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만나는신동엽의시세계
1950~1960년대한국시단에서당대억압과모순을고발했던시인신동엽은민족문학과참여시의토대를마련했으며,이후한국리얼리즘시와민중시의전개에도깊은영향을미쳤다.그러나신동엽의작품은역사적배경과사상적맥락이깊은만큼,학생과일반독자에게는때로어렵게느껴지기도한다.
신동엽학회소속연구자20인은“어떻게하면신동엽을독자들이직접만나는것처럼이해할수있을까”하는질문에서시작하여이책을기획했다.『신동엽,꽃불의시』는마치대화하는것처럼쉽고친절한구어체로작품의시대적배경과핵심시어,표현의의미와시적맥락을쉽고친절한언어로풀어내고있다.신동엽의시세계를알고싶지만딱딱한이론이버겁게만느껴졌던독자에게는선물같은책이될것이다.
잘알려지지않은소탈한모습,친근한시인
신동엽시인은대개「껍데기는가라」를쓴‘저항시인’이자민족과현실을노래한‘참여시인’이라는수식어로알려져있다.그러나그의시세계에는농민과노동자,도시의시민과가난한이웃들의삶처럼그수식에포함되지않은소탈한모습도있다.또한분단과전쟁,산업화로이어지는한국현대사의상처를인간다운공동체로극복해나가고자한모습도담겨있다.
지금-여기다시읽는신동엽
“오늘은그들이소굴을이루었지만,모두한마음,한가지염원으로행진할때,신동엽시인말대로‘밤이길지라도/우리내일은’이깁니다.”(본문314쪽중에서)
불과2년전,계엄과탄핵을겪어온현재에서신동엽의시는다르게읽힌다.책을읽어내려가다보면,신동엽이꿈꾸었던것은인간이인간답게살아가는세상,자연과공동체가조화를이루는삶,분열과폭력을넘어선평화로운세계였다는사실을알게된다.불평등과갈등,전쟁과분단이지속되는오늘,우리는신동엽을다시읽으며‘쇠붙이’처럼차가운현실을이겨내고자하는힘을얻을것이다.
책속으로
이시는보다폭넓고보편적인관점에서시인이‘개벽’과같은새로운세상의비전이실현되기를바라는마음을담은것이라고보아야할것같습니다.“새로열리는땅”이라는제목에서도잘드러나고있죠.동학에서이야기하는개벽은모든가치,척도가변하고인간삶의양태까지바뀌는근본적인변혁을의미합니다.새로운문명사회의도래를예언하는것으로,이는공존과상생,평등의평등을꿈꾸는것입니다.
---p.114
중고등학교교과서에도실려있는이시는봄이라는상징적이미지를통해시인의염원을드러내는작품입니다.기존에는일반적으로3연의‘겨울’과대립되는‘봄’을민족의화합과평화통일을상징하는대상으로읽어왔습니다.첫연에서“봄은,남해에서도북녘에서도오지않는다”라는구절에주목하게됩니다.이어지는묘사에서제주에서두만강까지,우리가밟고살아가는땅위에서그생명력이움튼다고말하는것으로보아남해,북녘은한반도가아닌외부를의미하는것으로보이죠.
---p.210
역사는늘현재를관통하며흐릅니다.우리가살아가는이시간은과거로부터이어진하나의지점입니다.우리의역사에서4·19는역사적으로중요한지점으로시인은서화2에서4·19에대해감격적인어조로이야기를시작합니다.“우리들을하늘을봤다/1960년4월/역사를짓누르던검은구름장을찢고/영원의얼굴을봤다”고말입니다.
---p.357
추천평
역사가비극을되풀이할때마다시의혁명이사람들의마음으로스며들고있음을우리는알고있다.신하늬의후예들이스며들었던공주‘동혈산(천태산)’은이후‘종로오가’의소년과‘광주’의소년과‘광화문’의불꽃들로이어졌는데,그모든존재들이제각각의힘을펼쳐이제는신동엽이라는시를읽는다.이들은신동엽의이름으로세상속에퍼져나가는중이다.이시의꽃잎들은사람들의마음을잠식해서공주우금치언덕을제각각의혼으로점거하고승천해가던혼령들이만드는언어일것이다.
시는새세계의마음을잠식하는신동엽이라는이름의터전이다.대지의꽃불이된언어들이진실과함께타오르기때문이다.때로꽃불의시는실패를향해놓여있고,사람들은도달해야할곳에도달하지못한채책을덮어두기도한다.이런언어의길에서사람들은제자신의마음안으로만들어갔을텐데,그런의미에서도시는도달하지못하는언어다.그러나바라고있던곳에도달하지못하는것이진실의소멸을의미하지는않는다.소멸되지않았기때문에오히려비극의희망이다.사람들의마음을잠식하는언어가그래서세계를점거한다.동학군들이우금치를점거하고,이미신동엽의대지가시에게잠식=점거되었을때그랬다.이언어들로부터벗어날방법은없다.
-박수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