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156
고주희 시집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 출간
“가슴 속에 파묻힌 이름을 꺼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문장을 쓰네”
사이에 선 목격자의 문장
제주에서 세계로 가닿는 이름들
고주희 시집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 출간
“가슴 속에 파묻힌 이름을 꺼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문장을 쓰네”
사이에 선 목격자의 문장
제주에서 세계로 가닿는 이름들
고주희 시인의 신작 시집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가 걷는사람 시인선 156번으로 출간되었다.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의 시적 배경은 제주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출발해 국경 밖으로 뻗어 나간다. 4·3 이후 턱을 잃은 채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문패, 443명의 이름이 뭉뚱그려진 위령제 명단, 여태 아무 글자도 새기지 못한 백비 앞에서 시인은 공적 언어에서 지워진 이름을 하나씩 되찾아 적는다. 그 시선은 이내 섬 바깥으로 건너가 흑인 전용 칸을 거부한 로사 파크스, 소록도에서 한센인의 곁을 지킨 마리안느와 마가렛, 나크바를 겪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부르카를 쓴 여성, 벽돌 공장의 아이들에게까지 가닿는다.
억울하게 스러져 간 이름의 후손들은
원치 않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으로
먼지처럼 떠돌다
잃어버린 마을과 사람, 고적한 나무와
새들의 쟁쟁한 울음이 새겨진 각명비에
저마다의 누옥 한 채 지었네
보이지 않는 잿더미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이 땅의
용암 같은 사람들
─「자리왓 폭낭」 부분
제주에서 태어난 고주희 시인은 제주를 자신이 대신 말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신 풀과 벌레(「새빌오름」), 젖은 이끼(「이끼」), 바다를 오가는 어머니들의 숨(「어머니의 은반지」)을 증인이자 목격자로 세운다. 시인은 제주의 타자성을 시의 타자성으로 손쉽게 번역하지 않고 목격자로서 제주를 호출한다. 짓밟혀도 피어나는 '야생화' 같은 미약한 존재들의 숨결과, 이에 저항하는 '혁명가'의 열정을 오가며 침묵 당한 이름들의 역사를 담담히 써 내려간다.
억울하게 스러져 간 이름의 후손들은
원치 않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으로
먼지처럼 떠돌다
잃어버린 마을과 사람, 고적한 나무와
새들의 쟁쟁한 울음이 새겨진 각명비에
저마다의 누옥 한 채 지었네
보이지 않는 잿더미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이 땅의
용암 같은 사람들
─「자리왓 폭낭」 부분
제주에서 태어난 고주희 시인은 제주를 자신이 대신 말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신 풀과 벌레(「새빌오름」), 젖은 이끼(「이끼」), 바다를 오가는 어머니들의 숨(「어머니의 은반지」)을 증인이자 목격자로 세운다. 시인은 제주의 타자성을 시의 타자성으로 손쉽게 번역하지 않고 목격자로서 제주를 호출한다. 짓밟혀도 피어나는 '야생화' 같은 미약한 존재들의 숨결과, 이에 저항하는 '혁명가'의 열정을 오가며 침묵 당한 이름들의 역사를 담담히 써 내려간다.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