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도제소년킵스가새로운세계의문턱에섰다.
그러나신분상승은행복을보장하지않았다.
삶의진정한의미를찾아가는한영혼의여정을만나보라.
『킵스:어느순박한영혼의이야기1』은단순한성장소설이아니다.이작품은‘계급’이라는견고한구조속에서한개인이자신의자리를찾아가며겪는혼란과고독,희망과좌절을깊이있게탐구한사회적성찰의기록이다.특히킵스가유산을통해상류계급에편입될가능성을얻는순간,그의삶은오히려더복잡해지고흔들리기시작한다.이는신분상승이개인의행복을보장해주지않는다는점을보여주는동시에,현대사회에서도반복되는‘성공의조건’과‘계급적자의식’의문제를되돌아보게한다.소설은상류층의매너와교양이실은계급을지탱하는문화적장치에불과하며,계급적거리가사람들사이의소통과이해를어떻게가로막는지를치밀하게드러냈다.킵스가월싱엄양에게느끼는숭배,앤에대한풋풋한애정,백화점도제시절겪는자존감의흔들림은단순한사랑이야기를넘어서,계층이동과정에서흔히경험하는감정의뒤섞임과정체성의혼란을탁월하게형상화했다.이책은또한현대독자에게‘성장’이라는개념이단순한성공의누적이아니라,스스로의결핍과두려움을직면하고극복해가는과정임을상기시킨다.킵스는능력과교양부족으로종종실수를저지르고,자주당황하고,스스로가치없다고느끼지만,그런순간하나하나가그의성장의토대가된다.이러한서술방식은독자가킵스의삶을외부에서관찰하는것이아니라,그의눈을통해세계의낯섦과복잡함을함께체험하게만들며,어느새그의여정에감정적으로깊게스며들게된다.『킵스』는시대를초월해‘평범한개인의위엄’을이야기하는작품이다.계급과문화의차이가인간의가능성을제한했던시절에도,한사람의단단한성장과소박한행복에대한바람은여전히중요한가치였음을보여준다.이작품은오늘을살아가는독자들에게도삶의조건과상관없이한사람이자기자리에서‘존엄’을지켜내는것이얼마나소중한지되새기게하는문학적메시지를담고있다.
책속에서
킵스는청소년기에거의다다를때까지도자신이왜다른아이들처럼아버지와어머니가아니라숙모와숙부의보살핌을받게되었는지명확히알지못했다.하지만그는뉴롬니가아닌다른어딘가에대한막연한기억을가지고있었다.희미한방,흰건물들이내려다보이는창문,그리고잊혀진사람들과이야기하던,그의어머니였던또다른누군가에대한기억이었다.어머니의얼굴을아주뚜렷하게떠올릴수는없었지만,그녀가입었던하얀드레스는놀라울정도로선명하게기억했다.(9쪽)
만약킵스가불행하게도독일인으로태어났다면,그는그의목적에맞게정교하고값비싼특수학교에서교육을받았을지도모른다.숙모의표현을빌리자면,“과잉교육,주입식교육”이었다.그것이그들의교육방식이기때문이다.그는그랬을지도모른다.하지만소설에서비애국적인생각을할필요가있을까?샬포드씨에게는교육적인면이전혀없었다.그는성미급하고활기찬작은남자로,털이많은손을대부분코트자락아래에넣고있었고,길고반짝이는대머리,약간비뚤어진뾰족한매부리코,그리고깔끔하게다듬은수염을가지고있었다.그는가볍고자신감있는걸음걸이로걸었고,흥얼거리는버릇이있었다.그는뛰어난사업추진력에더해,구제도하에서의파산과현명한결혼을경험했다.그의가게는이제포크스톤에서가장큰가게중하나였고,그는가게위집들을초록색과노란색줄무늬로번갈아칠하여모든전면을강조했다.그의가게들은거리에서3,5,7번이었고,그의청구서에는3번에서7번까지였다.그는당황하고경외심에사로잡힌킵스를자신의시스템과자신에대한칭찬으로맞이했다.그는책상뒤에몸을펼치고코트옷깃을잡고킵스에게일종의연설을했다.(58~59쪽)
아가씨들에게정성을쏟고옷치장에신경쓰는일은킵스의생각을다른곳으로돌려그의초라했던초반의삶을견디게하는데큰도움이되었다.하지만그가온전히행복했다고말한다면섣부른낙관일것이다.삶에대한막연한불만은늘그주위를맴돌았고,때로는바다안개처럼그를감쌌다.이시기,그의삶에는무언가중요한것이빠져있다는사실이희미하지만확실해졌다.뚜렷한이유도없이,그는자신의삶이어딘가잘못되어가고있거나이미돌이킬수없는길로들어섰다는의심에시달렸다.청소년기의무르익는자의식은이런막연한불안감을명확한결핍감으로키워나갔다.장갑을끼고,문을열어주고,여성을‘아가씨’라부르지않고,길의‘바깥쪽’으로걷는법을아는것만으로는부족했다.완전한신사가되기전,무언가다른것,아마도더깊은것이필요하지않을까?예컨대지식의문제같은것들말이다.그는자신을둘러싼거대한무지의늪을,발을헛디딜수밖에없는불안감의수렁을깨달았다.(98~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