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의 언어 (나의 모어와 바깥의 모국어를 잇는 순간들)

그 집의 언어 (나의 모어와 바깥의 모국어를 잇는 순간들)

$18.00
Description
“모든 경계인을 위한 다정한 목소리.”
불친절한 세상을 통역하며 살아온 K 장녀의 맵고 쓰고 달달한 기록
우리는 누구나 어느 순간 경계인이 된다. 아이와 어른, 지인과 타인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어느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횡단하며 외부인과 내부자를 오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평생을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집의 언어』는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를 오가며 두 세상을 통역해 온 작가의 삶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한다. 수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통역하고 대변하는 사람으로 자란 그는 긴 시간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인으로 존재했다.
집에서는 수어가 모어였지만, 바깥에서는 한국어가 모국어였던 일상. 서로 다른 언어와 세계를 잇는 일은 때때로 다정하고 따뜻했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힘든 순간과 번역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작가는 그 경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감각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리며,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코다’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발견해 나간다.
『그 집의 언어』는 그렇게 경계에 선 사람만의 시선으로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저자

유슬기

농인부모의딸로태어났다.집에서는수어를쓰고,밖에서는말을했다.
어느쪽에도완전히속하지못한채두세계를오갔다.
그경계에서본것들을쓰고,유튜브채널〈유손생〉에서보여준다.

목차

1장
이름의탄생
사랑의역사
첫번째밤
우리엄마아빠는말을못해요
꼬마통역사
물음표표정
어린어른
나의첫보청기
학교
구구단
브래지어
안내견체리
못배운아이
통화버튼
끝에서한가운데로

2장
트라우마
독립이라는이름의도피
100슬기
보이스피싱
아빠소리,엄마소리
아빠걱정,엄마걱정
아는사람과모르는사람
엄마의성장통
외국인이랑결혼하는게좋겠어
수어통역사
손으로말하는사람들
불쌍한유손생
꼬치없는꼬치
코다
농수저
수어선생님

3장
식사합시다
상견례교육
수어청첩장
결혼식
가족여행
임신
심장소리
무례
홈사인
출산
신유봄
들을수있다는건
24시간말안하고살기
열흘간의동침
소리의경계
다정함을너에게줄게

출판사 서평

농인의세계에서는청인으로,청인의세계에서는농인의딸로
수어와한국어사이를오가다마침내내뱉은첫번째이야기

주변어디에나있지만왠지모르게낯선세계가있다.분명히알고있기는하지만자세히들여다본적은없는세계다.이를테면우리나라에서태어난한국인이지만‘한국어’가모어가아닌사람들이모여있는곳이다.겉으로보기엔무척이나고요하고적막하지만,조금만더깊이들어가보면어느곳보다뜨겁고시끌벅적하다.바로농인의세계다.이들은한국어와는다른독립적인문법체계를가진‘수어’로소통한다.이나라의모국어는분명한국어지만이들에게만큼은첫번째언어가아닌셈이다.

“코다라서그래요.”
소리없는세상에서울고웃는떠들썩한일상에세이

수어통역사,유튜버그리고이책『그집의언어』의주인공이기도한유슬기작가는농인부모님밑에서청인아이로태어났다.이른바코다(ChildrenOfDeafAdults)다.집에서는눈빛과표정과손짓으로대화하고밖에서는한국어로말한다.자연스럽게어린시절부터부모님을대변하는통역사역할을하게되었다.길을걷다가누군가말을걸면엄마를대신해대답하고음성안내만존재하는지하철이갑자기정차하기라도하면상황을설명하는것도언제나작가의몫이었다.
그렇게청인과농인의세계를통역하며살아온작가는정작자신이어디에속해있는건지오랫동안알수없었다.두세계는너무달랐고여기에대해알려주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때로는너무나애틋한마음에눈물이울컥나오다가도어떨때는알수없는분노가치밀어오르기도했다.어느때에는너무지쳐서차라리이세상에모든소리가사라지면좋겠다고생각한적도있었다.그렇지만한가지분명한것은아무리괴로운순간에도불합리하고불친절한청인의세상을마주하면도저히그냥아무렇지않게넘길수는없었다는사실이다.

한사람에게서다음사람에게로,
손끝으로대물림되는사랑의형태에관하여

부모님에게세상을통역하는어린어른에서집안의든든한버팀목인딸로,수어를가르쳐주는선생님에서모든사랑을내어주고싶은한아가의엄마가되기까지,작가는몇번의쉽지않은탈피를거치며비로소코다라는자신의정체성을온전히받아들이게된다.새가알을깨고나오듯이청인도농인도아닌‘코다’라는또하나의세상을새롭게마주한것이다.
『그집의언어』는바로그지점에서농인과청인을다루는평평한이야기의범주를넘어선다.그간세상에받아온생채기와자기만의세계를형성하며거쳐간고민을고스란히드러내는솔직한문장은같은일을겪어본적이없는사람이더라도경계인이라면누구든공감할수있을뿐만아니라어느새작가를열렬히응원하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
생각해보면우리는모두어떤경계에서갈피를잃어버린적이있다.홀로어디에도속하지못하고덩그러니남겨진막막한심정을모르는사람은없을것이다.그저서로가처한상황이다르고각자의세계에서자기만의전투를치르고있어전부헤아리지못할뿐이다.
작가는두세계를오랜시간배회하며결국나를이루는근간에는“만약네가아기를낳으면너한테못해줬던것들네아기에게다해줄게.”라고말하는가족이있었다는사실을깨닫는다.그에게는매일아침하루를깨워주는엄마의따뜻한손길과어떤귀한것보다딸이최고라는아빠의믿음이있었다.다른사람들처럼큰소리로이름을부르지않아도서로의등을쓰다듬으며존재를확인해온다정함이있었다.그리고작가는확신한다.이렇게몸안에새겨진사랑은그렇게한사람에게서다음사람에게로,언어가아닌몸으로전해진다고말이다.
모든경계인에게앞으로한발짝더나아갈힘은사실이미당신에게있다고,아직알아차리지못하고있을뿐이라고,조용하지만단단한응원을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