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구워 낸 여름들은 유행가가 되고 - 걷는사람 시인선 151

잘 구워 낸 여름들은 유행가가 되고 - 걷는사람 시인선 151

$12.00
저자

유수진

저자:유수진
2015년《시문학》신인우수작품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1년〈전북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었으며제10회제주4·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저서로『4·3표류기』『선택받는글쓰기』『태양의사랑』『고르구드아버지의영웅서사시』『너도예쁘다』등이있다.

목차

1부누군가오랫동안너를훔쳐보았구나
피아노
열아홉
저녁의집
신발의질문
동그란사람들
프랑스사람들
도드라진사람
오해
저녁의꼬리

2부깼다고생각하는꿈에서
엉덩이눈
당나귀속엔몇마리나되는당나귀가들었을까
발목만남았네
염소방목장
허겁지겁
양띠
해류도슬픔

구겨진거미들
발을만졌다고했다

3부누워서하는생각은멀리도간다
돌부리
폭포
경사

검은단어
자리왓
섯알오름
발끝의사례
법랑
누워서하는생각은멀리도간다

4부이제누구의건너편이될수있지
독신의나날들
혼잣말
등장인물,그밖의인물
종소리하나
옆모습
그혐의에질문도포함됩니까
접어둔창문이네개
건전지
안녕,나선
치약

5부최고의속도는어쩌면멈칫
빈말
심부름중입니다
개양귀비와동갑
식물의말투
여름에부엌
꽃씨는언제꽃을설계할까
뱉은씨앗
거기까지도좋지만여기까지도좋아요
사과나무아래서
뾰족한소용

해설
근원적세계에대한역설의희망
―유성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걷는사람시인선151
유수진시집『잘구워낸여름들은유행가가되고』출간

“말랑말랑한발자국속밀물로
꽃이이름을갖기전으로찰나의한점으로”

사라지는존재들의곁을지키는
사물의언어와역설의희망

제10회제주4·3평화문학상을수상한유수진시인의첫시집『잘구워낸여름들은유행가가되고』가걷는사람시인선151번으로출간되었다.시인은5부에걸쳐일상의사물과풍경을매개로존재의조건을탐색하는시편들을선보인다.해류를떠도는오리,언덕을오르는당나귀,화덕에서구워낸계절,녹슨못과같은구체적인이미지들은비극적인현실을과장없이비춘다.관념을설명하는대신대상의물성과움직임을따라사유를전개하는시들은사물을하나의독립적인존재로다룬다.“씨앗은마르는동안꽃을설계한다”(「꽃씨는언제꽃을설계할까」),“최고의속도는어쩌면멈칫”(「사과나무아래서」)과같은구절은사물들의고유한속도와리듬을포착해존재의이면을비스듬히드러낸다.

순진한경사도라니
그래서잊히기도딱좋은경사도들이
제주에는많다

(중략)

밤마다꿈의안과밖을헤매고
또달아나느라
숨느라
여전히내려오지못하는사람들
─「경사」부분

『잘구워낸여름들은유행가가되고』의또다른특징은역사적비극을다루는방식에있다.「경사」,「귤」등의작품에서시인은제주4·3을경사도,귤,녹슨사물과같은구체적인이미지로접근한다.이러한방식은사건을현재의감각으로환기시키며,지나온기억과망각의층위를드러낸다.“잊히기도딱좋은경사도”라는표현은망각의구조를시적형식으로포착한사례다.폐허가된마을이나남겨진물건들을통해역사를환기하는서술은깊은여운을남긴다.

유수진의시는짧고압축적인시편과산문적호흡의긴시편을오가며다양한리듬을만든다.「뾰족한소용」,「돌부리」처럼세계를응축하는시가있는가하면,「엉덩이눈」,「당나귀속엔몇마리나되는당나귀가들었을까」처럼긴호흡으로사유를확장하는시도함께배치되어있다.다양한정서와형식을균형있게담아낸이번시집은상처입은이들의마음을어루만지는깊고다정한유행가가되어우리곁에오래머물것이다.

시인의말

동그란사람

두나무토막사이에피는
엄지손가락만한

불꽃처럼

당신과나사이에피는
엄지손톱만한

시처럼
2026년5월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