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은나의안식처』작가미니인터뷰
1.북파/남파공작원이있었다는사실을모르는사람들도많을것같습니다.구체적으로어떤일을했고,어떤인식이있었는지상세하게설명해주실수있을까요?더불어사실을기록하는르포나아카이빙으로서의소설이아닌,문학적으로재구성하며쓰셨는데요.이러한방식에서고민했던지점은무엇이실지요?
북파공작원은군번도계급도없는채적지에침투해첩보를수집하거나,주요시설을파괴하고,요인을제거·납치하는임무를수행했던비정규공작원들입니다.국가를위해존재했지만,정작공식기록에서는쉽게지워질수밖에없었던사람들이기도합니다.
1953년체결된정전협정은전쟁을완전히끝낸평화협정이아니라,교전당사자들이적대행위를중지하고다시전쟁으로확대되는것을막기위해맺은군사협정입니다.군사분계선과비무장지대를두고그곳에서의적대행위를금지했으며,허가없이군사분계선을넘는것도금지했습니다.그런데정전이후에도남과북은상대지역에사람을침투시켜첩보를수집하거나군사적공작을수행했습니다.
문제는그사실을국가가공식적으로인정했을때생깁니다.휴전은전쟁이끝난상태가아니라교전이중지된상태이고,국제법상한쪽의중대한휴전위반은상대방에게협정을폐기하거나긴급한경우적대행위를재개할수있는근거가될수있습니다.따라서국가가자신이공작원을보내적지에침투시키고군사적임무를수행하게했다고공식적으로인정하는것은단순히비밀작전하나를시인하는차원의문제가아니었습니다.정전체제자체를뒤흔들고다시무력충돌로번질수있는매우민감한문제였습니다.바로그때문에공작은국가의필요로수행되면서도,정작국가는그존재와임무를공개적으로인정하기어려운모순을안게됩니다.그리고그모순의가장어두운곳에,국가를위해목숨을걸었으면서도국가로부터존재를부정당한공작원들이있었습니다.
저는바로그모순에주목했습니다.그래서이작품을르포나아카이빙으로쓰지않았습니다.기록은사실을남길수있지만,침묵과삭제,그리고이름없이사라진사람들의삶까지복원하지는못합니다.저는그기록의빈자리를문학이메울수있다고생각했습니다.사실을재현하는데그치지않고,기록에서지워진인간의고통과존엄을상상력으로되살리는것.저는그일이야말로소설만이끝까지감당할수있는몫이라고믿었습니다.
2.강성은북한체제의폭력에서탈출해남한의공작원이되지만,마지막에는남과북양쪽으로부터제거대상이됩니다.이처럼작품속인물들은국가를위해임무를수행하지만,정작국가로부터잊히거나부정당합니다.작가님이생각하시는그들의상처는무엇인가요?이러한상흔을치유하기위하여국가에서는어떻게해야한다고생각하시는지요?
국가는개인위에존재하는추상적인개념이아니라,결국개인들의삶위에세워진공동체입니다.국가라는이름아래누군가의희생을당연한것으로받아들이는순간,사람은이름을가진존재가아니라숫자로환원됩니다.저는그것이국가폭력이남기는가장본질적인상처라고생각합니다.
강성을비롯한작품속인물들의상처도거기에있습니다.그들은국가를위해자신의삶을내놓았지만,임무가끝난뒤에는존재자체를부정당했습니다.살아돌아와도기록되지못하고,죽어도애도받지못하는삶.인간에게그것보다더깊은상처는없다고생각합니다.
많이늦었지만,국가는그들의존재를인정해야합니다.공로를기록하고,실종자와사망자를끝까지찾아야하며,유가족에게진심으로사과해야합니다.특히국가가관련자료와정보를가지고있으면서도희생자를찾는책임을유족에게사실상떠넘기는현재의방식에는분명한한계가있습니다.유족들은당사자가어디에소속되어있었는지,어떤임무를수행했는지조차알지못하는경우가많습니다.그런상황에서가족에게먼저증명하고찾아오라고요구하는것은국가가져야할책임을다시피해자에게돌리는일이라고생각합니다.
살아남은이들의트라우마를국가가책임지고치유하려는노력도필요합니다.그러나그보다먼저이루어져야할것은그들이실제로존재했고,국가를위해일했으며,그과정에서희생되었다는사실을인정하는일일것입니다.무엇보다국가가그들을더이상숫자가아니라한사람의삶으로기억해야합니다.저는그지점에서비로소진정한화해가시작된다고믿습니다.
