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청소

완벽한 청소

$17.00
저자

노청엽

저자 ; 노청엽
2001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공부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낯선 것에 호기심을 두는 편이다. 제1회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2026) 최우수상과 제9회 한국과학문학상(2026)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럴듯한 세계에 이상한 질문 하나를 던져 익숙한 풍경의 결을 비트는 데 관심이 많다.

목차

프롤로그
정산의 날
처리의 의미
거짓이 진실을 게워낼 때
시체는 문을 열지 않는다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
넘어본 적 없는 문턱
미학적 미학의 미학적 의미
붉은 동그라미
공건혁과 김영미
처음으로 돌아가는 밤
산 위의 두 새
거짓의 끝에서
완벽한 청소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남은 문제는, 자신의 딸을 어떻게 청소하느냐였다.”
지우려는 자와 끝없이 따라오는 진실.
벼랑 끝에 몰린 중년 여성의 지독한 생존 질주!

《완벽한 청소》는 가난과 절망의 밑바닥에 내몰린 한 인간이 치명적인 유혹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떻게 삶 전체를 집어삼키는지를 정밀하게 파헤친 스릴러 소설이다. 가짜 엄마 노릇을 하던 주인공 채영숙이 의뢰인의 피투성이 시신과 8억 원의 현금을 목격하고 사체 은닉을 감행하면서 이야기는 숨 가쁘게 내달린다. 도덕과 생존의 무자비한 경계에서 죄의식을 합리화하며 시신을 감추고 피를 닦아내는 채영숙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지독한 생존 본능과 탐욕의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를 단숨에 피비린내 나는 사건의 한가운데로 이끈다.

순수한 재미, 예상치 못한 전개, 묵직한 여운까지
최종심까지 단번에 오른 수작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 점점 주인공을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가운데, 언제 살얼음이 깨질지 모르면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이 갔고, 차츰 드러나는 진실도 흥미진진했다. _김보영(소설가)

후반부까지 힘 있게 끌고 가는 전개가 인상 깊은 작품. _조예은(소설가)

예상치 못한 전개를 통해 가짜 딸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의 딜레마를 끝까지 끌어가는 점이 좋았다. _서미애(소설가)

제1회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당선작인 이 작품은 예심 단계부터 독보적인 필력으로 최종심까지 단번에 오르며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소설의 매력은 단순히 시신을 숨기고 돈을 훔치는 범죄의 자극성에 그치지 않고, 한 겹씩 벗겨지는 인물들의 비밀과 반전을 통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죽은 자의 휴대폰으로 걸려 오는 의문의 전화, 채영숙의 목을 조르는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지워낸 줄 알았던 공간에서 다시 생겨나는 또 다른 시체까지.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거친 수세미로 삶을 긁어내야만 하는 주인공의 사투를 핍진하게 그려냈다.
이에 더해 얽히고설킨 비극의 고리 속에서 인물들의 과거가 베일을 벗으며, 스릴러적 쾌감과 함께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과연 그녀는 자신을 옭아맨 어두운 비밀을 완벽하게 청소하고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서스펜스의 정수를 선사한다.

“누가 가족인가라기보다, 무엇이 사람을 가족으로 만드는가를 묻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짊어진 가족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었던 그림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어미 새를 위해 벼랑 끝에서 날갯짓을 강요받는 위태로운 둥지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성실과 책임으로 짓눌린 참혹한 현실이었다. 진짜 같은 가짜, 그리고 가짜를 통해서라도 진짜를 만들고 싶었던 이들의 아픈 서사가 한 겹씩 베일을 벗을 때, 독자들은 작가가 던지는 ‘가족을 가족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서늘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책 속에서]

자칫하면 지금까지의 청소가 한순간에 무의미해질 수 있었다. 그 섬뜩한 가정이 뒷덜미를 훑는 순간, 오로지 바닥에 남은 흔적을 지워내는 데만 붙들려 있던 시선이 서서히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뻣뻣하게 굳은 목 근육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갔다. 이윽고 청소를 시작한 이후 의식적으로 외면해 온 방의 한구석, 바로 그 마지막 지점에서 그녀의 시선이 멎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싸늘하게 죽어 있는 자신의 딸을 어떻게 청소하느냐였다. 9쪽

계약서에 명시된 채영숙과 단혜원의 관계는 모녀였다. 의료기기 회사의 이사인 하진휘와 결혼하기 위해 단혜원에게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배경이 필요했다. 졸업장이나 유학 증명서 따위야 위조 서류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살아 숨쉬는 가족만큼은 종이 위에서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온기까지 위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12쪽

어느 날 밤, 병실에 누워 있는 남편 앞에서 채영숙은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그동안 쌓인 모든 증오를 토해낸 적이 있었다.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고. 차라리 그냥 죽어 버리라고 악을 썼다.
바로 그때였다. 미동도 없던 노승기의 눈가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것이 단순한 생리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아내의 말을 알아듣고 흘린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물기 어린 흔적 앞에서 채영숙은 남편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다. 19쪽

채영숙은 돈가방과 장판 위에 널브러진 시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나는 자신의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고, 다른 하나는 현재를 옭아매는 비밀 그 자체였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저 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끔찍한 비밀을 완벽하게 묻어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내야 할 것이 있었다. 38쪽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를 연기하는 일은 부잣집 사모님 행세보다 훨씬 수월했다. 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와 여행을 준비하다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며 울먹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한 여자의 인생쯤 제 욕심이나 비루한 사정에 끼워 넣어 망가뜨리는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었으니까. 98쪽

“신부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신부는 채근하지 않았다. 왜 우느냐, 무엇이 그토록 괴로우냐고 묻는 대신, 그저 채영숙이 입을 열 수 있을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저는 죄가 많은 여자예요. 정말… 죄가 많아요.” 183쪽

떨리는 변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말’이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반복되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딴 변명 듣자고 말씀드린 거 아닙니다!”
나는 거실 소파에 몸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시야가 붉게 번졌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평생 모를 줄 아셨냐고요!”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