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번역 : 마감에 쫓기고 문장에 울지만

난생처음 번역 : 마감에 쫓기고 문장에 울지만

$17.80
저자

이소담

저자;이소담
죽을때까지읽고쓰고번역하며살고싶은일한출판번역가.
일할때가장행복하고눈코뜰새없이바빠야제대로사는것같은일중독자.오늘은이단어,내일은이문장에울고웃고정신이혼미하지만,언젠가믿고읽는번역가가되는것이꿈이다.번역을비롯해좋아하는것들을오래오래행복하게하면서살고싶다.책,아이돌,영화,뜨개등그때그때꽂힌것을내속도에맞춰여유롭게즐기는중이다.
《양과강철의숲》,《카프네》,《프라이즈》,《소녀동지여적을쏴라》,《중년에지친밤에는》,《오늘의인생》시리즈,《십년가게》시리즈등을비롯해다양한책을번역했다.지은책으로는파란만장덕질인생을말하는에세이《그깟‘덕질’이우리를살게할거야》와글쓰기모임에서힘을모아만든합동지《소설,첫번째계절》이있다.

목차

들어가며_번역은나를사랑하는일이다

1.번역이라는가시밭길로뚜벅뚜벅
루틴이아닌루틴
번역가라는존재를인식하다
넝쿨째굴러들어온일본어
게으른소심자의빙글빙글방황
게스트하우스에서우당탕탕일본어공부
망가진하드디스크속번역아카데미
대학생활,무의미하지는않았네
워킹홀리데이와대지진과연애와번역

2.세상에이런번역이
샘플번역은어려워
처음으로소설을번역하다
번역공부하는학생,그런데번역서가있는
《양과강철의숲》을거닐다
아이는없지만아동서를사랑해
청소년을위한책에위로받기
소녀동지가심장을꿰뚫다

3.번역과함께살고또살고
월화수목금금금?월화수목금금일
한달살기와우울함
내집장만NO,내작업실장만YES
작업실얘기조금만더,그런데취미얘기에치우친
집에토끼같은마감이있어서
소심한자도북토크를하더라고요
문학상,수상작없음

4.그래도번역이좋아서
오래오래해먹으려면건강해야
방송대에다니고글도쓰고이것저것다해요
초심,있었는데있었습니다
좋아하는일을한다고해서힘들지않은건아니다
AI이야기는이미흔해졌겠지만
내책이번역된다면

마무리하며_여전히여기에서,앞으로도번역을외치다

출판사 서평

덕질용으로시작한공부가이렇게될줄은몰랐지
번역의비읍도모르던내가번역가라니

사랑에빠지는일은종종교통사고에비유된다.그만큼예측할수없으며순식간에일어난다는의미일것이다.작가의일본어공부도그렇게시작되었다.어느날갑자기꽂힌일본록밴드의가사를알아듣기위해히라가나와가타카나를외우면서처음으로일본어를눈에담았다.그러나그것도잠시,공부만아니면다재미있던고3수험생의열정은오래가지못했다.
그렇게까맣게잊고지내던일본어를다시만난건대학교4학년시기,선배의권유로일본어스터디를시작하면서였다.꿈은요원하고스펙은없었으며취업준비도취업도싫었던그는스터디를핑계로애니메이션을실컷봤고그러다가일본성우에게푹빠졌다.그때부터공부에불이붙기시작했다.전혀모르던말을조금씩알아듣게되는것이재미있었다.그렇게한동안하루24시간이모자라도록일본어와놀았다.하지만그때까지만해도일본어로먹고살게될줄은꿈에도생각하지못했다.
살다보면운전대를어디로틀게될지알수없는법.이리저리방황하다방송국에서아르바이트하면서일본인이건문의전화를받게되었다.회화학원선생님을제외하면살면서일본인과나눈첫번째대화였다.작가는그때를‘태어나서처음으로세상에도움을준기분’이었다고회상한다.계기란예상치못하게찾아오기도한다.그렇게번역가의꿈을꾸게되었다.

