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라 마구라 2

도구라 마구라 2

$16.80
Description
광기의 마술, 끝없는 혼란의 미궁
『도구라 마구라 2』는 일본 근대 문학사에서 가장 난해하고 기괴한 소설로 손꼽히는 『도구라 마구라』의 마지막 장, ‘심리 유전론 부록’을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 부록은 단순한 첨가물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핵심 주제를 극적으로 응축한 결말부로, 독자를 광기와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기억을 잃은 청년은 정신병원 안에서 자신과 얽힌 끔찍한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심리 유전론 부록’을 읽게 된다. 그 속에는 발작 기록과 증언록, 참고문헌이라 불리는 수많은 인물들의 담화가 차례로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 사실과 환영이 겹겹이 포개졌다. 그러나 그 끝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마사키 박사가 돌연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듯 보이는 순간, 독자는 오히려 더욱 깊은 불안에 빠지게 되었다.
결말의 중심에는 마사키 박사의 학문이 자리한다. 그는 유전과 광기를 탐구한다는 명목으로 정교한 이론을 세웠으나, 동시에 어린아이 같은 유치한 상상력에 의존하는 자기모순의 덫에 갇혔다. 그가 구축한 이론은 결국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고, 진실을 밝혀줄 것만 같던 고백조차 조작과 허구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과정에서 쿠레 이치로의 광기, 두루마리의 불가사의한 전승, 박사의 뒤틀린 학문이 서로 얽히며 진실의 무게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자는 모든 사실이 드러난 듯 보이는 순간에도, 그것이 허구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란과 섬뜩함에 사로잡혔다. 작품은 인간 정신의 본질을 끝내 불확실한 영역에 남겨두었으며, ‘광기와 유전, 집착과 허구의 무한 반복’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도구라 마구라 2』의 ‘심리 유전론 부록’은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지닌 문제의식을 압축한 장치였다. 인간 이성의 취약함, 광기의 유전적 반복, 그리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문학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마지막 장은 독자에게 단순한 해소가 아닌 심연과 같은 여운을 남겼으며, 읽는 이를 오랫동안 불안과 사유의 미로 속에 머무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