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마음, 의사의 생각, 그 사이

환자의 마음, 의사의 생각, 그 사이

$18.00
저자

정재욱

저자 : 정재욱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내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폐의 발생과 분화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충남대학교의과대학 내 과학교실 호흡기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충남대학교병원 연구 중심 병원 육성 R&D사업과 폐암 오가노이드 기반 정밀 의료를 연구하는 글로벌 의사과학자 연구 과제의 책임자이며, 의과대학 부학장으로서 환자 진료와 연구,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년 가까이 호흡기내과 의사로 일하며 많은 환자의 치료 여정에 동행했고, 때로는 그들의 마지막 주치의가 되었다. 환자를 치료한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삶과 죽음, 희망과 이별에 관해 더 많이 배우고 위로받은 사람은 의사인 자신이었다. 『마지막 주치의』는 진료실과 병실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 오래도록 가슴에 남은 말과 표정, 그리고 그들이 한 의사에게 가르쳐 준 삶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목차

추천사
들어가며―같은 병, 다른 마음 사이에서
일러두기―환자 이야기의 재구성에 관하여

1부 말이 어긋나는 순간들

1화 근데 내 병이 대체 뭐래요?
2화 그 덩어리는 다 제거한 거지요?
3화 3초간의 쉼표
4화 화산이 폭발할 수 있다는 거네?
5화 선생님 말씀대로 되네요
6화 표정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7화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짓말은 못 해요
8화 폐를 지키는 안전벨트
이야기 사이―내겐 익숙한 말, 당신에겐 처음 듣는 말

2부 숨이 보내는 신호

9화 사진은 괜찮다는데 왜 기침은 멈추지 않죠?
10화 커진 폐가 좋은 폐는 아닙니다
11화 손만 봐도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 것 같아요
12화 결핵은 조금 다른 병입니다
13화 폐에서 피가 나는 것이 무서운 이유
14화 청진기 뒤의 2분
15화 머리 빗는 일도 숨이 찬다
이야기 사이―숨을 듣는 일

3부 사진 속 낯선 이름들

16화 진단은 CT보다 집 안에 있었다
17화 교수님, 이 환자는 뇌수막염입니다
18화 그레이존
19화 약이 닿지 않는 곳
20화 교수님, 그거 하고 싹 좋아졌어요
21화 왜 저한테 죄송하세요
이야기 사이―확신과 의심 사이

4부 환자는 병보다 크다

22화 제주도 한 달 살기
23화 저, 쌍꺼풀 수술해도 돼요?
24화 5퍼센트의 무게
25화 오늘 그냥 다 놔 줘 버려요
26화 무조건 집에 가야 해요
27화 내가 좀 더 붙잡았더라면
28화 환자이면서 보호자인 사람
29화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전해 주세요
이야기 사이―진료실 밖의 시간

5부 웃어도 되는 진료실

30화 선생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31화 술이 더 안 좋아요, 담배가 더 안 좋아요?
32화 김영란, 그 사람이 누구요?
33화 직업은 못 속여
34화 할머님 눈에는 의사들이 다 예뻐 보여요
35화 빠졌다는 안도, 들어갔다는 분노
36화 잠깐만요, 대장님과 상의해야 합니다
이야기 사이―웃어도 되는 자리

6부 치료와 멈춤 사이

37화 가장 센 치료가 가장 좋은 치료일까
38화 아들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39화 우리 할아버지 치매인가요?
40화 아빠가 있다
41화 말로만
42화 1, 2, 4, 2, 1, 1, 1, 2, 4, 0
이야기 사이―남는 것

7부 의사도 환자에게 배운다

43화 왜 진료를 안 해 주십니까
44화 잠깐 건넨 한마디
45화 내가 보살펴야지 누가 보살펴요
46화 꼬리를 흔들며 인사했다
47화 왜 이렇게 진료가 늦어져?
48화 서울, 서산, 대전, 다시 서울
49화 교수님이 건강하셔야 우리 환자들이 건강합니다
50화 첫 주치의, 마지막 주치의
51화 마지막 경례
이야기 사이―남은 사람이 오는 날

에필로그―그 사이를 조금 덜 멀게
감사의 글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내가 오늘 열 번째 하는 말이더라도, 이 사람에게는 평생 처음 듣는 가장 무거운 말일 수 있다. 설명에 익숙해지는 것은 의사이지,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충격까지 받은 환자에게 짧은 순간 이해마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 수 있다.
---p.50

그 순간 오래된 경험이 때로는 선입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흔한 원인부터 생각했지만, 젊은 전공의는 여러 가능성을 비슷한 선상에 놓고 환자를 새롭게 보고 있었다.
교수는 가르치고 전공의는 배우는 입장이지만, 환자 앞에서는 둘 다 의사이고 동료다. 교수의 경험과 전공의의 신선한 시선이 서로 보완될 때 더 좋은 진료가 된다.
---p.76

진료실을 나선 뒤의 시간이 병의 대부분이다. 약을 먹는 시간, 잠들지 못하는 밤,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계산해 보는 저녁, 가족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르는 아침. 나는 그 시간을 거의 보지 못한다.
볼 수 없는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런 시간이 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 한다. 내가 정한 계획이 그 시간 위에서 굴러갈 수 있는 것인지, 이제는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p.119

치료가 끝난 뒤에 무엇이 남는지 생각할 때가 있다.
오래 남는 것은 대체로 의학적인 것이 아니었다. 어떤 약을 썼는지 기억하는 가족은 드물다. 대신 누가 곁에 있었는지, 그때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나에게 남은 것도 비슷하다. 병기와 치료 반응은 기록에 있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표정과 말이다.
---p.165

의사로서 병을 치료하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주치의로서, 환자분과 가족분들이 마음을 정리하고 준비할 시간을 드리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더는 병을 되돌릴 치료가 없을 때에도 여전히 남는 일이 하나 있다.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 대략이라도 미리 말씀드리는 일이다. 그 말을 꺼내기는 늘 어렵지만, 서류를 떼러 오신 분에게서 그 시간이 있어 다행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그날 어렵게 그 말을 꺼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p.195