다.

3부에는가족의내력을배경으로한시들이모여있다.「사진첩1」과「사진첩2」,「맏이와막내의일」,「덜컥」처럼직접설명하거나해명하는대신사진첩을넘기듯나지막이말을건넨다.4부에서는시간과겨울,그리고시쓰기자체에대한성찰이깊어진다.「종지에담기는것들」에서시인은늘다니던산책길에놓인작은종지하나에서어린시절의꽃,냇가에데려가풀을뜯기던염소,동화속인물들을발견한다.종지는넘치지않는다.누군가의발에차여엎질러져도,바닥에떨어진몇방울은반짝인다.남승원문학평론가는이시가“비록우리의삶이갖은시련속에서‘엎질’러졌을때조차‘바닥에떨어진몇방울’에서도‘반짝’임을멈추지않을수있을것이라는믿음을향한다“고말한다.

『양철우산』은완성된무언가를향해달려가는시집이아니다.오히려돌아오는것들의무게를견디며하나남은눈동자로세상을바라본다.이시집은독자에게어떤결론도건네지않는다.그대신작은종지하나,늙은깃털한올,빗소리하나도빠뜨리지않으려는어느사람의마음을곁에놓는다.겨울을견디는일은그런것으로도가능하다고,시인은조용히말을건넨다.

시인의말

떠난것들이자꾸돌아온다
길의끝이이곳인것처럼돌아온다
돌아오는것들때문에
자꾸무거워지고
눈이세개가되었으나
하나는퇴화속에서암중모색중이고
나머지둘은함께잠들지않는다
돌아오는것들을위해
눈동자하나에겨우의지했다

2026년6월
천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