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외계의짐승일지도모른다
갑자기찾아와서새로운경험을선사하는
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시집『검은머리짐승사전』(민음사,2023),『나외계인이될지도몰라』(문학동네,2025)를통해평단과독자모두에게단단한지지를받으며여러매체에서‘미래가기대되는시인’으로꼽혀온신이인시인의두번째산문집이출간되었다.세상에한데섞이지못하고그감각을낱낱이기억하며스스로를‘외계인’이라부르는것에망설임이없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의작품기저에흐르는것은불시착한세계를향한포기할수없는사랑이다.
이번에출간된두번째산문집『유난히못생기게나오는카메라』에는바깥으로향하는그사랑의시선과형태를물러날곳이없다는마음으로보다솔직하게담아냈다.“어떻게꾸며본들그꾸밈조차우스워지기딱좋은기제”이기에얼굴을가리던손을내려놓고카메라앞에자신을들이미는심정으로썼음을표제에서부터밝히고있는저자는사랑하지만떠날수밖에없는가족,그렇게오직나를위한보금자리인‘뒤주’를마련해살게된과정,반려도마뱀과같이새로이맞닥뜨린존재들과더불어엇갈리고이어지는주변의관계들,그리고그로인해드러나보이는자신의모습을포착해낸다.
사랑이란무엇일까.저자는“당신이알지못하는사이삶을침범해들어오고있는투명한동물을상상해보자”고권한다.사랑은갑자기찾아와새로운경험을선사하기에,마치“다른차원에서온야생동물”과같다는것이다.“나와순탄하게어울려줄지,호되게물어뜯을지”모르지만,좋은쪽으로든나쁜쪽으로든삶을바꾸어놓고말기에,결코얕잡아볼수없는무언가다.
한데섞이지못하는
외계인으로서의소임을다해
느끼고고민하고쓰기를멈추지않기
사랑을여유있는자나누릴수있는사치재로여기거나그가치를한없이얕잡아보는요즘같은시대에저자는당당하게외친다.“사랑하는힘은아직까지내자랑이다”라고.시인이되기전회사를다니던사회초년생시절에는누군가를그다지좋아하지못했다.그러나퇴사를하고시를쓰기시작하자회사에서만났던사람들이달리보이기시작하고,안쓰럽기까지했다.저자의말마따나“시인들은세상사에자주어둡지만,그렇기에세상반대편의무언가에종종밝아지곤”하는것이다.
그렇기에마음껏사랑하고싶은욕심은세상을보다살만하게바꾸어보고싶은야심이라고도말할수있다.신이인시인은다짐한다.“다투는일,실망하는일,분노하는일이많았는데도이연극을나쁜이야기로받아들인적없다.나는마지막까지주어진배역에충실할것”이라며,외계인으로서의소임을다해세상을사랑하고느끼고고민하고쓰기를멈추지않겠다고말이다.그런그에게사랑은무엇보다큰자본일것이다.
책은집을뛰쳐나와가족으로부터독립하는과정에서부터시작해,다시잠시그집으로돌아가과거를돌이켜보는장면으로마친다.평온과무결함을깨기로마음먹었기에지금의나는과거와많이달라졌고더는도망칠필요가없다.그과정에서다투고실망하고분노할일도많았지만여전히사랑을하고있다는것에는의심할여지가없음을그의글이대신말해준다.그리고그덕분에책을읽고나면우리도어느순간세상에채워진자물쇠에철컥하고맞아들어가는열쇠하나정도는갖게될지도모른다.
책속에서
산문을쓰는작업은유난히못생기게나오는카메라앞에나를들이미는과정과다를것이없다.어떻게꾸며본들그꾸밈조차우스워지기딱좋은기제앞에서얼굴을가리던손을내려놓는기분이다.물러날곳이없다.그러나심각할것은없다.모든장면은순간을포착한것에지나지않는다.결국은변해갈것이다.그런믿음속에서촌스러움은자연스러움처럼보인다.거친부분,일그러진부분을감출필요도잊게된다.
_11쪽,「이런게왜사랑이야?」중에서
교회를그만두는것처럼간단히삶을그만둘수는없다.여기에서문제가생긴다.어떻게든발붙일곳을마련해서지키고살아야하는데,그건누구에게나마찬가지일텐데,왜전혀맞아들어가지도않는자물쇠에열쇠를쑤시는기분이반복되는것일까.사람들과한방향을바라보며살아가는데,어째서석연치않은기분을느끼고그감각을낱낱이기억해버리고마는걸까.내머리와마음은왜그런가.마치어떻게해도용해되지않는물질로이루어진것같다.한데섞이지못하고뚜렷하게남아결국은고립감을떠안아야한다._25쪽,「외계인의변」중에서
그리하여해냈다.하고싶은얘기는이거다.발품을팔아가며내돈으로내가고른내집이생겼다는것이다.전입신고를하며깨달았다.비록임차인에불과할지라도이제나는한집의주인이다.여기서나의마음은마음대로펼쳐질수있다.마음으로인한갈등과화해를주거니받거니하지않아도된다.집의애칭은뒤주로지었다._53쪽,「뒤주에갇힌이야기2」중에서
첫째도마뱀인파는살이잘붙는통통한체형인데반해둘째도마뱀인재는나뭇가지처럼여리여리하다.사람이었다면무용을해도좋았을거라고,타고나길길쭉하고유연했던인재를보며생각하기도했다.이아이는왜비쩍말라서사료도조금밖에먹지않을까.어떻게하면다리뼈가보이지않는몸으로만들어줄수있을까.보고있으면시골할머니가된것처럼잘먹여살찌우고싶은마음이생겼다.파충류애호가커뮤니티를뒤져보다도마뱀에게누에가보양식이라는정보를얻고,그러니까도마뱀에게밥으로내주기위해누에를키우기시작한거였다._69쪽,「누에기르기」중에서
가끔은예측하거나통제할수없는어떤사건들이다른차원에서온야생동물같다는생각을했다.교통사고,복권당첨,천재지변,뭐그런거.
이모든사건으로비유된다는점에서사랑은외계의짐승일지도모른다.갑자기찾아와서새로운경험을선사하는.나와순탄하게어울려줄지,호되게물어뜯을지모르는.좋은쪽으로든나쁜쪽으로든삶을바꾸어놓은뒤불쑥떠나버리기도하는._117∼118쪽,「겁먹지말고사랑하세요」중에서
사랑하는힘은아직까지내자랑이다.뭘잘모르고있기때문에지킬수있는힘같기도하다.여기에계속장작을넣고있는첫번째나무꾼은시인으로서의나다.시인들은세상사에자주어둡고,그렇기에세상반대편의무언가에종종밝아지곤한다._175쪽,「미래의나는」중에서
언젠가부터사랑은사치재같다.그런건여유있는이들에게나가능하다는듯우러러보고,실속없는우아함에지나지않는다는듯얕잡아보는사람들을종종만난다.나는그들을글과삶으로설득시키고싶다.그러기위해서는더크고다양한사랑자본이필요하겠다.
그래서고민을멈출수없다.나를어디로던질것인가.어떻게던질것인가.던지긴할것인가.과감하게투자하지않으면거저얻어지는것은없다.그러나투자하겠다면신중해야한다.가장큰밑천인쓰는마음을잃을수는없다._177쪽,「미래의나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