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본질을끝까지놓지않았던거장의‘생산적인오류’를따라서,
철학적논쟁에갇혀있던양자세계를마침내증명해낸당사자의생생한증언
양자역학은자연을더없이정확하게예측한다.그러나예측이맞는다고해서세계가정말그이론이말하는대로존재하느냐는별개의문제다.아인슈타인이파고든지점이여기다.멀리떨어진두입자가한쪽의측정만으로다른쪽까지정해지는듯보이는상황앞에서,아인슈타인은물었다.세계는우리가관측하기전부터이미정해져있는것이아닌가,빛보다빠른영향이란있을수없지않은가.이물음은이후30년가까이실험으로는가를수없는철학적논쟁으로남았다.그교착을깬사람이이책의저자알랭아스페다.저자는이100년의역사를,직접장치를만들고결과를기다린당사자의자리에서일인칭으로쓴다.
아인슈타인은양자라는낯선세계를가장먼저연물리학자다.1905년,그는빛이알갱이처럼행동한다는광양자가설로흑체복사와광전효과를설명하며양자의시대를열었다.30년뒤내놓은EPR논증은양자역학을흔드는반론처럼보였지만,그과정에서양자얽힘이라는가장깊은현상을처음으로끌어냈다.바로그해,슈뢰딩거는EPR에호응해이현상에‘얽힘’이라는이름을붙였다.아인슈타인의“신은주사위놀이를하지않는다”는말에는자연이실제로어떻게존재하는지를끝까지놓지않은그의태도가담겨있다.저자는아인슈타인의의심을‘생산적인오류’라부르며,다음세기의물리학으로통하는문을연사람으로다시세운다.
아인슈타인의호기심을실험실로가져온한물리학자의집념,
낡은지하연구실에서현대양자역학의신기원을열기까지
이책의백미는저자가자신의실험을회고하는6장과7장이다.1974년,저자는동료가건넨초록색보관상자속에서존벨의논문을처음읽었는데,보어와아인슈타인의논쟁을실험으로가를수있다는그논문에그는깊이흔들렸다.그것이이책의시작이다.이듬해CERN에서만난벨은격려와함께한가지조언을건넸다.
“양자역학의기초문제에너무많은시간을쏟지마라.자칫경력을잃을수있다.”
그럼에도아스페는광학연구소지하2층,서로이어진세개의방에서실험을시작했다.공기쿠션테이블을살돈이없어모래를채운금속원통위에광학테이블을올렸고,그렇게‘모래위에세운’장치는수십년을버텼다.두대의레이저로칼슘원자를들뜨게해얽힌광자쌍을만들고,편광기의방향을빠르게바꿔가며그상관관계를측정하기까지5년이걸렸다.핵심부품인고속전환기는제작을맡은회사가손을들자,고등학교시절본실험을떠올려직접만들었다.1982년,결과는분명했다.양자역학의예측대로벨부등식은명백히위반되었고,아인슈타인이옹호한국소실재론의세계관은더는지킬수없게되었다.박사논문심사장에는1966년노벨상수상자알프레드카스틀러가앞줄에앉았고,강당에들어오려는사람들이몰려들정도였다.교과서에‘아스페실험’이라는한줄로남은일이,장치를만들고고치며결과를기다린현장의시간으로되살아난다.
천재들의철학적논쟁에머물던‘양자얽힘’의미스터리,
세월을거쳐현대양자과학의핵심자원이되기까지
아인슈타인과보어가다툰얽힘은오랫동안철학에가까운물음으로여겨졌다.그러나벨의정리와아스페의실험을거치며얽힘은손에잡히는물리적자원이되었다.빛보다빠른통신은여전히불가능하지만,얽힌두입자의상관은도청을원천적으로막는암호의토대가된다.누군가중간에서엿보는순간양자상태가교란되어흔적이남기때문이다.어떤과거의사건으로도예측할수없는진정한무작위성또한양자측정에서나온다.책의마지막은이렇게얽힘이양자암호,양자텔레포테이션,본질적으로안전한난수발생기로이어지는길을짚는다.이제얽힘은양자컴퓨터와양자통신을떠받치는핵심자원이다.저자또한양자컴퓨터기업파스칼을비롯한여러양자스타트업에직접관여하며그변화의한복판에서있다.2022년노벨위원회가수상사유에얽힌광자를이용한실험과양자정보과학의개척을나란히꼽은이유가여기에있다.
하나의질문이과학의중심에서기까지
그찬란한여정과가치를엿볼수있는책
이책은전공지식이없는독자를염두에두고썼다.본문은수식을최소한으로줄여이야기로따라갈수있게하고,‘핵심요약’을통해내용을정리해볼수있도록했다.또한더깊이들어가려는독자를위해곳곳의‘보충자료’에서벨의정리와상관계수,양자비복제정리같은핵심을정확하게풀어준다.어려운대목은건너뛰어도흐름이끊기지않도록설계했다.별면화보에는양자논쟁의역사적장면과실험장치가함께실려있다.
아스페는무대를가로질러메달을받으러걸어나가며,자신에게늘하나였던과학,곧근본원리에서응용에이르는과학이존중받고있음을느꼈다고적는다.1975년벨의질문앞에섰던무명의젊은이가,반세기를돌아노벨상의영예를얻었다.
국내에서영자역학과양자컴퓨터의세계를알리고자다양한활동을펼치고있는고려대학교물리학과채은미교수가감수를진행했는데,채은미교수는저자에대한존경과이책의의미를다음과같이서술했다.
“이책의또다른중요한미덕은아스페교수가아인슈타인을대하는태도에있다.흔히아스페교수의업적은‘아인슈타인이틀렸음을실험으로보인것’이라고간단히소개되지만,저자는이러한설명을조심스럽게바로잡는다.그는아인슈타인을패배한사람으로그리지않는다.오히려양자역학의이상함을누구보다깊이이해하고,EPR사고실험을통해양자얽힘이라는비범한현상의본질을처음으로선명하게드러낸인물로그린다.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이던진질문은양자역학이단지계산에잘맞는이론인지,아니면물리적실재에대한완전한설명인지묻는근본적인질문이었다.저자는아인슈타인이본질적으로혁명가였으며,절대적시간이라는개념을과감히버렸듯이충분한실험적증거가주어졌다면국소성을포기하는일까지도받아들였을가능성이있다고말한다.이관점은과학에서중요한것이단순히누가옳고틀렸는가가아니라,자연을더깊이이해하기위해얼마나날카롭고정직한질문을던졌는가임을다시생각하게한다.……
이책을읽는독자들은양자역학이단순히어렵고기묘한공식들의집합이아니라,여러세대의과학자들이서로질문하고반박하고실험하며만들어온살아있는지적전통임을느끼게될것이다.과학은정답을외우는일이아니라,좋은질문을끝까지놓지않는일이다.그리고때로는그질문이처음에는너무이상하고위험해보일지라도,바로그질문이다음시대의과학을여는문이된다.”_채은미(고려대학교물리학과교수,『처음만나는양자의세계』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