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사람들이다죽는,그런소설인가요?”
단한편의단편소설로세번의문학상을수상한화제작
〈리틀프라이드〉서장원,5년만의신작단행본
“어떤종류의남자들을향한참교육일대기”(60쪽)가되어달려나가는소설들의고삐를움켜쥐고화제의중심에우뚝서는작가서장원의《펀치드렁크픽션》이위즈덤하우스의단편소설시리즈위픽으로출간되었다.탑수술을받은트랜스남성과작은키를극복하고자사지연장술을감행하는남성의이야기를다룬단편소설〈리틀프라이드〉가2024년이효석문학상우수작품상을수상한것을시작으로2025년이상문학상우수상,젊은작가상을잇달아수상했다.《펀치드렁크픽션》은한편의단편소설로문단에돌풍을일으킨작가서장원이2021년출간된첫소설집《당신이모르는이야기》이후약5년만에발표하는신작단행본이다.작가의현실을소설속화자‘정원’의일상에투영한메타픽션으로,과거의서장원을따라읽으며차기작을기대해온독자들에게더할나위없는선물이될것이다.
진주의한공유오피스를빌려일하고있는소설가정원은자신의소설속인물들이“너무심약한것같다”(20쪽)는생각에사로잡혀극심한슬럼프를겪는다.“소설속인물들이일상에서발생할수밖에없는자잘한갈등과마찰에,편견과소외가슬쩍드러나는순간들에지나치게집착”(21쪽)한다는생각으로번번이가로막히던정원은우연히자신의‘팬’을자처하는전종합격투기선수조성을만나게된다.조성은정원의공유오피스가입주한삼영빌딩에자리한격투기체육관크라운짐의코치였다.정원은육체적으로도정신적으로도강인해보이는조성과조성이속한세계가자신의소설을앞으로나아가게해줄거라는기대를품는다.
정원은조성과교류하며종합격투기와그세계를지배하는스타선수들에게빠져들지만,조성은그들중누구도동경하거나좋아하지않는다.“이쪽남자들,다별로예요.혐오자들천지예요.”(33~34쪽)오히려조성은그들을미워하고있었다.체육관시합에서정원은극우커뮤니티에서소비하는유머를거리낌없이뽐내고,비열한반칙을일삼으며승리를챙기는‘반칙왕’을만나고혐오와폭력,남성성의과시가공존하는종합격투기세계의민낯을목격한다.반칙왕에게뒷머리를심하게맞아병원에실려갔던조성은그와못다한시합을이어갖게되고조성이반칙왕을껴안는순간,반칙왕이흔적도없이사라지는데…….
“어떤사람들은그냥……악의적인밈이흘러다니는통로처럼느껴져.”
어떤종류의남자들을미워하는마음과
사람같지도않은것들은사라져마땅하다는증오와
그럼에도그들또한사람이라는,입체적인딜레마
“저는지난몇년동안어떤사람들이너무미웠습니다.소설에서언급한것처럼소수자를향한혐오에서즐거움과소속감을얻는사람들이요.저는이들에게도자아가있고고유한세계가있다는것을상상하기힘들었습니다.더나아가,설마이들이누군가에게소중한사람이고누군가를소중하게여긴다고해도,그러한관계가중요하지않다는생각까지했습니다.”(84쪽,〈작가의말〉)
‘여자같다’‘게이같다’는말이상대를조롱하는관용어로쓰이는종합격투기세계에서조성은커밍아웃하지않은성소수자로살아온인물이다.자신의정체성을혐오하고,그혐오감을마음껏과시하는사람들틈에서오랜시간증오심을쌓아왔다.조성은어느덧“어떤사람들은존재할필요가없다고”(60쪽)생각하게된다.정원은‘그런식이라면나와그들이뭐가다르냐’고반문한다.“양심이작동하며,자신이가진증오심이얼마나오만하고자기중심적이었는지깨닫게”(82쪽)된것이다.하지만정원에게도어떤사람들은여전히사람이라기보다는“악의적인밈이흘러다니는통로”(39쪽)처럼느껴지는마음이남아있다.그들또한누군가에게는소중한사람이고“개나고양이를돌보고가족을소중하게생각”(39쪽)할것이라는다면성을곱씹으면서도,한편으로는그들이이세상에서흔적도없이사라지기를바라는증오심을멈추지못한다.‘나를혐오하는’존재를미워하는마음을거두고이해하며살아갈수있을까,미워하는마음이마땅한것이라면그미움은어디까지정당할수있을까.《펀치드렁크픽션》은‘인간은선하지도악하지도않다’는명제앞에독자를멈춰세우고,쉽게대답할수없는질문을남겨놓는다.
