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불태우자.고상한동기따위는잊어라.
지금이순간당신의구미를당기는은밀한즐거움,
쓰지않을수없는단어들에몸을맡겨라.”
줄리아캐머런은글쓰기를소수의재능있는사람만이수행하는전문적인활동으로보지않는다.아이는말을배우자마자눈앞의사물에이름을붙이고,새롭게익힌단어를금덩이처럼만지작거리며자기것으로만든다.세상을언어로붙잡고표현하려는욕구는이처럼인간에게본래주어진본성이다.그러나학교와사회의평가를거치는동안우리는언어의즐거움보다규칙을먼저배우고,자유롭게표현하기보다‘틀리지않는법’을익힌다.그렇게어느순간부터글쓰기를자신과어울리지않는일로여기기시작한다.
저자는우리가종이앞에서얼어붙는이유가능력부족에있지않다고말한다.글을쓰기도전에‘진정한작가’가되어야한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책을출간하고,글로돈을벌고,누군가에게공식적으로인정받아야만작가라불릴수있다고믿는순간글쓰기는한없이위험하고어려운일이된다.초고의단어하나하나가잘다듬어진보석처럼완벽해야한다는부담까지더해진다.
하지만작가라는자격이애초에존재하지않는다면어떨까?소설을쓰는일이아마추어목수가책장이나탁자를만들어보는일과다르지않다면?출간이나심사를목표로삼지않고,순전히창작의짜릿함과즐거움을경험하기위해글을쓴다면?저자는‘작가’라는무거운호칭을잠시지우고,관찰하고듣고적어내려가는본래의행위로돌아가자고제안한다.작가란자격이아니라,글을쓰는행위에서비롯되는이름이다.
이책의원제인‘TheRighttoWrite’에는‘쓸권리’와함께,태어날때부터우리모두에게주어진권리라는의미가포개어져있다.우리는모두언어를지니고태어났으며,따라서자기삶과감정을자기언어로표현할권리도타고났다.『나를위해쓸권리』는글쓰기를전문가의영역에서삶의영역으로,재능의문제에서권리의문제로옮겨놓는다.
“글은누구나스스로조제해복용할수있는약이다.”
자기삶의증인이되는순간,글쓰기는삶을바꾼다
『나를위해쓸권리』가다른작법서와가장뚜렷하게갈라지는지점은글쓰기를작품생산의기술이아니라자기삶과관계맺는방식으로바라본다는데있다.줄리아캐머런에게쓰는일은단순히경험을문장으로옮기는행위가아니다.자기삶을자세히관찰하고,그동안무시하거나왜곡해온감정을정확히명명하며,스스로가겪은일을자신의언어로증언하는일이다.
저자는오랜시간학생들과함께글을쓰며그들의삶이변화하는모습을거듭목격했다.수줍고소심했던사람이자기권리를주장하고,과장과허풍에기대던사람이비대한자아를내려놓았다.어떤사람은더깊은관계에마음을열고또어떤사람은자신을해치는관계에서빠져나왔다.직업과정체성을바꾸는사람들도있었다.글쓰기는자신이무엇을원하고무엇을견딜수없는지알려주며,자기삶의변두리로물러나있던사람을다시삶의중심으로불러들인다.
책에는글쓰기와삶이맞닿는다양한장면이등장한다.그장면들을통해저자는분노를외면하지않고벽너머의진실에접근하는법,외로움을창작의고립과구분하는법,일상의구체적인감각을기록해경험의집합체를만드는법,자신에게안전한독자를골라아직연약한글을보호하는법을차례로보여준다.특히저자는모든사람에게무차별적으로초고를보여주는일을경계한다.실제로한작가는경쟁관계에있던동료의부정적인충고를듣고원고를서랍에넣은뒤,다시단편소설을쓰기까지15년가까운시간이걸렸다.개방적이고창의적인글쓰기에필요한취약함은우리의창의성을위험에빠뜨릴수도있으므로,글이자랄때까지안전하게지켜줄독자와친구를신중하게선택해야한다는것이다.
글쓰기는우리삶의진실을드러낼뿐아니라그진실에따라행동할힘도준다.자신을존중받지못하게하는관계,오래된역할과습관,더는몸에맞지않는정체성을문장으로확인하는순간우리는이전과같은방식으로살아가기어려워진다.그래서잘쓴글은때로기분을좋게하기보다불편하게한다.자신을붙잡고있던과거의패턴을벗어나,낯설고새로운모습으로탈바꿈하는과정에놓이기때문이다.