마음먹긴했는데,도대체어떻게해야될수있나요
대단한재능이있는지는모르겠지만차근차근꾸준히

그렇다면도대체번역가는어떻게해야될수있는걸까.절절한마음으로인터넷검색을거듭하다가되고말고의문제가아니라될수있는실력부터갖춰야한다는사실을깨달았다.시험삼아집에서원서를번역해봤지만결과물을보고바로좌절했다.하지만그는까탈스럽게좋아할대상을고르면서도일단이거다싶으면아낌없이퍼붓는사람이다.이렇게포기할수는없었다.그도그럴것이,번역일이야말로그동안여러시행착오를거치며찾아낸,그에게꼭맞는옷이었기때문이다.
책속에서는그가이름석자앞에번역가라는왕관을달기위해고꾸라지고넘어지며고군분투한과정을낱낱이보여준다.제대로출판번역에관해배울수있는곳을찾아내고최대한일본어를많이사용할수있는일터를찾으며차근차근앞으로나아갔다.꾸준히운동하면기초체력이붙는것처럼그렇게조금씩덕질용수준이던일본어실력을키울수있었다.
물론그렇다고그다음일들이술술풀린것은아니었다.처음으로한소설번역은그야말로‘허름한넝마’같아서편집자의빨간펜을지침삼아각오를다져야했다.지원하는족족샘플번역에서떨어져마음을다치다가다시생각을긍정적으로고쳐먹은것도한두번이아니었다.
일본어를‘야매’로익혔다는생각에도쿄로워킹홀리데이를떠나기도했다.비록그시간이번역가경력에큰도움이되지는않았지만(알바와생존과연애에정신이팔렸었다)자기힘으로각종문제를해결한경험은바람잘날없는프리랜서생활을버틸수있는근성을선물했다.
여기서가장주목할만한점은이런고단함과힘겨움을견딜수있게한원천이좋아하는마음에있다는사실이다.어떤책이든번역을맡으면최선을다해흠모하게되고,취향을저격하는책을만나면누가어디가둬놓고책을못읽게한것도아닌데허겁지겁읽느라정신이없었다.남몰래마음속에품고있던책을번역하게되면대책없이심장이튀어오르고내가아끼고번역한책이서점대상수상작으로선정되었다는소식에길거리에서폴짝폴짝뛰며비명을질렀다.이러니,별수있나.계속번역하며살아야지.

평일이든주말이든별로다를게없는일상
메일이왔다는알람이울릴때마다일이들어오면얼마나좋을까

그렇다면본격적으로번역가의길을걷게된후에는어떨까.작가는그가사랑하는마스다미리의문장들처럼어느덧17년차가된번역가의평범한일상을조곤조곤생생하게이야기해준다.
약속을잡을때는출퇴근시간을피하고,메일은두시간에한번씩확인한다.유난히바쁜시기가되면외출은커녕책상주변을벗어나기도힘들다.한때는월화수목금금금,월화수목금금금이계속이어지는생활을한적도있다.아침에눈뜨면책상에앉고,잠시밥먹고나서책상에앉고,가끔힘들면침대에누워서일하다가또책상에앉고,그러다보면해가지고달이뜨는수준이었다.지금은이정도로정신없이일하지는않지만그래도여전히직장인처럼주말이있지는않다.월화수목금금금으로한주를보내면그다음주는월화수목금금일로사는식이다.
사실이렇게바쁘면마음은오히려더편하다.일중독자여서쉬는것을좋아하지않는데다가새로시작할번역일이없으면금세불안해진다.그러다새로운일이들어오면‘어휴,세상에부처님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열심히살게요.’하며의자에앉은채발을동동구른다.프리랜서의삶이란역시녹록지않다.그걸잘알기에여전히일이들어오면제일기쁘고,좋아하는작가의좋아하는작품을맡게되면전생에복을지은덕분이라고행복해한다.

그래도책이좋고번역이좋으니까
좋아하는마음은언제나옳다

너무좋으면주변에자꾸만자랑하고싶은마음이들지않나.무언가를사랑할때느낄수있는감정중에는열렬한마음으로대상을예찬하는기쁨이있다.나의벅찬마음을가장적절한단어와문장으로표현하는즐거움이있다.《난생처음번역》은그런행복함이곳곳에가득한책이다.아끼는것이많은작가의넉넉한다정함이사랑스럽고그런이유로낯을가리는성격에도부단히바쁘고소란스러운그의일상이정답다.
이러니저러니해도결국좋으니까여기까지온것이다.아이는없지만나쁜사람은벌받고착한사람에게는좋은일이생기는아동서에위로받고,청소년소설을번역하면서나의못나고미운모습을되돌아본다.내가응원하는책이상을받지못하면아쉬워하고,아마도평생백억부자가될가능성은없을거라며푸념하다가도이나라저나라할거없이출판계의안녕을걱정하며응원한다.게다가일을하면할수록책이점점불어나무한증식하니책이좋은작가에게이보다더좋을수가없다.이렇게책속에담긴깊은애정은글을읽는사람에게도고스란히옮겨간다.편집자들이그의메일을받으면기분이좋아진다는이야기를하는이유도바로이때문일것이다.
책을좋아하는사람이라면한번쯤번역가라는직업에흥미를느껴본적이있을듯하다.책에파묻혀아름다운문장을음미하고적합한단어를고르며문체를완성하는멋들어진모습을그려보았을것이다.그런상상혹은환상은맞기도하고틀리기도하다.일이들어오면행복하고일감이몇권쯤쌓여있으면안먹어도배부르지만,일이없으면불행하고다음일감이없으면불안해서배가고파도뭘먹을정신이아니다.게다가요즘은인간의가능성보다AI의효율성이더각광받는시대다.여러모로번역가라는직업이미래도현재도밝지만은않다.
하지만작가는‘짧다면짧고길다면긴시간,중요한것은그기간을다름아닌번역가로살아왔다는것이다.’라고말한다.그리고할수만있다면죽는순간까지번역가로살고싶다고한다.그목표를위해오늘도여기저기쑤시는몸을달래며스트레칭과폼롤러,108배를한다.무언가를진심으로좋아해봤거나지금도좋아하는것이있다면,우리를앞으로나아가게하는힘은결국그마음이라는사실을이책을통해확인해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