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읽다가 저절로 동시 쓰는 법

따라 읽다가 저절로 동시 쓰는 법

$25.00
저자

이안

저자:이안
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1998년『녹색평론』에시를발표하고,1999년『실천문학』신인상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목마른우물의날들』『치워라,꽃!』,동시평론집『다같이돌자동시한바퀴』,동시집『고양이와통한날』『고양이의탄생』『글자동물원』『오리돌멩이오리』『기뻐의비밀』등을썼다.격월간동시전문지『동시마중』의편집위원이다.

목차

1장태도와방향
2장말과글자의세계
3장어린이·동심·독자
4장스타일
5장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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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작목록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떠오르는대로다쓰기보다
하나나둘쯤덜쓰는게좋아요.
다섯개떠오르면
둘쯤놓아주는거지요.
시인이빠뜨린걸독자가떠올릴수있게.
끝까지쓴다는건
떠오른다고다주워섬기는게아니에요.
시는절제를보여주는거예요.
---p.34

오로지애씀을통해어떤경지에도달한사람을외경합니다.
시를잘쓰는일이
떡볶이를잘만드는일보다
더큰기여가있는일이라고생각하지않아요.
떡볶이는아무리고난도의레시피라해도
일단완성하고나면
반복생산이가능하지요.
시는그럴수없어요.
시의레시피는한편한편새로만들어야하니까요.
레시피의완성을통해떡볶이연구자는부자가되고
시인은또다시무無로돌아갑니다.

“다음시를쓰기위해서는여태까지의시에대한사변思辨을모조리파산을시켜야한다.혹은파산시켰다고생각해야한다.”는김수영의말은
시인은영원한가난의부자임을일깨워주지요.

내일의노을은오늘의노을과다른것이어야해요.
---p.41

짧음,단순성,천진성같은동시의기본형식과내적자질이여전히존중되는가운데다양성과복잡성의구조를수용하고옹호하는식으로동시장르의재구조화가이루어질거예요.한마디로,동시라는구조의건축으로나가는거지요.동시가구조이고건축이라는상상을하는것만으로다른길의가능성이열릴수있어요.

그러나기본적으로동시는
어린이에게꼭맞게그려주는
시의사슴뿔이지요.
어린사슴에게그려주는뿔이
꼭맞지않게크면얼마나덜그럭거리고불편하겠어요.
꼭맞게다시그려줄숙제는
우선시인의몫이에요.
---p.62

흘러넘치는것보다
살짝덜말한듯쓰는게좋아요.
속이훤히보이는꽃사진은
꽃에게못할짓을한거잖아요.

가장비싼말은
아직이해되지않은말이에요.
---p.104

시가잘안될때는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파타카차자아사바마라다나가,내가그린기린그림은긴기린그림이고네가그린기린그림은안긴기린그림이다같은잰말놀이(비슷한발음의단어를반복해발음하기어려운문장을빨리읽는놀이)로감각과인식의근육을먼저풀어주면서시작해보라는말이있지요.안촉촉한나라의안촉촉한초코칩이촉촉한나라의촉촉한초코칩이되려고촉촉한나라를찾아갔더니촉촉한나라의촉촉한초코칩이“넌안촉촉한초코칩이니까안돼”라고해서안촉촉한초코칩은안촉촉한초코칩나라로돌아갔다나뭐라나하는이야기도있지요.

다음작품은‘기리다(기억하다)’와‘기르다’를기린(명사)의활용형처럼새롭게포함하면서동물원기린-화자의실향의삶과동물권을환기합니다.
---p.227

우리삶의하루하루가
생활의최전선에서이루어지는것처럼
동시도그렇게이루어져요.
돌아보면내어린이는일곱살때도여덟살때도자기생의맨앞에있었어요.내어린이의하루하루는매번최전방에서치르는전투같았어요.어린이가구사하는언어는결코미지근한후방의언어가아니에요.
차가운겨울낮에나뭇가지를만져보면죽은나뭇가지는햇볕을받아미지근하지만산나뭇가지는아주차가워요.산것의피가차갑게흐르고있으니까.나는생명이지닌이런본성같은것,생기를믿어요.내가아는어린이의온도는겨울나뭇가지처럼차갑고,차가워서생기롭고삼엄해요.
---p.262

아직늦지않았다고,지금이그때라고,이때를놓치지말라고.

시쓰기는사람살이를닮았어요.첫행에서다음행으로,또다음행으로이행해가는시쓰기가사람살이의걸음걸이와다르지않으니까요.짧게끊어야할때가있고길게이어가야할때가있지요.단절과도약,낙차를두어야할때가있고,느슨하게풀어주어야할때와단단히홀쳐매야할때가있습니다.

시인은매순간
놓아줌과붙잡음
물러섬과나아감
끊음과이음
말과침묵사이에서머뭇거립니다.

다보여주어야할때와조금만보여주어야할때,아예감추어야할때가있는가하면어떻게해보려해도끝내할수없는말앞에서돌아서야할때도있습니다.보여주는척안보여주고,안보여주는척보여주어야할때도있지요.선을넘어서려는욕망과넘어선안된다는윤리사이에서시의기율과기품이만들어집니다.가야할때가고보내주어야할때보내주면개운하지만그때를어기면시에도인생에도변비가와요.그러나이르지도늦지도않은때에지나치지도모자라지도않게처신하기는얼마나어려운가요.
---p.306

가장좋은말은,
당신이재능이상의시인으로성장해갈것이며
마침내
힘껏실패하는시인이될거라는말이에요.

좋은동시쓰겠다고막연하게생각하지말고
자기만의스타일을만들겠다고생각하세요.
---p.326

오래비가안와흙이바짝말랐는데풀을뽑으려면힘들지요.뿌리가물기를찾아악착같이땅속으로뻗쳐있으니까요.반대로비가흠뻑내린다음바로뽑으려들면발은질척거리고손도호미도흙범벅이어서진도나가기가쉽지않아요.가장좋은때는비가흠뻑내린다음물기가가라앉을즈음이에요.그때가되면뿌리와흙사이에긴장이없어져요.서로에대해느슨해진거예요.그사이에뽑은풀뿌리에는붙어온흙도적고떨어내기도쉬워요.

또고들빼기가잎만나왔을땐잘뽑히지않고여린잎이톡톡끊기며뿌리를내주려들지않아요.그렇지만꽃대를쭉밀어올리고꽃을피운다음에는뿌리가맥없이뽑혀나와요.가진기운을모두꽃대와꽃으로올려보냈으니이제뿌리가뽑혀도괜찮다는거예요.

접시꽃꽃대는어른키보다훌쩍더높이자라서비바람이분다음에는둥그렇게휜채자빠져있는걸볼수있어요.며칠지나면위로방향을틀어올리는데방향을트는바로그곳에서부터는아직피우지못한꽃봉오리들이줄줄이맺혀있게마련이에요.피울꽃이남았으니이대로자빠져있지않겠다는꽃의의지인거지요.

오래시가안써지거나어떻게고쳐봐도맘에들지않을때해보는생각이에요.
---p.41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