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수있는것은오직다른사람의불행
나자신이아닌타인을향하는소원은
얼마나잔인해질수있는가
“행복해지고싶다.”우리는종종소원을빌때이렇게말한다.하지만《불행소원》의세계에서는그것이허락되지않는다.이세계에서이루어지는소원은단하나뿐이다.자신의행복이아닌,타인의불행.수영장물에소원을빌고,그물이상대에게닿는순간저주는시작된다.그리고그저주는피해자와가해자모두에게피할수없는방식으로되돌아온다.《불행소원》은누구나한번쯤품어봤을법한아주작은마음에서출발한다.‘너만아니면.’경쟁과비교가일상이된교실에서이런감정은특별하지않다.작품은그마음을쉽게선악으로구분짓지않으며,대신아이들이누군가의실패를바라게된이유와,그욕망이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를끝까지따라간다.
국가대표를꿈꾸는아이,사랑받고싶은아이,인정받고싶은아이,밀려나기싫은아이.네아이의시점으로이어지는저마다의간절함은어느순간타인의불행을바라는저주로뒤틀리고,아이들의발걸음은학교근처수영장으로,소원은누군가의불운한미래로향한다.《불행소원》의공포는믿지않으면서도한번쯤따라해보고싶어지는마음에서기인한다.장난처럼시작했지만어느새누군가를떠올리게되고,마침내그선택마저더이상죄라고느끼지않게되는순간공포는완성된다.이책은비교와질투가어떻게저주로변하는지를끝까지응시하며독자에게묻는다.진짜무서운것은저주인지,아니면누군가의불행을상상하는우리의마음인지.
저주보다빠르게퍼지는소문과괴담
서로를향한의심이갈라놓는연결의끈
《불행소원》은한사람의작은악의가어떻게집단을집어삼키는지를놀라울만큼현실적으로그려낸다.가벼운실험에서시작된‘나쁜’소원은점점그수위를더해가고,결국돌이킬수없는사건을불러온다.그사건이후학교에는소문과괴담이문자와단체채팅방,다이렉트메시지,SNS를타고걷잡을수없이퍼져나간다.아이들은믿지않는다고말하면서도메시지를저장하고,거짓이라고비웃으면서도몰래누군가의이름을중얼댄다.그렇게저주는유행이되고,학교는누구도빠져나갈수없는거대한저주의수조로변해간다.
작가는이작품에서‘의심’을공포의중심에놓는다.저주보다무서운것은어제까지웃던친구가내불행을빌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이다.다정했던사람이사실은가장나를미워했을수도있다는가능성은교실과복도,수영장까지스며들며아이들을조금씩갈라놓는다.사랑과열등감,팬심과집착,인정욕구와경쟁심이뒤엉킨관계를집요하게따라가며,독자역시특정인물의편에서기보다자신의마음속에도있었던감정을마주하게된다.
특히오늘의10대들이실제로사용하는언어와플랫폼을적극적으로녹여낸점도인상적이다.학교에서시작된감정은더이상그안에머물지않는다.익명의계정하나,사진한장,영상하나가순식간에사람을고립시키고,소문은진실보다도빠르게사실이된다.《불행소원》은SNS시대의불안과관계의균열을가장한국적인하이틴호러의문법으로풀어낸다.
모든것을감추고,때로는드러내는물처럼
청춘의아름다움아래숨겨진아픔과상처
“미안해.사실은…네가너무좋았어.
너와함께…을하고싶었어.그게진짜내소원이었어.”_본문중에서
《불행소원》의특별함은공포를담아내는방식에있다.작품의중심을차지하는것은바로‘물’이다.물은저주를옮기는매개이자욕망을담는그릇이며,끝내감춰두었던감정을떠오르게만드는공간이다.투명해보이지만바닥을알수없는수영장은인물들의마음을그대로닮아있다.작가는아티스틱스위밍이라는종목을통해이상징을더욱선명하게완성한다.수면위에서는가장아름다운미소를지어야하지만,물속에서는숨을참고고통을견뎌야하는세계.완벽한호흡과협력이필요하지만동시에누구보다치열하게경쟁해야하는이스포츠는《불행소원》의세계를가장잘보여주는무대가된다.
마침내모든상처와열등감,질투가사라지고오직물속에서파트너와함께춤추는순간만을평화로받아들이는한인물의모습은아름답지만서늘하다.그것이진정한구원인지,끝없는저주의연장인지는끝내단정되지않으며,마지막장을덮고도쉽게설명되지않는여운을남긴다.
《불행소원》은〈여고괴담〉시리즈가남긴한국형학원호러의계보를오늘의감각으로새롭게확장한다.여고라는특수한공간,SNS를타고증폭되는관계의균열,그리고아름다운수영장아래가라앉아있던욕망까지.청춘의가장찬란한순간과가장잔혹한감정을동시에비추며,여름수영장처럼눈부시지만쉽게마르지않는공포를독자의마음에오래남기는작품이될것이다.
[줄거리]
인영여고에기묘한소문이퍼진다.학교근처수영장물을그릇에담아누군가의몸이나물건에묻히며‘불행소원’을빌면그사람에게실제로불행이닥친다는것.그시작에는아티스틱스위밍국가대표를준비하는열여덟소녀배주아가있었다.한사건을계기로소문이현실처럼번지면서주아네반과학교전체가공포와의심으로뒤덮인다.누군가는살아남기위해소원을빌고,누군가는그저주를막으려한다.하지만한번시작된불행소원은무엇으로도멈출수없고,소문뒤에숨은진실이드러날수록아이들의세계는손쓸수없이무너져내리는데….
추천사
“공포를피하는나조차단숨에읽어내려갔다.유은정감독은호러를좇으면서도매번사려깊은시선으로‘예쁘고소름돋는이야기’를만들어낸다.작중인물들의미묘한공기부터물표면의파동까지눈앞에그려지는듯한감각적인묘사에압도되고,가장순수하기에어둡고강력한여자아이들의마음이세밀하게살아숨쉰다.이일편단심의공포세계를마주한순간,헤어나오지못할것이다.부디물조심하시길.”_전소니(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