‘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
위픽시리즈는2023년구병모의《파쇄》를시작으로,박재연의《히든스텝》에이르기까지102명의작가가써낸102편의소설을통해지금한국문학의가장다채롭고새로운풍경을펼쳐보였다.
위픽은어떤기준이나장르에도얽매이지않고오직‘단한편의이야기’라는완결성에주목한다.여러편을한데묶는기존의방식에서벗어나한편의단편만으로책을구성하는이례적인시도를통해독자에게하나의이야기에깊이몰입할수있는특별한독서경험을제공한다.한손에쏙들어오는콤팩트한판형과100페이지내외의부담없는분량으로바쁜일상속에서도어디서든짧은시간안에한편의이야기를완독할수있도록설계했다.소설가뿐만아니라논픽션작가,시인,청소년문학작가등다양한필자들을적극적으로초대하여이야기의경계를계속해서확장해나간다.
위픽시리즈소개
위픽은위즈덤하우스의단편소설시리즈입니다.‘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합니다.이작은조각이당신의세계를넓혀줄새로운한조각이되기를,작은조각하나하나가모여당신의이야기가되기를,당신의가슴에깊이새겨질한조각의문학이되기를꿈꿉니다.
책속에서
나는조금의아한마음으로면지를펼쳐조성씨의이름을적었다.조성씨는경상도출신에이개혈종으로부풀어오른귀를가진전직격투기선수였고,그모든것들은내가〈리틀프라이드〉를쓰는동안막연하게,그리고오만하게상정했던독자의이미지와거리가멀었다.(15쪽)
그말,사람이너무심약하다는간결한비난이내소설들속거의모든주인공에게적용된다는걸깨달았던것이다.내소설속인물들이일상에서발생할수밖에없는자잘한갈등과마찰에,편견과소외가슬쩍드러나는순간들에지나치게집착하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그에비하면조성씨를비롯한격투기선수들은강인해보였다.(21쪽)
“이야,기분좋다!”
케이지를둘러싼남자들사이에서웃음이터졌다.나는따라서웃다가잠시뒤에그말의맥락을깨달았다.그는노무현전대통령이퇴임직후에한연설을따라한거였다.그리고나는케이지밖에서있던조성씨의표정이굳어지는것을알아챘다.(25~26쪽)
“코치님은그럼어떤선수를제일좋아하세요?”
“저는좋아하는선수가딱히없어요.이쪽남자들,다별로예요.혐오자들천지예요.”(33~34쪽)
“그럼작가님은,소설에서마음에안드는캐릭터는삭제시키나요?”
나는뜻밖의질문에말문이막혔지만곧그렇지않다고,내소설에서누가죽거나사라지는일은거의없다고대답했다.
“그런마음이들때도있지만,그렇게안하려고해요.제소설에나오는사람들은어쨌거나다제가만든건데요,뭐.”(36쪽)
“어떤사람들을나는사람으로보기힘든것같아.어떤사람들은그냥……악의적인밈이흘러다니는통로처럼느껴져.그런놈들한테도자기세계가있다는게믿기지가않아.그런사람이개나고양이를돌보고가족을소중하게생각한다는게상상이안돼.”(39쪽)
조성씨도작은키가아니었지만그옆에서자머리하나는차이가났다.몸무게도반칙왕이한참더나가지싶었다.나는이제라도멈추는게좋겠다고조성씨에게시선을보냈지만조성씨는전혀걱정하지않는눈치였다.
“걱정말아요.저는완벽하게안전하니까.정원씨가시작해주세요.”(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