저자는‘쓸권리’가단순히창작할자유만을뜻하지않는다고말한다.자신의작업을존중할권리,인간적으로존중받을권리,관계에서일방적으로희생하지않을권리를비롯한수많은권리의원천이다.나를위해쓰는순간우리는자기삶을타인의해석에맡기지않고,스스로바라보고명명하고선택하기시작한다.
책속에서
우리는글을쓸때지나치게신중하다.너무제대로쓰려고한다.똑똑해보이려고한다.그렇게애쓴다.글은너무애쓰지않을때오히려더잘쓰인다.그저종이위에서느긋하게시간을보내도록자신을풀어놓을때더잘쓰인다.나에게글쓰기는좋은잠옷한벌과도같다.편안하다.지금우리문화속글쓰기는군복을갖춰입는경우가많다.문장들이질서정연하게일렬로행진하는예의바른기숙학교학생들처럼보이길원한다.
_15쪽,「시작」중에서
자기자신을잊으면글쓰기가쉬워진다.우리는군인처럼뻣뻣하게서서‘나’라는주어가나올때마다자아전체를욱여넣는사람이아니다.자기자신을잊고,잘해야한다는강박을내려놓고,그저작가로서편안히자리잡는다면글이우리를통해흘러나오게된다.자의식강한작가의자리에서물러나자기자신을표현하는매개체가된다.이야기의주인공이아니라이야기를들려주는이야기꾼이될때우리는글을더잘,수월하게쓸수있다.
_29쪽,「귀기울여듣기」중에서
글쓰기에몰입하다보면지금자기가하는일에대해잘알게된다.글쓰기는자주,구체적이고정기적으로실천할수록수월해진다.주말에만집수리할시간을내는게아니라평소자주못을박다보면요령이생기는것처럼말이다.글쓰기가주말에시간을내야가능한일이라고여기는사람이많다.우리는작가다운재주를발휘해종이앞에앉아내면의수리를시작한다.격렬한고통을들여다보기위해,분노나열정,원한,제안,특히사랑등극단적인감정을표현할수있을지알아보기위해글쓰기를시도한다.연애편지가하나의장르가될수있었던이유는감정의힘이글을쓰도록우리를몰아붙이기때문이다.우리는“뭘어떻게말해야할지모르겠어”라며편지를쓴다.
하지만어떻게말해야할지우리는다알고있다.자기자신을허락하면된다.구체적으로말하고자한다면알수있다.글을구체적으로쓴다는건평범한생각을자세히들여다보고표현한다는의미다.그냥“난괜찮은것같아”라고쓰는대신“난그게썩좋지는않지만그렇다고아주끔찍하지도않아.실망하고체념했어.우울감에빠져들고있어.어서다지나가길바라고있어”라고쓰는것이다.
_103~104쪽,「구체적으로쓰기」중에서
디테일을쌓는것,구체적이고뚜렷하게드러내고자하는의지,글을문맥에맞게정확히배치하려는의지,이모든게독자와긴밀히연결되는글을만든다.어쩌면더중요하게는이모든게작가와긴밀히연결되는글을만들기도한다.우리의경험을정확하고친밀하게명명함으로써우리는그것을우리것이라고주장한다.그것은우리의영역이되고우리가실제로머물렀던공간이자우리의감정이담긴장소가된다.얽혀있는디테일아래에흐르는깊은감정과접촉하게되면우리자신과독자내면깊은곳을건드리는글을쓸기회가생긴다.
_219쪽,「장소의힘」중에서
글을쓰면서우리는삶이나아갈방향을그려보고결정한다.자기가좋아하는것과싫어하는것,희망과꿈을종이에솔직히적어보면서스스로명확해지고자한다면삶의혼탁함은가라앉기시작하고자신의진실을더깊이들여다보게된다.글쓰기는연습장이다.우리에게행복하게사는법을가르쳐준다.용감해지는법을가르쳐준다.열린마음,배려,충실,기지그리고취약함을받아들이는법을가르쳐준다.이가르침을실천한다면,상상력으로점과점을연결한다면우리는지금껏겪어온것보다크고완전한인간으로자기자신을그려보기시작한다.
_262~263쪽,「취약함의용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