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하루 - 걷는사람 다;시 14

지상의 하루 - 걷는사람 다;시 14

$14.00
저자

임곤택

저자:임곤택
전남나주에서태어났으며,2004년[불교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지은책으로시집『지상의하루』『너는나와모르는저녁』과시론서『현대시와미디어』가있다.고려대교양교직부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1부
그동안내내
그대에게닿는허기
4월
여자와느티나무
얼굴을씻다
일몰
피아니스트
거인
한나절의생각
어젯밤부터오늘아침까지
당신과나의숲
bluesfornothing
스프링클러
10월
처음온와본듯한곳
무서운크리스마스
우리는서로의입을막고
목련아래비를피하다
짐을싸다

2부
국화빵만드는여자
실낙원
박물관의저녁
그남자를떠올려
이런안부를묻다
그림맞추기
대개는음화같은
시민의의무
이런게필요한아침
여름의짧은기록
거리
비갠다음의K씨
지금까지그때부터
키큰나무들의방
B.B.King
300km
물에잠긴아침
다산성에대하여

3부
이름을바꾸다
천정에숨어말거는자에게
고생대로부터의발자국
얼룩
기미
어둡고넓어서
침묵과뼈
플라타너스
늘옳고이기는쪽
내이마의청동거울
매듭은나비모양으로
산책
풍향은상관없고
벽화
습관적실패
부지런한난쟁이
쉽게보내는하루

해설
허무를견뎌내는방식-조재룡(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초판본시인의말

여기는
처마밑이거나객석일거다

2012년봄임곤택

복간본시인의말

무엇인가멀어졌고어딘가는더가까워졌다
아침과나무와반복하는몇몇이미지들은
여전히오리무중이다
이렇게침침한채로아침을맞고나무사이를걷는다

2026년봄임곤택


책속으로

당신이지어준죄를갖고나는태어났다
당신을닮은들판과들판의소나무를닮는일
나는서두른다

허공의거대한활을보았으므로
당신으로부터낱낱이적중하는나는광기들린나뭇잎
하나의몸으로
어떻게여러번의추락이가능한지

물과소금은잠시혀를지나고
열개의바람개비가돈다
열개의종잇장같은바람이
노인의얼굴을덮고그네뒤로숨는다
한조각마른빵에몰리는푸른거품
주인이바뀐폐염전바닥에
반짝거리는빛

확인하고싶은사랑이있다
---「그대에게닿는허기」중에서

물속의제얼굴을가지려던그이처럼
세상은가난하고야윈다

땅위에흰젖을뿌리는목련의나라
아버지가알려준것은반드시슬픈것
---「4월」중에서

너의비극이탐날때‘네가제일예뻐’라고말하지
너의고독한때가탐날때‘네가제일예뻐’라고말하지
네가온순해지면아무도너를그리워하지않고

우리는거짓말을했다
눈을마주치지않은채로용서했다

짓는대로의낯빛으로증오가잦아들고
아름다운노래는불리지않고도끝내아름다운
그런세상으로
---「우리는서로의입을막고」중에서

간밤의꿈을한조각도줍지않고아침을맞는다.문을두들기는햇살의행상行商,동분서주의수다스런자투리들.찬물한컵으로어제의나모른척하기,어제와다른말투로말하기.

골목은길고수다스럽다.한물간사내들이모여소줏값을걱정한다.버스를기다리는정류장의비린내.‘기표소’라고쓰인휘장을젖히고처음맡았던냄새.나란히번호를붙인사생결단의빈칸들.

어린연인들이좁은골목으로,잘맞는신발처럼척척나아갈때,가장먼저서쪽에닿은사람은아침인사의격식을이해한다.방바닥에그려지는긴수형도.일몰은너무재빨라한장으로는다그릴수없지.
---「그림맞추기」중에서

귓속말을하고
귓속말을듣고싶은때

비올확률80퍼센트의대기
빛쪽으로몰리다가휘발하는손톱
예언자의손가락질로
빈병을집어드는누더기의사내

애초부터그쯤에서그렇게멈춘것같은
너의발밑팽팽하게당겨진길
녹슨가위
---「비갠다음의K씨」중에서

플라타너스가플라타너스가지를사방으로뻗는다
오늘은뭔가자꾸줄어든다

짐승처럼행동하지않는다면
할수있는일이란잠시이름을바꾸는것
세탁소주인의물음에가명을대고
한생애를약간들어올렸다고믿는다
---「이름을바꾸다」중에서

내가좋아하는햇볕
바람과이파리는점점무거워진다
잦아드는그의말을
모두알아들었다고생각하는그녀처럼나는있는것을,없다고느낀다
---「기미」중에서

삶에서기묘하게어긋나있는것들,감정그대로의상태로존재하는것들,어느한순간에찾아든저표현하기어려운마음의상태,그어떤희망이나심지어절망조차부여잡기힘겨운존재들의다변적인모습을,마치한삽에움푹찍어흙을나를때그렇게하듯,그것도“너무빠르거나놀랄만큼느리지않게”(「10월」),시집안으로옮겨다놓는일에몰두할뿐이다.(…)연시戀詩의형식을차용해온작품들에서조차우리가주목해야하는것은따라서사랑타령이나감정의기울어짐이아니다.가령“백일은붉고/백일은없는내사랑”같은구절에서읽어야하는것은사랑의속성이아니라,‘붉거나그렇지않은’이라는고리타분한이항대립적반복의굴레로하루가채워진다는것이며,우리의처절한삶과애절한사랑조차알고보면이렇게“흔한이야기(「그대에게닿은허기」)일뿐이라는사실이다.
---「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