3.마지막장면에서강성은독캡슐을삼키지도,북으로귀순하지도않고다시남쪽을향해걷습니다.결국총에맞아쓰러지는이선택은어떤의미일까요?이선택은국가에대한갈망처럼보이기도하고,인간으로서의존엄을지키기위한마지막선택처럼보이기도하며,어떻게보면국가를고발하고자하는마음을육체로드러냈다고도볼수있겠습니다.강성의마지막걸음을통해보여주고싶은주제가있으셨는지궁금합니다.
당연히총알이자신을향해날아올것을알면서도강성은남으로향합니다.북에투항한다면당분간목숨을이어갈수있을것입니다.반대로남쪽의지시대로독캡슐을삼킨다면자신의존재를말끔히소거하는데동의하는셈이됩니다.강성은어느쪽도선택하지않습니다.그를기다리거나환영해줄이하나없는남쪽을향해자기발로걷습니다.
저는그마지막걸음이국가를향한귀환이라고생각하지않습니다.오히려국가가정해놓은죽음의방식마저거부하는한인간의마지막선택에가깝습니다.북에자신을맡기지도않고,남이명령한방식으로자신을지우지도않는것.비록그끝에죽음이기다리고있을지라도어디를향해걸을것인지만큼은스스로결정하는것입니다.
그가남으로향하는데에는덕유와고산의발자취가있기때문입니다.그순간강성에게덕유와고산은국가보다더큰존재입니다.
국가는제역할을다한강성에게총구를들이댑니다.그런데도그는그곳을향해나아갑니다.그의든든한후방이었던덕유와고산의발자취가거기에있고,그들은국가가되어주지못한세계가되어강성을기다립니다.그래서저는강성의마지막걸음을국가에대한갈망이라기보다,국가가끝내빼앗지못한한인간의존엄이라고생각합니다.그의육체는총탄앞에서쓰러지지만,어느쪽에도자신의존재를넘겨주지않았다는점에서그마지막걸음은패배가아닙니다.국가가한인간의삶과죽음을마음대로결정할수있는가,라는질문을,강성은자신의마지막걸음으로되돌려주고있다고생각합니다.
4.실제경험이나증언을바탕으로한인물을소설화할때,끝내쓰지못했거나의도적으로감춘이야기도있으셨나요?또는인물및상황에서원래구상한것과크게달라진부분이있었는지요?작품집필비화를들려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이체제가어떻게작동하는지,그속에서어떤일들이벌어졌는지를속속들이기록하는것은르포의몫일것입니다.상상하기어려운극한의훈련과이를달성하지못했을때가해진체벌등독자의눈길을끌만한이야기도많습니다.보안상드러낼수없는부분도있었지만,밝힐수있음에도이소설이궁극적으로말하고자하는바에도움이되지않는다고판단해덜어낸이야기도적지않습니다.
그중가장크게덜어낸것이강성의과거입니다.강성은오사카에서북한안변군으로이주한재일교포입니다.북한과조총련의‘지상낙원’선전을믿고북한으로건너간9만3천여명의재일교포가운데한사람으로설정했습니다.그들가운데상당수는고향이북한이아니라남한이었고,북한에서는감시와차별속에서이방인으로살아야했습니다.저는처음에는‘투쟁아파트’건설과그안의삶을통해강성이겪어야했던가난과소외,그리고어디에도완전히속하지못한삶을좀더깊이다루고싶었습니다.
하지만쓰다보니그것만으로도한편의소설이필요한이야기였습니다.무엇보다14일간의적지임무를통해보여주려했던이작품의중심에서자꾸벗어났습니다.아무리중요한이야기라도작품전체를흔든다면덜어내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그래서상당부분을과감하게삭제했습니다.쓰지않는것역시소설을쓰는일이라는것을그과정에서다시느꼈습니다.
