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웨터를 입고 여름으로 가면- 걷는사람 시인선 163

겨울 스웨터를 입고 여름으로 가면- 걷는사람 시인선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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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영선

저자 : 박영선
경기 남양주에서 태어나 2020년 《발견》으로 등단했다. 2022년 시집 『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 돼요』를 냈다. <화성작가회의> 회원이자 <해시> 동인이다.

목차

1부 오늘은 누가 되어 볼까
포인트
짜장면과 생양파와 비에 젖은 멸치와
어둠이 거미줄에 걸리는 시간
카푸치노
서양식 이름을 주세요
붉은 냅킨
자주 체하는 언니에게
정육점 옆 한의원
성에
버스
엘리베이터
닭치고, 가족이야
촉법, 봄
간수

2부 우리는 오래도록 서 있겠다
피장파장
무릎을 펴다
가로등
심부름 가는 길
집
죽은 과일을 만지는 시간
구룡령
쿠키 영상
하염
화가의 방
산책을 위한 텍스트
밟으면 꿈틀해요
부고
제주에는 바다가 살지 않는다

3부 겨울 스웨터를 입고 여름으로 가면
스웨터
싸움의 시작
왼손잡이
부캐 전성시대
구작 영화
피켓 같은 잠
배달 사고
개미와의 산책
불안한 마르틴 발저 씨
몽골몽골
허물어지는
혹시
풍경화
수면양말

4부 과수원에서 나오는 법을 잊은 것처럼
녹음
전쟁
오래 서 있는 저녁
도망쳐
옥상에서
위장 전입
브레이크 타임
초판본 노을 팝니다
마지막 개그
시계가 있는 과일가게
합장
누구
겨울 생
유전

해설
익숙한 하루를 고장 내는 말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유리문 사이로 빛이 내리꽂히고 있다

아름답다는 말이 형용사인지 추상 명사인지를 놓고 밤을 새우던 때

(중략)

흉기를 피하려 흉기 뒤에 숨는 건 보편적 사랑의 비밀이고 깨진 유리문 사이로 빛이 꽂히는 건 개별적 사랑의 비밀인가요

날을 숨긴 칼은 달콤했고 프리즘으로 비춰진 세상은 황홀했던걸요
절벽으로 떨어진 냅킨은 붉게 물들어 있다
---「붉은 냅킨」중에서

흘러내리다 죽고 싶다고 말해요
봄에는 죽는 얘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데
나는 촉법의 봄에 숨어 살고 있으니 괜찮아요
봄과 보오옴의 가운데쯤 숨어서 하면 돼요
인생이 직선이면 안 되죠 힙합은 삐딱하거든요

엄마, 이불은 두고 나갈까요

엄마, 난 진짜 안 볼래요, 캠퍼스의 봄
보오옴 난 안 봄 진짜 안 봤음
---「촉법, 봄」중에서

햇빛은 위에서만 내리는 게 아니라서 나는 고개 숙인 채 방 안에 여름을 들여놓고 한 번도 천장을 밀어 본 적 없는 무릎부터 펴 본다 몸을 구긴 푸른 잎이 다리를 펴 본 적 없는 내게 손을 내민다
내가 식탁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그는 창가에 서서 물을 마시고
우리는 오래도록 서 있겠다

각자의 여름 창가에서
---「무릎을 펴다」중에서

낮이 부끄러운 거니
아직 순정이 남아 있는 거야?

씨 한 주먹 들고 나간 아침 해는 밥은 먹었을까
해바라기는 가벼워져 꺾인 머리로 생각한다

밤마다 귀들이 씨 볶는 소리를 듣는다

처음부터 책상과 의자와 나는 너무 낡았고,
검은 티끌만 떠다니는

그냥

그 방은 해바라기였어
---「화가의 방」중에서

일주일은 벽을 허물고 일주일은 벽을 쌓고 일주일은 벽을 감추겠다고
월요일 아침부터 허문다
위층을

(중략)

그나저나 저들은 내가 지우기 쉬운 사람이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
내가 지워지는 소리

나는 이런 나로 벽을 어떻게 쌓을지 몰라
위층에 귀를 바짝 댄다
---「허물어지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