고산과강성,덕유는모두우리시대가낳은아픈손가락들입니다.그중가장아픈손가락을하나꼽으라면저는덕유를꼽겠습니다.태풍사라의비극을겪고집단이주한철원에서아버지는북한군에납치되고,어머니는지뢰를밟아죽습니다.그리고덕유자신마저귀순과정에서총탄에찢겨시신조차온전히남지못합니다.저에게덕유의죽음은한개인의비극만은아닙니다.시대와분단이라는거대한힘에삶이휩쓸렸던우리아버지와어머니세대의자화상에가깝습니다.그래서덕유를쓰는일은한사람의비극적인죽음을묘사하는것이아니라,우리가지금서있는삶의밑바탕에어떤희생이있었는지를돌아보는일이기도했습니다.
5.작품에서남과북은서로적대하지만,개인을수단으로사용하고필요가없어지면폐기한다는점에서는닮아있기도합니다.작가님께서비판하고자한것은목적을위해인간을도구화하는모든국가권력의본질일까요?작가님이생각하시는남과북의닮은점과다른점이궁금합니다.더불어이미분단이오래지속된상황에서통일에대한견해도있으실듯한데요.전쟁의상흔이통일로인하여치유될수있다고생각하시는지요?
개개인에게국가는보호자인동시에가장압도적인강제력을행사할수있는존재입니다.남과북의체제는분명다릅니다.북한이국가와집단의목적아래개인의자유와기본적인욕구까지강하게통제하는사회라면,남한은헌법과법률에따라개인의기본권과자유를보장하는민주주의체제입니다.그차이를간과해서는안된다고생각합니다.
다만전쟁과분단,안보라는특수한상황에서국가가‘공동체를보호한다’라는명분으로개인을수단화해온역사는남과북모두에게있습니다.국가가필요할때는국민이고전사이지만,국가에불편한존재가되는순간한인간은이름을잃고기록에서조차지워지는숫자가되기도합니다.
그런맥락에서저는인간을도구화하는모든국가의본질을하나로규정하기보다,국가가한인간에게어디까지요구할수있는가를묻고싶었습니다.
최인훈님의소설‘광장’은이지점에서시사하는바가큽니다.이명준은개인의자유로운내면인‘밀실’과공동체적삶인‘광장’이서로통하는세계를갈구합니다.그러나남에서는광장없는밀실을,북에서는밀실없는광장을발견합니다.결국어느쪽에서도자신이살아갈세계를찾지못하고제3국을선택합니다.
강성역시남과북어느쪽에서도온전히받아들여지지못한다는점에서는이명준과닮았습니다.그러나마지막선택은다릅니다.강성은자신에게총알이날아올것을알면서도남으로향합니다.그것은남한이라는국가를선택해서가아닙니다.그곳에덕유와고산의발자취가있기때문입니다.그는국가로돌아가는것이아니라사람에게돌아갑니다.살아서는그의든든한후방이었고죽어서도그를살아있게하는사람들에게로돌아가는것입니다.
전쟁과분단의상흔은여전히현재진행형입니다.그렇다고분단의반대말인통일이자동으로그상처의치료제가된다고생각하지는않습니다.두나라가하나가된다고죽은사람이돌아오는것도아니고,사라진기록이저절로복원되는것도아닙니다.더구나통일이라는거대한대의를위해또다시개인에게희생을요구한다면,그것은이소설이비판해온국가의논리를반복하는일이될것입니다.
아직도우리의발밑에는지뢰가있습니다.실제지뢰도있지만기억속의지뢰,가족사의지뢰,국가가감춘기록의지뢰,남과북이서로에게남긴증오와공포의지뢰도있습니다.통일은군사분계선을없앨수는있어도그지뢰들까지저절로제거해주지는않습니다.
그럼에도저는통일을원합니다.더이상분단이고착화되는걸원하지않습니다.다만제가바라는통일은영토를하나로만드는것만을의미하지않습니다.남과북모두자신들이저지른폭력을돌아보고,사라진사람들의이름을찾아주고,유해를발굴하고,가족에게진실을돌려주어야합니다.피해자를‘영웅’이나‘반역자’라는국가의언어에서꺼내한사람의인간으로되돌려놓는일도필요합니다.
우리의발밑과마음속에묻힌지뢰를하나씩제거하는과정,저는그것이통일보다먼저시작되어야할화해라고생각합니다.국가와민족보다한인간의삶을먼저생각할수있을때,비로소통일도의미가있을것입니다.
6.『지뢰밭은나의안식처』를읽는독자들이가장오래기억해주었으면하는장면이나,깨닫게되는지점이있으신지요?또는『지뢰밭은나의안식처』를읽는독자들에게전달하고싶은말씀이있으시다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